그 해 군대 김치는 맛있었네.

2010.08.20 20:32

01410 조회 수:4159

출처는 디씨 기갑갤.


사단 본부에서는 매년 어디 배추밭이랑 계약해서 싹쓸이 한 다음에 김치를 담그는데
(물론 배춧값 비쌀 땐 양배추로 견디고, 배추값 폭락했을 때 갈아엎을 배추밭 쳐들어가서 한 포기에 10원 쳐서 60에 실어오는거지. 물론 배추 뽑는건 병들이 해야되고.)
군대 김치라는 게 그래봤자 뭐 없잖아. 대충 고춧가루에다가 물타고 밀가루 좀 타고 마늘 좀 갈아넣고... 그나마 좀 나으면 무우채 좀 썰어넣고...
젓갈 따위 씨박 배추를 몇 천 포기 단위로 담는데 젓갈 살 돈도 없을테고.
김장이라서 어디 파묻어야 되는데 장독을 다 살 수도 없고 해서 사단장 지시로 땅파고 공구리 쳐서 참호같이 만들었다나봐. 
거기에 대충 비닐하우스 비닐 깔고 김치 넣는거지. 뭐 대충 먹을만했대. 군대에서 양배추 김치 안 먹는게 어디냐머 먹었다지.

근데 어떤 해에 김치가 대박이 났대. 보통 밥 먹으면 끼니마다 김치 나오면  대충 두 세 조각 푸고 그나마 그것도 짬 되면 다 안 쳐먹잖아. 버리기 일쑤지.
근데 이건 뭐 김치가 조낸 맛있는거라. 아주 박살나게 맛있었대. 어디 고급 한정식집에서도 못 나오는 명품 김치맛이 군대 김치에서 나는거지.
그래서 그 해 김치가 일찍 동이 났대. 밥 쳐먹을 때마다 아주 애들이 푹푹 퍼가니... 맛있게 쳐먹는 걸 뭐 말릴 수도 없고. 김치가 고기도 아니고 말여.

사단장까지 올해 김치 대박이라고 아주 소문을 냈대. 집에도 가져가서 사모한테 맛 뵈이고 김치 이렇게 좀 담가보라고 난리를 치고 결국 맛 재현에 실패해서 사단장 집도 그 해 김치를 군대 김치로 났대. 거기다가 어디 다닐 때마다  우리 부대 올해 김치가 대박이라고 해서 해당 지자체장한테도 퍼주고 어디 손님들 올때마다 우리 부대 김치가 대박이라고 소문내서 밥도 나가서 안 먹고 장교식당에서 먹이고... 손님들도 칭찬이 자자.

당연히 취사병들 아주 신났지. 휴가 받았거든. 취사병 하면서 포상휴가를 받아서 갈 일이 별로 없잖아. 행보관들이 챙겨주는 돌려먹기 휴가 빼고 말여.
근데 아주 취사반 전체가 돌아가면서 4박5일 받고 그러니까 아주 기분이 째지지.

근데 이게 겨울을 거의 다 나면서 김치 담아놓은 참호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는데,
거기 씨박 쥐새끼들이 집단으로 쳐들어가서 뒈져 있드래. 젓갈로 되어서. 이것들이 김치에 물이 생기기 전에 파고 들어가서 그 안에서 지내다가 배추가 물이 생기고 물러지고 그러면서 쌓아놓은 게 무너지면서 깔려서 다 뒈진거여. 그러면서 자연 젓갈이 되었고.

이걸 그날 점심 준비할려고 들어간 일병 색히가 발견을 하고 기겁을 해서 취사반장한테 보고를 했다는데,
취사반장이 그냥 덮었대. 알려지면 관리 소홀로 줄줄이 군기교육대 갈 게 뻔하니까. 여하튼 그해 김치는 조낸 맛있었다고 하드라고.

*기갑 이야기
배추 나를 때 육공이가 모자라서 닷지에다가 1/4톤까지 배추를 실어날랐는데, 그래도 모자라서 M113까지 밭으로 출동했다고 함.
그 다음날부터 며칠간 M113 보병탑승 자리에는 배춧잎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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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는 아니지만, 실제로 모 공수부대 (80년대 중반입니다) 에서는 인사계(지금은 행보관)이 김치구덩이에 빠져서 열두 시간 동안 갇혀있었단 얘기도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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