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0년작입니다. 61년 묵었으니 저 죽을 때쯤엔 100주년도 맞겠네요. 흑백 영화, 런닝타임은 88분이고 당연히 스포일러는 안 적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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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만 봐선 복면녀가 빌런인 것 같습니다만.)



 - 영화가 시작되면 '아 이거 섬찟하라고 만든 음악 같은데 참 흥겹고 정겹네'라는 느낌의 배경 음악과 함께 주요 스탭들이 자막으로 소개되구요. 잠시 후엔 한밤중에 호올로 차를 몰고 어딜 가는 여성의 모습이 보입니다. 지나가는 다른 차의 불빛에 깜짝깜짝 놀라구요. 잘 보니 뒷자석엔 얼굴이 안 보이는 누군가가 코트 차림으로 앉아 있는데... 시체입니다. 외딴 곳에 도착해서 강물에 그 시체를 버리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며 화면 전환.

 

 뭔가 '귀빈' 같은 분들을 홀에 모아 놓고 강연을 하는 대학 교수의 모습이 보입니다. 대충 인체 이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의 뭔가를 대충 이식해버리면 본체가 거부 반응을 일으켜서 힘든데 뭐 그걸 초강력 엑스레이로 억제할 수 있는데 다만 그 엑스레이를 쓰면 본체가 죽어버린다고... 음. 그럼 쓸 데 없는 얘기 아닌가요. 암튼 좌중 일동은 박수. 찬양. 뜨거운 함성!!


 뭐... 그냥 핵심만 적으면 되겠네요. 저 박사님 딸이 얼굴을 심하게 다쳤어요. 그래서 대외적으론 죽은 걸로 하고선 가면을 쓰고 집구석에 숨어 살구요. 박사님은 자신의 전공을 살려 길에서 젊은 여성들을 납치해다가 얼굴을 뜯어내서 딸에게 이식한다는 미친 짓을 하고 계신 겁니다. 처음 장면에 나왔던 여성은 박사를 돕는 사람이구요. 네. 이런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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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크리스틴)



 - 일단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쌩뚱맞게도... 화질이었습니다. 올레티비에 있는 고전 영화들 중 거의 대부분이 비디오 테잎을 리핑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썩은 화질과 구린 자막을 자랑하는데요. 이 영화는 화질이 되게 깨끗하고 좋습니다. 블루레이급! 자막도 옛날식 구린 번역은 아닌 것 같구요. 영문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좋으니까 좋은 걸로. 소리도 깨끗해요. ㅋㅋㅋ 이미 보셨어도 옛날에 비디오 테잎 같은 걸로 보신 분들은 한 번 iptv vod를 확인해보시길.


 그리고 그렇게 화질이 좋으니 또 좋은 게, 이 영화가 그림이 상당히 예쁜 영화거든요. 옛날 영화들 보면 대부분의 장면이 실내 내지는 실외인 척하는 실내에서 촬영된 스튜디오 몰빵 작품들이 많은데, 이 영화는 실제로 밖에서 찍은 실외 장면들이 많이 나와요. 그래서 50년대 파리 근교 풍경을 좋은 화질로 구경하는 재미 같은 게 있더라구요. 사실 이게 발동이 좀 늦게 걸리는 영화인데 앞부분은 그런 풍경 구경으로 버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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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가면이 가면이 아니더라구요. 뭔가 마스크팩 같은 느낌이랄까...;)



 - 이야기 자체는 엄청 유명하고 여기저기서 돌림노래급으로 많이 써먹은 이야기죠. 비슷한 설정의 한국 영화도 좀 생각나구요. 그렇게 신선할 건 없습니다만. 그래도 보다보면 뭔가 원조의 품격(...)이랄까. 그런 게 있어요. 일단 60년 묵은 영화스러운 멋이 있습니다. 배우들 연기나 화면을 잡아내는 느낌 같은 게 참 그냥 딱 봐도 고전이거든요. 근데 그 와중에 이야기가 생각보다 세요. 예를 들어 그 '얼굴 시술' 장면을 그냥 직접적으로 막 보여주거든요. ㄷㄷ 61년전 프랑스 호러 영화에 뭐 대단한 특수 효과 같은 게 쓰였을 리는 없습니다만. 그렇게 오래 묵은 영화이다 보니 이런 직접적인 제시가 주는 놀라움이 있구요. 또 특수 효과는 구려도 그 분위기는 아주 불쾌하게 잘 살렸습니다. 역시 원조의 품격! <-


 그리고 의외로 이야기가 그렇게 얄팍하지 않아요. 여기에서 그 교수님은 당연히 악당이고 좀 미친 놈입니다만. 영화는 이 인물을 그렇게 얄팍한 싸이코로 다루지 않습니다. 딸에 대한 집착적인 사랑 부분을 제외하면 이 분은 의외로 멀쩡한 사람이고 종종 그런 인간적인 면모가 부각이 되는 장면들이 나와요. 딸도 마찬가지로 제 얼굴 복구하겠다고 다른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걸 쿨하게 감수하는 그런 인물은 아니에요. 오히려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게 낫지 않냐며 계속 괴로워하죠. 교수의 수하로 여자들 납치해오는 여사님이 그나마 좀 호러 캐릭터이긴 한데... 그 역시 나름 사연이 있구요.


 이렇게 알고 보면 비교적 현실적이고 크게 나쁘지 않은 인물들이 아주 크게 미친 짓을 하고 있으니 당연히 거기에서 드라마가 파생이 되구요. 그래서 미친 의사가 활약하는 공포물보단 그런 드라마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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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런인 듯 빌런 아닌 두 분.)



 - 근데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뭐냐면...


 안 무섭습니다. ㅋ 아니 저엉말로 안 무서워요. 보다보면 당시 기준으로 충격적이었겠다 싶은 비주얼, 충격적이었다 싶은 설정들이 있긴 해요. 예를 들어 여자를 납치해와서 얼굴 피부를 뜯어내는 걸 무슨 다큐 보여주듯 천천히 세세하게 다 보여줍니다. 물론 뜯어낸 후의 얼굴 묘사는 1960년 퀄의 특수 효과로, 그나마도 짧게만 보여주고 말긴 합니다만 특별한 음악도 없이, 빠른 편집도 없이 천천히 그걸 다 보여주고 있으니 당시 관객들은 엄청 고통스러웠겠죠. 그리고 교수&조수 콤비를 인간적으로 그리는 부분도 아마 당시엔 논란거리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선과 악, 흑과 백이 선명하게 갈려야만 하던 시절이니까요. 또 마지막에 딸래미가 내리는 선택과 그에 이어지는 몇몇 장면들도 역시 당시엔 충격적이었을 것이긴 합니다만.

 그게 2021년의 관객들 보기엔 그냥 너무 흔하고, 또 엄청 순한 맛이란 말이죠. 지금 시국에 어떤 '자극'을 기대하고 볼만한 영화는 아닙니다.


 게다가 이야기의 템포도 정말 느립니다. 런닝타임이 88분인데 벌어지는 사건이 많지 않아서 영화가 짧다는 생각이 안 듭니다. 그래서 제가 이 영화를 한 번에 다 못 봤어요. 보다 졸아버려서(...)

 특히 결말은 좀 당혹스러울 정도인데요. 뭔 일이 생길 것처럼 폼 잡다가 그게 그냥 무산되어버리는 순간 남은 런닝타임이 3~4분 정도. 그리고 그 짧은 시간 동안 짧고 (조금) 굵게 뭘 잠깐 보여주고 바로 Fin. 입니다. 스탭롤도 없구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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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뭐 61년 전엔 무서웠겠습니다만...)



 - 근데 그럼 그냥 구린 영화 아니냐. 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세월에 안 씻겨 내려가고 남은 장점이 있습니다.

 일단 영화가 참 예뻐요. 그림 자체도 예쁘게 잡는 데다가 집구석도 예쁘고 딸래미가 입고 다니는 옷도 예쁘고 쓰고 다니는 가면도 예쁘구요. 자기 딸 얼굴 제공할 사람들이니 미녀만 납치해와서 배우들도 예쁘구요. 심지어 비밀 수술실이나 실험용 개들 가둬놓는 우리들까지도 예쁩니다(...) 거기에다가 흑백 영화 특유의 그 갬성까지 더해지니 보는 내내 눈은 호강하는 기분입니다.


 그리고 결말이 좋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21세기 관객 기준으로 임팩트는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만. 마지막에 딸래미가 내리는 결단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비극, 그걸로 인해 깔리는 슬픈 정서와 신비로운 느낌의 마지막 장면까지. 너무 짧고 갑작스럽다고 투덜거렸지만 덕택에 임팩트는 좀 더 강해진 것 같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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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령인 듯 유령 아닌, 그냥 신비롭고 아름다우신 그 분)



 - 그러니까 뭐랄까...

 호러도 좋아하지만 고전 영화(분위기)도 좋아하고 동시에 흑백 영화 갬성을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보실만 합니다.

 이 세 가지를 모두 좋아하셔야 이 순한 맛 느릿느릿 영화를 끝까지 보고, 또 보고 나서 욕을 안 하실 수 있을 거에요. ㅋㅋ

 이런 이야기의 '원조'격을 확인한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분들도 한 번 도전(?)해볼만 하겠구요.

 다만 이게 지금 봐도 '재밌는' 영화냐... 라고 묻는다면 글쎄요. 솔직히 그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도 결말 조금 전까지는 아니 뭐 이건 그냥 그 시절 기준으로만 좋았던 영화구나... 하고 봤어요. 결말과 라스트씬 덕에 최종 평가가 많이 상승했죠.




 + 61년전 영화이니 다른 배우들이야 말 할 것도 없고. 주인공 크리스틴을 맡으셨던 배우님은 재작년에 돌아가셨네요. 활동도 꾸준히 계속 하셨구요. 보니깐 '홀리 모터스'에도 출연하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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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늦게나마 명복을 빕니다.



 ++ 근데 정말 나오는 거의 모든 인간들의 스타일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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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다못해 납치 당해 얼굴 뜯기시는 분들도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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