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이게 원리는 넷플릭스 같은 거죠.

멀쩡한 디스플레이에 준수한 인터넷 연결 성능만 되는 기기만 있으면 그 기기의 그래픽 성능과 상관 없이 게임을 실시간 영상으로 송출 받으며 게임을 즐기는 서비스입니다.

이게 완벽하게 현실화된다면 게임계의 천지개벽, 말 그대로 '게임 체인져'가 될 수 있죠.

어차피 게임 실행은 회사 서버에서 되고 게이머는 영상만 받아보면 되는 방식이니 비싼 그래픽 카드도, 별도의 게이밍 콘솔도 필요가 없잖아요.

걍 적당한 태블릿이나 폰이랑 컨트롤러, 혹은 티비와 컨트롤러만 있으면 그냥 게임을 할 수 있는 겁니다. 그것도 상당히 고퀄로.


물론 서비스 제공 업체에 돈은 내야겠구요. ㅋㅋㅋ


이런 서비스의 개념은 거의 10년도 더 전부터 있었을 거에요.

저만해도 난생 처음 iptv 가입했을 때 분명히 스트리트 파이터 같은 게임을 셋탑으로 스트리밍 플레이 할 수 있었던 기억이 있거든요.

하지만 인터넷 속도의 문제, 그리고 인풋랙(게이머의 조작이 아득한 거리를 건너 서버에 도착하고, 연산 처리된 후 다시 게이머의 화면으로 돌아오기까지 걸리는 지연 시간)의 문제 등으로 오랫동안 대중화되지 못 했고. 최근 들어서야 이제 구글, 엔비디아, 마이크로 소프트가 본격적으로 돈 받고 서비스를 하기 시작했어요.



서론이 너무 기네요.



암튼 저는 마이크로 소프트에서 서비스하는 '엑스 클라우드'라는 걸 이용해봤지요. 지금 베타 서비스 중이고 제가 조건이 맞아서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폰에다가 스트리밍 앱을 깔고 서비스 이용 중인 계정으로 로그인한다.

갖고 있는 컨트롤러를 블루투스로 폰과 연결한다.

목록에 뜨는 게임 중 하나를 골라서 실행한다.


...까지 하고 나면 잠시간의 로딩 시간이 흐른 뒤 (집에서 엑박 콘솔로 실행할 때의 로딩 시간과 비슷합니다)

집에서 엑박으로 돌리는 것과 똑같은 게임 실행 화면이 폰에 뜹니다.

그럼 그냥 하면 돼요. 간단하죠?



근데 정말 놀랐네요.

인풋랙, 그러니까 제가 하는 조작이 게임 안에서 반영되는 데 걸리는 지연 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ㄷㄷㄷㄷ

일부러 좀 부하가 걸리고 조작에 민감할 게임만 골라서 해봤거든요. 헤일로5, 기어즈5, 포르자 호라이즌4에다가 덤으로 그냥 플레이그 테일.

그런데 인터넷 접속 상태(전 집 와이파이로 했습니다. KT 500메가 인터넷 가입했을 때 받은 기본 공유기 쓰구요)에 문제만 없으면 그냥 게임기로 돌리는 거랑 거의 차이가 없게 돌아가요. 일부러 캐릭터를 그냥 세워 놓고 있다가 스틱을 툭툭 건드려가며 지연 시간 테스트도 해봤는데 거의 문제 없음.

와이파이 감도가 좀 약한 곳으로 이동해서 해 보니 화면과 소리가 끊기긴 하던데 그거야 뭐 당연한 거구요.


그래픽 퀄리티도... 애초에 4K나 2K 해상도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게임을 작은 폰화면에서 돌리니 화질 열화가 있어도 거의 눈에 안 띄는 수준이었고.

암튼 그렇습니다. 한 마디로 '그냥 잘 됨. 게임 충분히 할만 함' 이라고 요약이 되네요.



실제로 해 보기 전까진 이게 당연히 엄청 시기상조의 서비스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지금 첫 서비스를 앞둔 베타 서비스에서 이 정도 퀄리티면 한 4~5년 뒤. 28GHz 적용된 5G 서비스 같은 게 보편화되면 거의 일말의 아쉬움도 찾기 어려워질 것 같네요. 허허. 언젠가 오기는 하겠지... 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미래가 사실은 코 앞에 와 있다는 걸 깨달은 기분입니다. 



다만 한 가지 좀 치명적인 문제는 있어요.

이 게임들이 원래 대형 모니터나 티비로 즐기도록 만들어진 게임들이라 폰 화면으로 하려면 뭔가 흥이 덜 나고 눈이 빠집니다. ㅋㅋㅋ

그래서 전 이걸로 뭘 더 해 볼 생각은 없는데, 뭐 이런 부분은 이제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가 대중화되면 게임 제작사들이 충분히 해결해줄 수 있는 부분이니 해결은 시간 문제겠죠.



암튼 참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 근데 어제 또 갑작스럽게 KT에서 마소와 거의 비슷한 형식의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를 곧 시작한다고 선언했죠. 요금도 더 싸고 마소는 뚫지 못 했던 iOS 마켓 진출까지 성공한 모양이에요. 역시 한국에서 마소는 게임으로 돈 벌 생각을 하면 안 되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ㅋㅋㅋ

 다만 KT가 과연 인풋랙 문제를 마소 수준까지 해결해냈을지는 두고 봐야할 것 같구요.



 ++ 마소의 엑스 클라우드 서비스는 현재까진 안드로이드 시스템에서만 돌아갑니다. iOS로는 애플이 불허해서 (사업상 견제의 의도라고들 많이 해석하더군요) 출시를 못 하구요. PC 버전은 서비스 예정이긴 한데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없습니다. 한 가지 웃기고 슬픈 건 제가 서피스 프로 유저인데요. 이게 어디까지나 제품 분류상으론 태블릿 아닙니까? 키보드도 쓰려면 따로 사야 하는 물건이잖아요. 근데 깔려 있는 OS가 그냥 윈도우이다 보니 PC로 분류가 되어서 지금은 이 서비스를 못 씁니다. 망할 마소놈들. ㅠㅜ



 +++ 엑스 클라우드 광고 영상입니다.



 한국 마소가 손을 놓고 있는 게이밍 관련 홍보를 SK텔레콤이 해 주고 있어 엑박 유저들에겐 웃기고 슬픈 상황입니다. ㅋㅋㅋ

 무려 김연아도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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