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들 휴가도 끝나셨을 테고 하니... ㅋㅋ 원제는 아래 포스터에 적혀 있구요. 2018년작 스릴러입니다. 런닝타임 101분. 스포일러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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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색해보니 원제는 총의 '구경'을 뜻하는 듯.)



 - 배경은 영국입니다. 임신한 약혼자와 함께 침대에서 깨어나는 주인공. 애 아빠 되기 전에 죽마고우 친구와 둘이 시골 마을로 사냥 여행을 떠나네요. 살짝 터프하고 살짝 비호감이지만 그래도 나쁜 놈은 아닌 듯한 친구놈 & 착하고 순해빠진 주인공. 뭐 이런 조합입니다. 사실 주인공은 사냥도 못 해요. 총 쓰는 법만 아는 정도인데 친구가 꼬셔서 그만.


 암튼 한참 동안 차를 달려 도착한 깊은 숲속 깡촌 마을. 사냥하러 시즌마다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없음 유지될 수가 없는 동네이고 그나마도 쇠락하고 있... 는 건 남의 사정이고 암튼 둘은 신나게 술 마시고 그 동네 예쁜 처자들도 꼬셔서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그 와중에 결정적인 순간에 '사실 난 약혼자도 있고 곧 아빠 될 사람이야'라며 선을 긋고 양심적인 상식이잖아 모습을 보여주는 우리 주인공! ....의 장한 모습은 그리 오래가지 못합니다. 그 다음 날 아침 술이 덜 깬 상태로 사냥을 갔다가 사슴 대신 마을 애를 쏴죽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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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마이 갓...)



 - 글 제목엔 좀 농담처럼 적어 놨지만 '지옥에서 보낸 휴가'는 사실상 이미 존재하는 하위 장르가 맞죠. 넷플릭스의 영화 소개 태그들을 봐도 종종 보이구요. 또 실제로 이런 스토리의 영화들이 되게 많기도 하구요.

 근데 이건 정말로 하위 장르 같은 건 아닙니다만, 이 영화는 제가 되게 보기 힘들어하는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류의 다른 카테고리에 또 속해 있습니다. '결국 들통날 거짓말을 하는 주인공' 류의 이야기요. 결국 주인공들은 시체를 숨겨 놓고 마을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다 도망치기로 결정을 하는데, 계속해서 일이 꼬여 마을에서 탈출을 못 할 상황이 생겨나구요. 그렇게 점점 조여오는 상황 속에서 곧통 받으며 망가져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구경하는 영화입니다.


 사실 시놉시스만 봤을 땐 전혀 기대를 안 했어요. 또 뭐 자극적, 극단적으로 흘러가다가 마지막에 어설픈 반전 하나 얹어주고 끝나는 전형적인 넷플릭스 양산형 스릴러 같은 거겠지... 하면서 봤거든요. 그러면서 왜 봤니 그런데 아니었어요. 의외로 궁서체로 진지하게 만든 영화이고, 완성도가 꽤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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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출발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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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렇게 되는 이야기... 라고 요약 가능하겠네요.)


 

 - 일단 스토리상에 비약이나 무리수 반전 같은 게 전혀 없습니다. 이미 시작시 상황 자체가 매운 맛이긴 하지만 거기에 무리해서 조미료를 치지 않아요. 그저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실제로 그랬음직한 방향으로만 차근차근 흘러가는 이야기인데, 말했듯이 사실은 그것 자체가 이미 엄청 위험하고 암울한 상황이잖아요. 그러니까 '니가 실제로 이런 짓을 저지른다면 이런 압박을 받으며 이렇게 힘들 것이다'라는 걸로 보는 사람을 괴롭히는 영화에요.


 그리고 캐릭터들을 의외로(?) 정성들여 잘 짜 놓았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주인공은 아주 상식적이고 선량하게 괜찮은 놈이에요. 한 번 잘못된 판단을 내리긴 했지만 순간의 실수로 받게 될 거대한 처벌을 생각해보면 순간적으로 그런 유혹에 빠질만도 하다는 생각은 들구요. 또 그렇게 '원래는 착한 놈'이기 때문에 이후에 이 녀석이 내내 겪는 정신적 고통도 어느 정도는 공감이 됩니다. '나라고 해도 그랬겠다' 까진 아니어도 '저 상황이면 나도 참 힘들겠네' 정도까진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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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징징 울기만 하는 주인공이 민폐 진상으로 안 보이고 공감이 됩니다.)


 친구 녀석도 뭐 호감은 안 가지만 '그래 저럴 수 있겠네' 싶을 정도로는 캐릭터 묘사를 해주고요. 결국 이 놈이 주인공에게 거짓말을 부추기는 놈이긴 한데, 거기에 대한 핑계도 훌륭하게 다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 녀석 입장에선 친구 구하려다 자기 인생까지 대차게 꼬이게 된 상황이라 이후로 내내 주인공에게 짜증부리는 것도 이해가 가요.


 거기에다가 동네 사람들 묘사가 또 괜찮습니다. 흘러가는 대사들로 마을 상황들, 주민들의 캐릭터와 관계 이런 것들이 내내 충분히 묘사가 되고 배우들 연기도 좋아요. 그리고 여기저기 꼭 필요하진 않은 캐릭터나 반드시 나올 필요는 없는 장면들... 같은 TMI 들이 있는데 이게 또 그냥 잉여가 아니라 이야기에 현실성을 강화해주는 방향으로 잘 쓰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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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은 그냥 사진으로만 보는 것이 좋습니다.)



 - 마지막으로 또 훌륭한 건 공간 묘사입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울창하고 음습한 숲이라는 배경 자체가 또 아주 중요한 캐릭터로 작용을 해요.

 이야기상으로는 주인공들이 처음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데 있어 아주 큰 역할을 해주고요. (솔직히 저기다 묻어버리면 그걸 어떻게 찾냐...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 내내 이어지는 어두컴컴하면서도 위험하고 비정한 분위기를 잘 살려주고요.

 마지막으로 주인공들이 빠져 버린 마음 속 벗어날 수 없는 지옥의 이미지를 잘 구현해 줍니다. 

 원래 숲이 주무대가 되는 영화들은 그냥 보고만 있어도 피곤해서 안 좋아하는 캠핑 혐오자인데요. 이 영화는 보면서 피곤해져야 하는 영화이니 뭐. ㅋㅋ



 - 암튼 그래서 대충 이런 영홥니다.

 '일단 니가 이런 사고를 쳤다 치자'는 시작 이후로는 큰 과장 없이 리얼한 느낌으로 관객들을 괴롭히고 압박하는 스릴러 영화입니다.

 배경 설정과 캐릭터들에 꽤 공을 들여서 불량식품스런 맛 없이도 충분한 긴장감을 끌어내줘요. 현실에서 니가 그 정도 사고를 쳤다면 반전이나 헐리웃 장르 빌런 없어도 죽도록 고통스러울 거다... 라는 거죠. ㅋㅋ

 뭐 반대로 말하자면 이야기 자체는 좀 밋밋하다는 게 되어서 호불호는 갈릴 수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팔랑팔랑 가볍게 관객 낚을 떡밥과 트릭에만 전념하는 양산형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릴러들에 비하면 군계일학급 영화 아닌가 싶었습니다. 재밌게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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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 원래는 넷플릭스와 관계 없이 만들어진 영화였는데, 영화제에서 첫 공개를 한 후 넷플릭스가 낼름 집어가서 '오리지널' 붙이고 공개된 케이스입니다.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데 이것만 9년을 준비하다가 정말 간신히 만들어냈다네요. 오오 의지의 사나이... 인데 3년이 지난 지금도 차기작 정보는 없습니다. ㅋㅋ



 ++ 그동안 썸네일로만 스쳐 지나가면서는 '리추얼'과 비슷한 영화 아닐까 했었는데요. 전혀 1도 비슷하지 않은 영화였어요. 그냥 지옥에서 보낸 휴가 + 숲 + 남자 친구들. 딱 여기까지만 비슷하네요.



 +++ '알반 아일러'라는 축제가 언급이 계속 되는데 설명이 안 나와서 검색을 해봤더니 Alban Eiler. 웨일즈 지방에서 '춘분'을 부르는 말이었나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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