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결혼과 전환)

2019.11.27 03:15

안유미 조회 수:583


 1.원래 인생은 좆같은 거예요. 결혼을 해도 좆같고 결혼을 하지 않아도 좆같은 게 인생이죠. 결혼을 한 사람들은 '결혼을 했기 때문에' 좆같은 인생을 사는 거라고 스스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단 말이죠. '결혼을 했기 때문에 인생이 압도적으로 좆같아진' 사례는 분명 있지만 평균적으로 보면 인생이란 건 결혼을 해도 좆같고 안 해도 좆같다는 거죠.


 다만 결혼의 정말 안좋은 점은 그 계약 자체가 (거의)비가역적인 거란 거겠죠. 



 2.'결혼을 한 상태'라는 건 물이 얼어서 얼음이 된 거랑은 다르거든요. 얼음은 따뜻해지면 다시 물이 될 수 있지만 결혼은 그렇지가 않아요. 통념에서 100광년쯤 떨어진 것 같은 개방적인 커플이 아니고선, 결혼을 한 상태라는 건 뭐랄까? 비유를 하자면 '고기를 구운' 상태랑 비슷한 거예요.


 열을 가해서 한번 구워진 고기는 다시는 생고기로 돌아갈 수 없잖아요? 결혼을 한번 해버리면 이혼을 하기 전까지는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의 장점'을 1초도 누릴 수가 없단 말이죠. 그야 결혼을 하면 '결혼을 한 상태의 장점'을 누릴 수 있겠지만 어떤 상태가 1초도 쉬지 않고 이어지면 사람은 그 상태의 장점을 느낄 수가 없거든요. 그 상태의 단점만을 계속 느끼면서 괴로워하게 되죠.



 3.전에 열탕과 냉탕에 대해 썼듯이 사람은 그런거예요. 열탕에 몸을 담가야 냉탕에 들어가고 싶어지고 냉탕에 있어봐야 열탕에 가고 싶어진단 말이죠. 열탕에만 계속 있으면 덥고 머리가 아파서 괴로워지고 냉탕에만 계속 있으면 춥고 온몸이 오그라드는 것 같아서 괴로워진단 말이죠.


 사실 열탕이나 냉탕이나 문제는 그거예요. '그곳에 몸을 담그는 그 순간'이 가장 그곳의 장점을 체감할 수 있다는 점이란 말이죠. 그곳에 몸을 담그고 한 2~3분동안만 '우와 좋다!'라고 느껴지고 그 후엔 나가고 싶어지거든요. 이건 굳이 사우나에 빗대어 비유하지 않아도 인간 인생이 거의 다 그래요.



 4.휴.



 5.여자도 그렇거든요. 일반인 여자네 집에 가서 하룻밤 자고...아침에 일어나보면 그녀가 아침밤을 차려주고 평소에 안 챙겨먹던 비타민이랑 견과류 쏙쏙 다 챙겨주는 아침 밥상을 보면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들죠. '이것이 결혼생활인가! 결혼을 하면 매일 이런 행복하고 외롭지 않은 아침이 기다리고 있단 말인가!'라고요. 


 하지만 아니거든요. 아무리 그녀가 좋아도 그렇게 하루쯤 있고 나면 그녀에게서 '벗어나고' 싶어지니까요. '이젠 가볼께'라는 말을 해도 그녀가 서운해하지 않을 타이밍을 잡고 잡고 잡다가 결국 하룻밤 새고 이틀밤 새고 다음날까지 같이 있게 되면 정말 혼자가 되고 싶단 말이죠. 나와 대등한 사람과 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의 장점은 이미 사라져버렸고, 그게 얼마나 엿같은건지만 계속 느껴진단 말이죠. 



 6.그리고 나서 캬바쿠라에 가면? 미친 여자들이 술도 따라주고 굽신거리는 걸 겪으면 '그래 역시 이거지. 일반인 만나는 거보다 이게 백배 낫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나 위에 썼듯이 열탕이나 냉탕의 좋은 점은 그곳에 막 몸을 담궜을 때뿐이거든요. 그렇게 술집에서 30분쯤 있으면 다시 지겨워지고 일반인 여자를 보러 가고 싶은 거죠. 


 하지만 이건 좋은 거예요. 내게만이 아니라 세상에게도 말이죠. 이렇게 바꿔가면서 만나면 그순간 내가 보는 여자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거든요. 최선을 다해서 기분좋게 만들어 줄 수 있단 말이죠. 계속 똑같은 사람과 같이 있게되면 웃음도 안 나오고 무뚝뚝하고 부루퉁한 상태로만 있게 되니까요. 하지만 결혼을 하게 되면 계속 다른 상황에 던져지는 '전환'을 겪을 수가 없단 말이죠. 그건 뭐랄까? 같은 상황을 계속 겪는 건 나를 매우 재미없고 기분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거든요. 나는 지겨운 상황이 지겹다고 느끼는 게 아니라 같은 상황이 이어지는 걸 지겹다고 느끼니까요.



 7.어쨌든 그래요. 나도 충실한 사람이 될 수 있지만 그건 상황이 계속 바뀌어야만 가능한 거란 말이죠. 


 그래서 결혼생활을 충실히 하는 사람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내막은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내게 보여지는' 한도 내에서 결혼생활을 계속 충실하게 하는 사람 말이죠. '결혼을 했다는 상태'를 몇년...몇십년이나 이어간다는 건 인내력이 매우 강한 사람인 거예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37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3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477
110530 [초바낭] 이분들, 넷플릭스에 아이리쉬맨 올라온 건 알고 듀게질 하시나요 [33] 로이배티 2019.11.27 1209
110529 한 아세안 정상회의 바낭- 좋았던 거, 귀여운 거 [3] 보들이 2019.11.27 627
110528 미국에 내정간섭한 나경원의 패기 [4] 왜냐하면 2019.11.27 816
110527 정경심 교수 2차 공판 [8] 칼리토 2019.11.27 878
110526 이런저런 잡담...(돈, 조국일가) [1] 안유미 2019.11.27 524
110525 오늘의 영화 전단지 <뮤직 박스> [3] 스누피커피 2019.11.27 345
110524 지하철의 민심.. [4] 존재론 2019.11.27 912
110523 문희상 국회의장이 1+1+α 안. 이른바 문희상 안 [7] McGuffin 2019.11.27 526
110522 노아 바움백의 결혼이야기를 보고(스포 약간) [2] 예정수 2019.11.27 684
110521 [도와주세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한국에서의 이용에 관한 질문 [20] iggy 2019.11.27 5927
110520 [넷플릭스바낭] 괴상한 로맨스물 '너의 모든 것'(=You)를 봤습니다 [4] 로이배티 2019.11.27 765
110519 "다운튼 애비"는 영화관에 개봉안하나요? [2] 산호초2010 2019.11.27 503
» 이런저런 일기...(결혼과 전환) [2] 안유미 2019.11.27 583
110517 내가 하지 않은 말을 한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 (KEiNER님, 휴먼명조님 두 분에 대해) [3] an_anonymous_user 2019.11.26 1039
110516 "日 아키바 다테오 사무차관이 문서로 사과" skelington 2019.11.26 579
110515 [겨울왕국2] (스포) 2회차 감상 및 잡담 [3] maxpice 2019.11.26 597
110514 11월 문화의날 어떤 영화를 볼까요? [4] 왜냐하면 2019.11.26 528
110513 대차대조표가 안 맞는데, 사과할 리가 [9] 휴먼명조 2019.11.26 1059
110512 겨울왕국, 현실의 자매애란(우울 주의) [13] 산호초2010 2019.11.26 1041
110511 어휴.. 머저리들 조국비토가 문재인 정권 비토로 이어지네.. [3] 도야지 2019.11.26 64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