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콜 오브 크툴루' 게임들이 몇 개 됩니다. 헷갈리게도 제목이 다 저거고 그 뒤에 부제가 붙든가 하는 식인데 이번에 제가 플레이한 건 2018년에 나온 '콜 오브 크툴루: 디 오피셜 비디오 게임'이에요. 부제가 좀 폼이 안 나게 너무 정직한... ㅋㅋㅋㅋ 소설 원작이 있는 건 아니고 걍 러브크래프트 세계관으로 창작해낸 스토리라더군요.




 관심 있으신 분은 트레일러부터 함 보시고 글을 읽으시는 게 이해가 빠르실 듯 하여 준비했습니다.

 그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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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셜록 홈즈스런 분위기의 주인공 일러스트 좌우로 보이는 문어 다리들이 포인트)



 - 배경은 1차 대전이 끝나고 2차 대전이 벌어지기 전의 언젠가... 정도이구요. 주인공은 보스턴에서 사립 탐정으로 일하는 참전 용사 에드워드 피어스씨입니다. 생계를 위해 보수 괜찮은 일 하나를 덥썩 물고 '다크워터'라는 외딴 섬을 향하죠. 여기서 화가 일을 하며 살던 갑부집 딸이 죽었는데, 아빠 생각엔 그게 정황이 영 이상하다고 해서 진상을 밝혀달라... 뭐 이런 의뢰였는데. 당연히 그 섬은 이상할 정도로 햇빛 한 번 안 드는 음산한 곳이겠고, 마을 사람들은 다 뭔가 꿍꿍이를 숨기고 주인공에게 적대적이겠고, 사건을 조사하다 보면 점점 괴상한 심령 현상 같은 게 나타나고 주인공은 환각에 시달리며 내가 미친 건지 제 정신인 건지 헷갈리고 뭐 그러겠죠. 언젠간 괴이한 해산물들이 등장할 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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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링으로 대충 주워온 스샷이라 이렇고, 실제로는 현지화가 잘 되어 있습니다. 한글 자막으로 나와요)



 - 스토리는 대략 저렇고, 게임의 장르는 대략 이렇습니다. 

 위 짤 한 장으로 이미 이해하셨겠지만, 1인칭 시점으로 돌아다니며 단서 모아 진행하는 추리 게임... 그러니까 옛날 말로 그냥 어드벤쳐 게임이에요. 

 아주 가끔은 잠입 게임 흉내도 내고, 저엉말 한 두 번 정도는 총질도 해보고 그럽니다만. 실제 게임플레이의 90% 정도는 걍 걸어다니며 클릭 가능한 물건들을 찾아 클릭해보다 보면 다음으로 진행 되는 방식의 단순 어드벤쳐 게임이죠. 심지어 이런 장르의 필수처럼 여겨지는 퍼즐 풀이도 몇 번 안 나옵니다. 산책 & 표시되는 오브젝트 클릭이 거의 전부이니 그냥 단순도 아니고 초단순 어드벤쳐랄까... 그렇습니다. ㅋㅋㅋ


 이게 이 게임의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게임이 되게 쉬워요. '섬'이 배경이라고 하니 오픈 월드 같은 걸 상상하실 분도 있을 텐데, 그냥 스테이지 방식입니다. 챕터당 하나의 스테이지가 주어지고 그 안에서 끝을 보는 건데 그 무대가 아주 좁아요. 무대간 이동은 컷씬으로 넘기구요. 그래서 이런 게임을 좀 피곤하게 만드는 '길찾기' 스트레스가 아예 존재하지 않습니다. 매우 편해서 좋긴 한데, 좀 싱겁죠.


 또 이런 좁은 무대가 앞서 말했듯 액션도 퍼즐도 없는 단순 '클릭할 것 찾기' 게임플레이와 연결이 되니 쉬움과 쾌적함을 넘어 싱거움까지 느껴집니다. 제가 원래 잠입 플레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데, 한참 걷기랑 읽기만 하다가 잠입 파트가 나오니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라고 하면 말 다 했죠. ㅋㅋㅋ


 뭐 그래도 이토록 단순하다 보니 보통 이런 장르 게임들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자주 마주치게 되는 '도대체 내가 지금 어딜 가서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라는 상황을 겪을 일이 없어서 좋긴 하더군요. 아무 생각 없이 쉽게 게임 하나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물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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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등불 들고 헤매다 보면 어느새 다음 챕터로!)



 - 그럼 저렇게 파렴치할 정도로 단순한 물건을 무슨 재미로 즐기냐... 고 한다면 역시 스토리입니다.


 일단 이런 어드벤쳐류, 그것도 환타지풍의 어드벤쳐 게임들이 겪는 난제 하나가 '세계관'을 설득력 있게 만들어서 게이머들에게 전달해주는 건데, 이 게임은 제목 그대로 '오피셜' 크툴루 게임이기 때문에 그 과정이 생략이 됩니다. 어차피 이런 듣보잡 게임(...)을 돈 주고 사서 플레이할 사람이면 대부분 러브크래프트 팬이거나 크툴루 관련 지식이 있는 사람들일 테니 굳이 자세히 설명할 필요 없이 크툴루 신화에 나오는 단골 소재들 적당히 조합해서 던져주면 알아서 이해하고 즐거워하겠죠. 저도 그랬구요.


 그리고 그렇게 유명하고 탄탄한 세계관이 있으니 거기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그냥 적당히 매끄럽게 흘러가기만 해도 평타 이상의 평가는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실제로 저도 '스토리는 이 정도면 인디 어드벤쳐들 중엔 상급이네' 라고 생각하며 플레이했거든요. 근데 엔딩 보고 나서 생각해보면 진짜 크툴루 신화 빼면 남는 게...? ㅋㅋㅋ


 암튼 뭐랄까. 보통의 게임들이 게임플레이 시스템을 먼저 생각해내고 거기에 맞춰 스토리를 얹는다면, 이 게임은 스토리를 짠 다음에 거기에다가 스토리를 망치지 않는 선에서 대애충 게임플레이를 얹은 듯한 느낌입니다. 스토리 우선. 스토리 최우선. 잔말 말고 스토리를 보라고!!!! (버럭!!) 이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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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을 중요한 소재로 쓰고 있는데 개인적으론 아예 그림이 주제였던 '레이어스 오브 피어'보다 이 게임이 나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요. 중론은 그 반대 ㅋㅋ)



 -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어쨌거나 러브크래프트의 '분위기'는 꽤 잘 살리고 있다는 겁니다. 스토리 뿐만 아니라 비주얼적으로 그래요.

 대애충 봐도 꿈&희망리스해 보이는 배경과 황폐하고 음침한 건물들, 생긴 것부터 칙칙하고 그로테스크하면서 하는 짓도 그에 못지 않은 등장 인물들. 그리고 게임 내내 등장하는 검은 물의 이미지와 중요한 장면마다 포인트를 넣어주는 괴기한 해산물들까지. 

 아무래도 제작사의 규모와 실력 문제가 있다 보니 막 감탄이 나올 정도까진 아닙니다만, 그런 한계를 감안하면 상당히 잘 해냈습니다.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가는 인물 모델링과 모션 구현 측면에선 아쉬움이 많지만 섬의 풍광 묘사 같은 건 상당히 그럴싸해요. 360 수준 그래픽이라고 많이 까이던데 그건 인물 그래픽 얘기고 전체적으로 보면 나름 꽤 준수하고 적절한 그래픽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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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물 그래픽 수준은 이렇습니다. ㅋㅋ '듣기보다 괜찮은데?'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그나마 이 모델링을 npc들 거의 모두에게 돌려 쓰고 있다는 말씀을 드립...)



 - 뭐 길게 얘기할 게 없는 물건이라 이쯤에서 마무리합니다.

 아무 고민과 스트레스 없이 그냥 걸어다니며 스토리, 분위기만 즐기는 류의 게임이 가끔 땡길 때가 있거든요. 그런 상황인 분들이라면 해보실만 합니다.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역시 그냥 경험치 증진 차원에서 경험해보실 하구요. 아시다시피 오피셜로 크툴루 설정이 팍팍 들어가는 창작물들이 생각 외로 그렇게 많지가 않으니까요. 크툴루'풍'은 찾아보면 꽤 많지만요.

 그 외의 경우라면 그냥 신경 쓰지 마세요. ㅋㅋㅋ 저얼대로 잘 만든 게임 축에 넣어줄 물건은 아닙니다. 




 + 근데 그 크툴루 크리쳐들이 직접 나오는 상황이 별로 없습니다. 다양하게 나오지도 않아요. 대신 그만큼 존재감은 잘 살려줍니다만, 그래도 자주 안 나온다는 거.



 ++ 이런 게임의 필수 요소로 멀티 엔딩이 있습니다. 총 네 가지라는데 러브크래프트 게임답게 보통 말하는 '해피엔딩' 같은 건 아예 없구요. 그 네 가지 중에서 상대 평가로 최고의 해피엔딩을 보려면 공략 보고 따라하기가 필수입니다. 혹시라도 이 게임을 해보고 싶고, 그런데 난 최선의 엔딩을 못 보면 화가 나고... 이런 분들이라면 참고하세요.



 +++ 한때 게임패스에 있었던 게임입니다만, 지금은 없어요. 저는 예전에 엑박 라이브 골드 회원 무료 게임으로 주던 걸 받아놓고 이제 엔딩 봤습니다.

 받자마자 엔딩을 보지 않았던 이유는 인디 게임 특유의 개판 최적화로 프레임이 거지 같아서(...) 견디기 힘들 지경이었기 때문인데, 그동안 패치를 좀 했는지 조금은 나아졌더군요. 이젠 거지 같은 수준은 아니고 그냥 더럽습니다. 그래서 그냥 삭제해버릴까... 했는데 어떻게든 두어시간 버티고 나니 그냥 몸이 적응을 해주더군요. =ㅅ=

 그리고 중요한 건 제가 결국 무료로 플레이한 게임이라는 거죠. ㅋㅋ 스팀에 보니 3만 몇 천원에 팔던데, 그 돈 주고 사서 했음 솔직히 이것보다 많이 욕했을 겁니다. 관심 있는 분들이라 해도 저 값에 사진 마세요. 사려면 만 몇 천원 정도로 세일할 때 사야 그나마 욕이 안 나올 듯 합니다.

 


 ++++ 주인공이 이렇게 생겼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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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내내 이 양반 생각이 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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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님 말구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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