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거짓말한 사람

2010.09.19 01:08

이런건익명 조회 수:1893

원래 오늘 낮에, 친구로 지내는 누구 하나 만날 약속이 있었습니다.

어제 확인 전화를 해 보니 오늘 대전까지 벌초하러 내려가야 한다고 해서,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조금 중요하긴 하지만 시일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그러마 하고 넘겼습니다.

그리고 비는 시간이 생겼으니, 신촌에 나가서 다른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동생들과 또 다른 친한 사람들 몇이었는데, 제가 합류하기 전에도 

신촌에서 모여서 대낮부터 노래방을 달리고 드립커피 마시고 깨알같이 잘 놀았다고 그러더군요.

그런데 그 다음 말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ㅇㅇ요? 오늘 여기 신촌에서 봤는데요. 여자친구랑 같이 가고 있더라구요. 인사도 했어요!"

대전에 벌초하러 내려갔다는 분이 왜 여기서 목격된 건지 당최 모를 일이지요.

별로 화는 안 납니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뭔가 하나 툭 끊어지는 듯한 느낌은 드네요.


사실 저번에도 여기서 회자되는 이 사람, 이렇게 저한테 소소한(?) 거짓말 한 번 한 적이 있었죠.

나중에 걔가 나한테 하던 말. "미안하다, 나 걔랑 잤어."

사연인즉. 여기서 나오는 그 '걔'라 함은, 그 당시 제가 관심갖고 있던 한 여자의 이름.

내가 그 여인에게 관심이 있는 줄 뻔히 알고 있었는데도, 자기는 6년째 사귀는 여친이 있는데도

그렇게 내가 연모하던 다른 여인과 서로 즐거운 밤을 보내고서 아무 일도 없이 나타나는 그.

여러 채널을 통해 정황이 내 귀에 들어오고, 그녀의 미묘한 태도 변화에서 눈치는 충분히 챘어도

내 사람은 내가 믿어야 한다고, 그냥 짐짓 모른 체 했더니 나중에 술자리에서 사실대로 말해주길래 

문제삼지 않고 한 번 넘어갔었는데.... 

아 물론, 그 일은 옛날 일이고 저도 다른 삶을 살고 있으니 

지금도 여인과의 상열지사에 억하심정은 없음. 하지만 

사람이 별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일에 거짓말을 하는 건 조금 언짢고, 

그 사람을 못 믿을 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 

한 번은 몰라도 두 번은 문제가 있다, 워너메이커의 금언.

친구 하나가 그냥 아는 사람으로 격하된 느낌.

그게 씁쓸한 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39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5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555
126096 [핵바낭] 또 그냥 일상 잡담입니다 new 로이배티 2024.04.29 40
126095 글로벌(?)한 저녁 그리고 한화 이글스 new daviddain 2024.04.28 87
126094 프레임드 #779 [2] new Lunagazer 2024.04.28 26
126093 [애플티비] 무난하게 잘 만든 축구 드라마 ‘테드 래소’ [6] update 쏘맥 2024.04.28 122
126092 마이클 잭슨 Scream (2017) [3] catgotmy 2024.04.28 100
126091 [영화바낭] 영국산 필리핀 인종차별 호러, '레이징 그레이스' 잡담입니다 로이배티 2024.04.28 135
126090 시티헌터 소감<유스포>+오늘자 눈물퀸 소감<유스포> [5] 라인하르트012 2024.04.27 241
126089 프레임드 #778 [4] update Lunagazer 2024.04.27 47
126088 [넷플릭스바낭] '나이브'의 극한을 보여드립니다. '미시즈 해리스 파리에 가다' 잡담 [2] 로이배티 2024.04.27 225
126087 민희진의 MBTI catgotmy 2024.04.27 310
126086 민희진이라는 시대착오적 인물 [10] woxn3 2024.04.27 790
126085 레트로튠 - Hey Deanie [4] update theforce 2024.04.27 61
126084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를 극장에서 보고(Feat. 파친코 김민하배우) [3] 상수 2024.04.27 190
126083 Laurent Cantet 1961 - 2024 R.I.P. [1] 조성용 2024.04.27 106
126082 뉴진스팬들은 어떤 결론을 원할까요 [8] 감동 2024.04.27 611
126081 장기하가 부릅니다 '그건 니 생각이고'(자본주의하는데 방해돼) 상수 2024.04.27 243
126080 근래 아이돌 이슈를 바라보며 [10] 메피스토 2024.04.27 539
126079 마이클 잭슨 Invincible (2001) [1] catgotmy 2024.04.26 109
126078 [KBS1 독립영화관] 믿을 수 있는 사람 [2] underground 2024.04.26 130
126077 뉴욕타임즈와 조선일보 catgotmy 2024.04.26 15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