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 스포일러는 없어요. 스포일러가 있긴 합니다만 절대 보지 말라는 글이기 때문에 그 정도는 감안하시고 그냥 읽으셔도 뭐... 괜찮지 않을까요. ㅋㅋ





- 배경은 현대 미국입니다. '너브'는 온라인상으로 이루어지는 불법 게임인데, 그 내용은 대충 이렇습니다. 딱 봐도 매우 불법스런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회원 가입을 해요. 이 때 고갱님께선 '플레이어'가 될 것인지 '왓쳐'가 될 것인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되면 수시로 핸드폰을 통해 하달되는 괴이한 미션들을 스스로 중계하며 해내야 하고 성공시엔 적지 않은 돈이 주어지지요. 왓쳐가 되면 말 그대로 다른 플레이어들의 미션 수행을 구경할 수 있고 가끔 다음 미션 선정에 투표로 관여할 수도 있는데, 하루에 2만원이라는 괴랄맞은 요금을 지불해야 합니다만 이 세상의 잉여들은 돈이 많은지 그게 수십만명에 달하네요.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은 소심해서 맘에 드는 남자애한테 '하이!'라고 인사 한 번 못 건네는 찌질이 엠마 로버츠(...)입니다만. 친구들의 꼬심 때문에 얼떨결에 이 게임에 플레이어로 참여하게 되고, 미션 수행 과정에서 만난 수상쩍기 짝이 없는 제임스 프랑코 친동생과 함께 커플 임무 수행을 하다가 눈이 맞는데 뭐 당연히 미션은 가면 갈수록 폭력적이고 위험해지고...





- 가끔 보면 시놉시스만 봐도 이미 이건 망작 확정... 이라는 느낌이 드는 영화들이 있죠. 그게 바로 이 영화입니다. 원래는 다른 영화를 보려고 넷플릭스를 켰는데 그 영화가 그새 넷플릭스에서 내려갔더라구요. 황망한 마음으로 메뉴를 서핑하다 '빨리 뭐라도 봐야해!'라는 맘으로 그냥 썸네일에 엠마 로버츠가 찍혀 있는 영화를 골랐습니다. 망작일 건 뻔해 보였지만 전 가끔 일부러 그런 영화를 찾아보는 사람이라 부담은 없었고, 그리고 엠마 로버츠는 예쁘니까요.





- 그런데 그게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정말 기대 이상의 쓰레기였어요. 이런 데다 투자할 돈 있으면 걍 그 1/100만 나에게 주지... 라는 생각이 드는 영화 있잖아요. 이게 바로 그겁니다 여러분. 여러분 인생을 한 시간 사십분 정도 화끈하게 쓰레기통에 처박고 싶으실 땐 주저하지 말고 넷플릭스를 켜고 이 영화를 재생하세요. 물론 엠마 로버츠가 예쁘기 때문에 본전을 뽑을 위험이 없지 않지만 그것마저도 인생의 낭비로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이 영화입니다.





- 그걸 좀 더 디테일하게 설명하...는 건 됐고 그냥 인상 깊은(?) 부분들 몇 가지로 설명을 대신해 봅니다.



1) 오만가지 범법 행위에 목숨을 거는 행위들을 시키는 게임이 그냥 웹상의 아무나에게 가입이 열려 있는데, 그게 또 평범한 학생들도 다 알 정도로 유명해져서 늘 수십만이 온라인으로 지켜보고 있는데 우리의 지팡이 경찰은 어디에 있나요.



2) 간단한 뻘짓을 하면 돈을 준다! 라는 룰이 매력적일 순 있겠지만 그걸 수십만의 사람들이 '하루' 2만원 요금을 내고 본다구요? 화제가 될만한 미션이 있었다면 당연히 누군가는 그걸 녹화해서 유튜브에 올리든 짤로 편집에 페이스북에 올리든 토렌트에 띄우든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경찰이 출동해야겠죠.



3) '배신하면 철저히 응징한다'는 룰이 있고 주인공이 거기 걸려듭니다만. 한대 퍽 때려서 기절시키더니 깨어나자마자 결승전에 참가시킵니다???



4) 그나마 주인공을 챙겨주던 착한 친구 하나는 막판에 전개가 벽에 막히자 갑자기 데우스! 엑스!!! 마...



5) 아이디는 익명이지만 분명히 본인 얼굴 다 까고 라이브로 중계하는 프로그램인데 이 모든 난리통 후 주인공은 놀랍도록 평온한 삶을...



6) 등장 인물들 중에 현실 세계의 살아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장면마다 태세 전환이 너무나도 파격적이면서도 태연해서 로봇들 나오는 디스토피아 SF물인 줄.



7) ...그리고 뭣보다 엠마 로버츠가 남의 관심에 목마른 평범한 동네 청년이라는 게 말이 됩니까. 굳이 이런 게임 안 하고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계정만 만들어서 잘 운영해도 마스크팩, 휴대용 마사지기, 순살 족발 팔면서 돈 벌고 트위치 개설해서 아무 게임이나 대충 틱틱 해도 부자될 사람이 뭐땀시 난생 첨 보는 남자랑 눈 가리고 오토바이 100km로 몰기 같은 도전을 하고 있나요.





- 주로 개연성 부족과 연결되는 위와 같은 요소들은 다 덮어주고 생각해봐도 일단 영화가 정말 낡았습니다. 뭐 21세기 sns와 스트리밍 시대의 문제들에 대해 풍자하고 싶은 건 알겠는데, 그걸 다루고 표현하는 방식이 20세기 말에 쏟아져 나왔던 '다가올 미래의 위험을 예측하고 경고'하다 실패한 B급 SF 영화들 수준 그대로에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이런 식으로 연출하면 젊은애들이 쿨하다고 생각하겠지?'라는 식으로 찍은 티가 풀풀나는데 촌스러운 화면. '이렇게 전개하면 짱 충격적이겠지?'라고 생각한 티가 풀풀 나는데 그냥 유치한 전개. '이런 소재는 다들 잘 몰랐을 걸?' 이라는데 너 빼고 이미 다 알구요...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느낌입니다. 주인공의 입으로 직접 구체적으로 작품의 주제에 대해 설명하는 클라이막스야 말할 것도 없겠죠.



- 이미 결론을 내고 시작한 글이지만 그래도 마무리를 해보자면 이렇습니다.
시대에 한참 뒤쳐진 아재가 '요즘 젊은 애들 사이에서 이런 게 핫하다며?'라는 식으로 제대로 소재 탐구도 안 해보고 만들어 내놓은 느낌의 영화에요. ('느낌'만 그렇습니다 이것 때문에 검색까지 해봤는데 감독 젊은 사람이에요 ㅋㅋ)
그래서 유치하고 촌스럽고 오그라드는 와중에 이야기도 캐릭터들도 다 개판이구요.
엠마 로버츠의 미모를 뜯어 먹는 보람은 아예 없다고 할 수 있겠지만 아마 이보다 나은 작품이 뭐라도 있겠죠.
그러니 보지 마세요.



- 이 영화 속 아이폰의 배터리 타임은 거의 주윤발의 무한 탄창에 비견될만 합니다. 오전에 시작해서 다음 날 오전에 끝나는 내용인데 그 시간 중 대부분을 실시간 중계를 하고도 배터리 튼튼!!!



- 줄리엣 루이스가 주인공의 엄마로 나옵니다. 대충 짐작하시겠지만 비중도 작고 캐릭터는 하찮으면서 동시에 우스꽝스러워요. 이 양반이 어쩌다가...



- 줄리아 로버츠의 조카와 제임스 프랑코의 동생이 나오는 영화죠. 한 가지 확실한 건 프랑코 동생은 프랑코 형에 비해 많이 부족해 보였다는 겁니다. 지저분한 스캔들을 제껴 놓고 보면 똑똑한데 잘 생기고 연기도 괜찮은 배우였잖아요 형은.


- 근데 뭐 어쨌거나... 엠마 로버츠는 예뻤습니다. ㅋㅋㅋ 이 분 출연작들 중 좀 관심가는 게 몇 개 있는데 한국에선 합법적으로 볼 길이 없어서 못 보고 이딴 거나 보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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