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보고 조금 전에 돌아왔습니다.

 

공연 뒤에 근처 재즈바에서 뒷풀이가 있다고 하셨는데

저는 내일 출근도 하고, 공연장에서 집까지 거리가 꽤 되는데다

무엇보다도 저희집 통금이 12시인지라 (11시 반이 넘었는데 아직 귀가 전이면 부모든 자식이든 핸드폰에 불이 나요;;)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하고 먼저 돌아왔습니다 ^^;

 

모인 분들과 느긋하게 담소를 나눌 시간이 부족해서 좀 아쉽긴 하지만,

정말 만족스러운 공연이었습니다.

 

관객 매너도 좋았고, 새롭게 해석한 전통가요들도 멋스러웠고,

무대 세트를 옛날 축음기나 흑백텔레비전 등등으로 빈티지하게 꾸미고,

무대 뒤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서 음악에 어울리는 영상과 간간히 말로의 코멘트가 어우러졌는데

전체적으로 흠잡을 데 없는 공연이었어요.

 

공연 초반에 100년이나 된 축음기로 옛 레코드를 들어볼 기회도 있었는데

음악이 들리는 순간 바로 흑백영화 속의 한 장면이 펼쳐지는 것 같더라고요.

정말 흔치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쉬는 시간 한 번 없이 공연이 두 시간이나 이어졌는데 지루한 줄을 몰랐어요.

중간에 생각보다 공연이 꽤 진행된 것 같아서 시간을 확인해보니 이미 공연이 끝을 향해 가고 있을 즈음이더라고요.

매끄러운 진행 덕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한 곡 한 곡이 다 집중해서 들을 노래들이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말로의 노래실력은 두말할것도 없고, 연주자분들, 게스트분들 어느 한 분 빠짐없이 알찬 공연이었어요.

 

특히 피아노 치시던 분..... 그 분 연주를 듣고 재즈피아노 앨범을 찾아봐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동생이 뉴에이지를 좋아해서 그런 계열만 많이 들어봤는데, 재즈피아노가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게스트 중에 말로의 제자들도 있었는데,

말로의 목소리를 듣고 조근조근 잘 얘기하시는 게 강의를 해도 잘 어울리겠다 싶었는데

정말 강단에 서셨더군요.

제자분들도 정말 잘하셨는데, 확실히 말로가 부를 때랑 차이가 나긴 했어요.

말로가 좀 더 목청이 틔여있달까, 성량이나 발성에 있어 차이가 확연히 나더라고요.

 

말로의 보컬은... 우리나라에서 스캣을 제일 잘하는 가수라는 얘기는  설핏 들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들어보니까 정말정말정말 대단했습니다.

듣고 있자니 인간의 목소리도 악기의 일종이라는 말을 귀로 체험할 수 있었어요.

 

노래가 다 좋아서 어느 한 곡 고르기 힘들었지만,

그 중에서 딱 한 곡만 고르자면, 저는 '개여울'이 너무 좋아서 감동적이었어요.

보컬, 연주 다 좋은데 그 와중에 들리는 가사가 또 예술인 거예요. 얼마나 멋드러지던지...

사실 '신라의 달밤' 정도만 들어본 적이 있는 노래이고, (그것도 영화 '신라의 달밤'  때문이에요;)

거의 대부분 처음 들은 노래인데 제가 참 음악을 편식하고 있구나... 하고 느꼈어요.

  

'개여울'과  '산유화'를 들으면서 김소월도 생각나고, 서정주의 '영산홍'도 생각나고 그랬는데,

집에 와서 찾아보니 '개여울'이 원래 김소월의 시네요!! 우와...

찾은 김에 옮겨보자면,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나오고

잔물은 봄바람에 헤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나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삼바나 스윙 같은 신나는 노래도 많았는데, 왜 제 마음에 유독 꽂히는 노래는 이렇게 청승맞은 노래들인지 ㅎㅎㅎ

하여간에 정말 훌륭한 공연이었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막 적었더니 너무 두서없네요 ^^;;

 

참, 공연이 끝나고 유시민 씨를 봤는데, 사모님이랑 오붓하게 공연 관람하러 오신 것 같더군요.

사모님만 옆에 안 계셨으면 싸인해달라고 달려들고 싶었.....;

 

실제로는 공연 후 말로의 싸인회가 진행됐었는데

무대에 선 모습을 봤을 때는 굉장히 키가 크신 분인 줄 알았는데,

옆에서 보니 평범한 체격이시더라고요.

무대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봐서 실제보다 크게 봤나봐요.

저는 시간이 부족해서 싸인은 패스...

 

하여튼 듀게 덕분에 정말 좋은 공연 잘 봤습니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말로의 공연을 다시 보고 싶어요.

 

 

 

내일 출근도 있고 해서 간략하게 쓰고 자려고 했는데 벌써 한시간이 지났네요 ^^;

다들 안녕히 주무세요~

 

 

 

 

아참참!!! 가장 중요한 걸 쓴다는 게 까먹었네요.
모임 테마가 '독거노인'이었는데, 정작 모여보니 정말이지 극단적인 성비가....

구성원들의 성비를 보고 이래서는 필연적으로 인구의 절반이 장차 독거노인이 될수밖에 없다고 절망했습니다.
8명이 모였는데, 그 중 6명이 여자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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