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기대감)

2020.02.01 00:50

안유미 조회 수:389


 1.온몸이 피곤하네요. 오늘은 불금이 아니라 그냥 평화로운 금요일을 보낼까...하다가 결국 나갔다 왔어요. 금요일 밤을 그냥 날려버리긴 싫어서 나간건데...뭐 얻은 것도 없이 돌아왔네요.



 2.결국 나이가 들면 열광이 아니라 평화를 만끽하며 시간을 보내는 게 최선이 될 것 같아요. 아무리 놀고 싶어도 체력이 없으면 놀 힘이 없고 기력이 없으면 놀 의욕도 없으니까요. 



 3.뭐 생각해 보니 그래요. 예전에는 스탠드얼론형 인간이랄까...그냥 하고 싶은 것을 하면 재밌었거든요. 그냥 그날그날 스스로 하고 싶은 걸 하며 지내면 재미있게 보낼 수 있었죠. 이제는 행복한 기분을 느끼려면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한 무언가를 하는' 거라는 조건이 필요해요.


 듀게나 페북을 보면 타인이 내게 멋대로 기대하는 것이나 멋대로 부여하는 역할에 큰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분명 있어요. 나 또한 그런 것이 매우 귀찮다고 생각했고 아직도 그런 편이긴 하지만, 이젠 때로는 그래요. 누군가가 내게 멋대로 기대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다른 사람에겐 기대하기를 포기한 것을 기대해올 때 그걸 멋지게 이루어주는 것이 행복일 때도 있다고 말이죠. 다른 사람에겐 어차피 기대해봤자 소용도 없으니까 포기한 무언가를 나에게 기대한다는 게, 남자에겐 행복한 일이니까요.


 사실 말이란 게 아 다르고 어 다른 거니까요. 타인의 기대에 멋지게 어울려주는 것과 타인에게 이용당하는 호구가 되는 건 종이 한장 차이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특히 남자들은요. 



 4.휴.



 5.아마 나같은 사람들이 나중에 결혼하는 이유는 스탠드얼론형으로 잘 돌아가던 엔진이 힘을 잃어갈 때겠죠. 어렸을 때는 24시간 내내 체력, 정력, 기력이 계속 샘솟는 듯한 엔진을 품고 있는 것 같았지만 나이가 들면 그 엔진이 24시간 내내 생산량▷활동량이 되지가 않으니까요. 아무리 많이 움직이고 다녀도 에너지의 생산량이 늘 활동량을 웃도는 시절, 한번 자고 일어나면 에너지가 100% 회복되던 있었지만 이제는 그 정도는 아닌 거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결혼하면 안 되겠죠. 왜냐면 남자는 에너지가 남아돌면 반드시 쓸데없는 짓을 하거든요. 쓸데없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엔진이 완전히 가동을 멈췄을 때 결혼해야 좋은 남편이 될 수 있겠죠.



 6.그리고 이런 말을 하는 건 지금이 하필 독감 시즌이라서 그럴 수도 있을거예요. 감기와 독감, 그리고 코로나바이러스 세개가 맴도는 시기니까요. 이젠 감기도 나았고 딱히 다른 병에 걸린 것도 아닌데 나갔다만 와도 이상하게 피곤한 기분이예요. 늘 몸살에 걸려 있는 기분이고요. 



 7.어쨌든 열심히 살아야죠. 열심히 사는 거 말고는 할 것도 없으니까요. 늘 쓰듯이, 그냥 살아있는 것보다는 차라리 열심히 사는 게 덜 심심하거든요. 


 그리고 요즘은 다른 이유도 있어요. 열심히 살아야만 기대에 걸맞는 사람이 될 수 있으니까요. 기대받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외로운 일이거든요. 특히 남하고 잘 지낼 수 없는 사람은 더욱 그래요. 남하고 잘 어울릴 수 없는 사람은 '누구에게 기대받는가'와 '어떤 것을 기대받는가'에 따라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을지 없을지가 갈리니까요. 


 게다가 나이가 들면 더욱 그래요. 누구에게 뭘 기대받느냐가 그 사람을 설명해주는 유일한 것이 되거든요. 사람들과 잘 어울릴 줄 알아서 잘 지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람들에게 무언가의 기대를 받는 것이 사람들과 잘 지내는 방법인 사람도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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