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저리> 어 누나, 헤겔리안 하나 소개해줄래?
머저리누나> 논문은 (주: 공학도) 언제 쓰려고  헤겔리안 타령?
머저리> 논문은 알아서 착착 쓰고 있으니 걱정마삼.
머저리누나> 헤겔리안이었다가 포스트모더니스트였다가 다시 헤겔리안으로 돌아온 인물들이 떠오르긴 한다만.

머저리> 안돼. 신세대 헤겔리안이어야 해. 불순물이 잔뜩 든 동일성을 이야기할 줄 아는.
머저리누나> 글쎄, 누가 있지? 이** 와 홍** 정도의 옛인물들만 생각나네.
머저리> 심하게 의심받은 사람들 아냐? 글들이 두 팔 벌리고 선지자풍의 스탠스까지 취했더만.
머저리누나> 왜 내가 미안하지?

머저리> 누나가 그 학계와 뭔 상관 있다고 미안해? 암튼 우리나라에서 괜찮은 헤겔리안 찾기가 힘드네.
머저리누나> 뭐 '정신현상학' 끝까지 읽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머저리> 사실 한국에서 철학은 한물 간 분위기잖아.
머저리누나> 언제 흥했던 적은 있었나? 막장 분위기 잡게?
머저리> 하긴. 그나마 영화 쪽에서나 겨우 사용해먹었지.

머저리> 한국의 지성계라는 것이 있을까?
머저리누나> 있다면?
머저리> 내 눈에 안 보이니까 단지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을 물어보는 거야.
머저리누나> 낸들 알겠니? 죽을 때까지 공부해보려는 각오가 있을 뿐이지.

머저리> 누난 학계의 연대랄까, 우정을 믿어?
머저리누나> 음. 난 주원장식의 우정에 대한 로망이 있어. 명나라를 세웠던 주원장은 친구에게 잘했대. 근데 묘한 버릇이 있었다지, 
반드시 과격하게 싸워보고 나서야 우정을 맺었다는 거야.
머저리누나> 싸움이란 전투니까, 수많은 병사들이 죽어나갔겠지. 적에서 친구로 전환되는 지점에 칼이 있다는 건 얼마나 긴장감 넘치는것이었을까? 깊은 우정/연대에는 반드시 자기희생이 뒤따르는 거지.
머저리> 주원장식 우정이라...  한국에선 불가능할 듯 싶은데? 다들 즉각적인 의기투합이잖아. 인상적인 결을 중시하고. 
머저리> 그러다 수틀리면 바로 적이 되고. 적과 동지의 이분법은 여전히 유교적 하이어라키와 만나서 인간관계의 변종이나 기형을 낳고 있고.

머저리누나> 그게 다는 아니라고 생각해. 나는 여전히 그런 우정이 가능하다고 믿어.  그리고 그런 식의 우정이 아니라면 진정한 연대의 전선은 불가능하다고 봐. 
머저리누나> 386/ 586세대의 그 많은 사람들이 변절했다고 비난받는 이유도 주원장식의 우정이 아니라 그저 해진 관념의 우정을 맺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고.
머저리> 전 세대가 누가 더 급진적이냐, 누가 더 말빨이 세냐를 겨뤘다는 거네? 요즘 우리에게 보여지는 것들이 나르시시즘적 동일시로서 맺은 우정이라는 거?
머저리누나> 아우님. 대화하는 재미가 있사옵니다.
머저리> 그래서 누나가 아버지에게 자주 시비거는 거구나?
머저리누나> 이제야 알겠니? ㅋㅎ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39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5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562
109736 [바낭]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애니메이션 '언던(undone)'을 봤습니다 [2] 로이배티 2019.09.23 1495
109735 [EBS1 직장탐구-팀] 건축설계사무소팀의 고군분투기 [4] underground 2019.09.22 1099
109734 서사와 현실, 여성혐오 [14] Sonny 2019.09.22 1651
» 머저리와의 카톡 7 (헤겔리안 찾기) [4] 어디로갈까 2019.09.22 753
109732 이런저런 일기...(광대와 노인) [4] 안유미 2019.09.21 635
109731 오랜만이에요 '3')/ 가을꽃 사진 몇 장 [8] 샌드맨 2019.09.21 505
109730 넷플릭스, 왓챠 다 좋은데..ㅠㅠ [3] 존재론 2019.09.21 1344
109729 [듀게인]체르노빌에서 [4] qnfdksdmltj 2019.09.21 827
109728 톰 크루즈 잡담 [8] mindystclaire 2019.09.21 1547
109727 넷플릭스] American Factory 美国工厂, 기타 등등 [2] 겨자 2019.09.21 644
109726 [넷플렉스바낭] 루머의 루머의 루머 시즌1을 끝냈습니다 [2] 로이배티 2019.09.21 805
109725 안나푸르나에 갔었죠 [6] 어디로갈까 2019.09.21 1017
109724 조국이랑 윤석열 한 판 뜹시다.. [10] 무도 2019.09.21 1814
109723 국제아트페어 KIAF 2019 초대권 드림 [2] 은밀한 생 2019.09.20 530
109722 오늘의 조인성 (스스압) 파워오브스누피커피 2019.09.20 738
109721 임펄스 시즌2가 10월 16일에 나오네요. [2] 얃옹이 2019.09.20 558
109720 [듀나인] 트위터 일시정지 [7] 날다람쥐 2019.09.20 1048
109719 [바낭] 쌩뚱맞은 걸그룹 AOA 잡담 [17] 로이배티 2019.09.20 1536
109718 로이배티님이 영화게시판에서 진지하게 영화 얘기만 올리는 세태를 한탄하며 올리는 (여자)아이돌 잡담 [2] 룽게 2019.09.20 1178
109717 내년 경제상황이 매우 심각하게 안 좋을 거라는 전망 [3] ssoboo 2019.09.19 166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