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차 마시려다가

2019.11.12 00:30

Sonny 조회 수:697

서울우유 레트로 컵 세트가 있습니다. 아주 옛날에 유행하던 서울우유 로고를 새긴 컵 세트를 사면 옛스런 서울우유 로고가 새겨진 유리병을 사은품으로 줘요. 이게 이뻐서 이번에 처음으로 써먹었습니다. 감기가 심하게 걸려서 겔겔거릴 때마다 뜨끈한 물을 정수기에서 받아먹었죠. 커피포트가 없는 원시시대의 집에서 이렇게나마 몸을 회복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맹물이 너무 맛이 없고 그냥 먹기 질리더라구요. 그래서 대추차를 타먹기로 하고 무려 두 봉지를 탈탈 털어놓은 뒤에 뜨거운 물을 콸콸콸 부었습니다.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붓고 있는데 열전도가 심각하게 잘 일어나서 하마터면 병을 놓칠 뻔 했습니다. 이거 정말 실용성은 빵점이구나. 찬우유 먹을 때 말고는 쓸 데가 없다... 이러고 있었는데 갑자기 대추차가 새기 시작하는 거에요. 기분 탓인가? 아까 뜨거운 물이 담긴 병을 찬물로 씻었더니 그게 아직도 흐르는건가 이러고 있었는데 왠걸. 병에 금이 쩌저적 가있는 겁니다. 아예 세로로 해서 병 전체에 걸쳐서요. 괜히 식겁했습니다. 혹시라도 유리조각 들어갔을까봐 차도 버리고 병도 폐기해버렸어요.


뜬금없이 백종원씨가 생각나더군요. 골목식당 몇회차였는지는 생각안나는데, 와인잔에 미소된장국을 주는 돈까스집이 있었죠. 백종원씨가 그거 보면서 되게 화냈잖아요? 와인잔처럼 얇은 유리용기는 이렇게 뜨거운 액체를 담으면 쉽게 깨진다고. 제 깨진 병을 보면서 괜히 역정을 냈습니다. 그 돈까스집 사장 정말 미쳤네!! 어리석은 저에게 난 화를 애꿎은 경양식집 사장에게 쏟았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뜨거운 음료는 좋게 좋게 텀블러에 마시기로 했어요. 지금은 <춘천, 춘천>을 보러가서 받았던 노랑 텀블러에 대추차를 받아 마시는 중입니다. 그렇게 맛있진 않군요. 하지만 따뜻한 걸 마시니까 기침이 멈춰서 한잔 더 마셔야겠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3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79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301
110391 팟케스트에서 뉴스 듣기 -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요? [7] 왜냐하면 2019.11.13 692
110390 (홍보) 대전 여성영화함께보기 <불온한 당신> [2] oracolo 2019.11.13 421
110389 [넷플릭스바낭] 화려한 캐스팅의 코미디 crazy, stupid, love를 봤습니다 [9] 로이배티 2019.11.13 706
110388 오늘의 영화전단지(스압) [4] 파워오브스누피커피 2019.11.13 271
110387 정경심 씨가 차명 거래를 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11] Joseph 2019.11.13 1549
110386 이런저런 일기...(집) [1] 안유미 2019.11.13 446
110385 역시 홍준표가 개그 센스가 있어요. [3] MELM 2019.11.13 942
110384 차동엽 신부님이 선종하셨군요.. [2] Joseph 2019.11.12 628
110383 조금산 작가의 웹툰 [시동]이 영화화되나봅니다. [2] 영화처럼 2019.11.12 718
110382 스포일러] 'Eat, Pray, Love', '하렘 생존기' ' The King' [4] 겨자 2019.11.12 930
110381 [넷플릭스바낭] 10년 묵은 코미디 영화 '좀비랜드'를 봤습니다 [21] 로이배티 2019.11.12 938
110380 오늘의 영화전단지(스압) [3] 파워오브스누피커피 2019.11.12 284
110379 [조커] 뒤늦은 간단 후기(캐릭터 관련 약 스포일러) [3] 파이트클럽 2019.11.12 645
110378 상사의 한말씀을 듣고 [12] 어디로갈까 2019.11.12 1119
110377 기생충에서 그 집 부부요.. [11] 미시레도라 2019.11.12 1780
» 대추차 마시려다가 [9] Sonny 2019.11.12 697
110375 윤희에게 감상(스포있음) [4] 예정수 2019.11.11 844
110374 맛이 전혀 없는 먹거리는 [6] 가끔영화 2019.11.11 591
110373 이런저런 잡담...(페미니즘과 규범) [2] 안유미 2019.11.11 679
110372 [봉황의 제국] 전자책 출간됐어요! [3] Mothman 2019.11.11 45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