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7년작이고 런닝타임은 101분. 장르는 SF 액션입니다. 스포일러... 음... 없는 걸로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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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름 옛스러운 멋이 있는 포스터 아닙니까)



 - 배경은 2019년. (2017년인 줄 알았는데 포스터를 보니!) 미국은 대략 망했습니다. 국가가 망해 사라진 건 아니고 백성들 삶이 망했어요.

 그로인해 벌어지는 빈번한 시위, 폭동 등을 예방하기 위해 정부는 방송국과 결탁해 자극적인 쇼들을 만들어 틀어대기 시작하고 그 정점에 '런닝맨'이란 프로가 있습니다.

 정부로부터 제공 받은 범죄자들을 출동시킨 후 방송국이 제작한 거대한 셋트 안에 풀어 놓고 세 시간 동안 도망다니게 만드는 거에요. 뭐 어차피 세트 안에 카메라가 빼곡히 설치되어 있으니 '도망'이란 말이 무색하게 정해진 시간마다 '스토커'라 불리는 사냥꾼들이 중무장을 하고서 반짝반짝 쫄쫄이 점프수트 외엔 아무 것도 없는 도망자들 위치에 정확하게 나타나긴 합니다만. 암튼 그 '스토커'들을 다 무찌르고 피해서 살아 남으면 죄는 사면되고 두둑한 상금까지 받아서 풀려난다... 라는 조건이고 실제로 그렇게 살아남은 사람들도 있다네요. 


 우리의 주지사님은 이번엔 경찰입니다. 시위 제압을 위해 파견되었는데 비무장 평화 시위 중인 시민들에게 발포하라는 상부의 명령을 어기는 바람에 민간인 학살의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갇혔네요. 일단은 괴상한 트릭을 써서 동료 둘과 함께 탈옥에 성공합니다만. 곧 붙들려서 '런닝맨'의 게스트가 될 팔자라는 건 자판 두드리는 시간이 아까울 일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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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 호스트 아저씨의 열연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아놀드 시리즈(?) 글을 쓰다가 다른 영화 추천도 하나 받았습니다만. 아마 그건 안 볼 것 같아요. 그건 안 보고 이건 본 까닭은 이게 제 '못 본 추억의 영화'이기 때문이죠. 요즘 제가 봐대는 옛날 영화들, 각종 시시껄렁한 영화들은 대부분 다 그런 이유로 보는 겁니다. 어려서 보고 싶거나 관심이 있었는데 못 봐서 껄쩍지근한 기억으로 남은 영화들 해결하고 있어요. ㅋㅋ


 암튼 이 영화도 포스터나 스틸샷들은 참 많이 봤는데 당시에 못 본 영화였고. 그래서 몇 년 뒤, 93년에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원작 소설을 사서 읽게 되었죠. 다들 아시다시피 스티븐 킹의 소설입니다만. 이 소설을 상당히 재밌게 읽어서 영화에 대한 환상도 계속해서 유지가 되었는데요. 사실 영화는 기본적인 '런닝맨 게임'의 설정만 아주 살짝 따와서 만든 전혀 상관 없는 이야기라는 건 영화를 보면서야 알았습니다. 애초에 주인공을 아놀드가 맡았다는 시점에서 눈치를 챘어야 할 부분이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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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킹 소설이 이럴 리가 없잖습니까. ㅋㅋㅋ)



 - 101분 밖에 안 되는 런닝타임 중에 아놀드 아저씨가 게임을 시작하기까지 45분이 걸립니다. 성실하고 정의로운 경찰이 어쩌다 범죄자가 되었는지, 어떻게 탈주했는지, 시민들은 대충 (정말 대애충!) 어떻게 살고 있고 나라 꼴이 어떤 모양인지, 그리고 어떻게 다시 잡히게 되는지를 보여주는데 런닝타임의 절반 가까운 시간을 할애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에 벌어질 이야기들에 대해 충분히 빌드업을 해주지 못합니다. 각본이 좀, 진솔한 표현을 써서 말하자면 쓰레기에요. ㅋㅋㅋㅋ 거기에 연출도 싼티가 좔좔. 이야기엔 설득력은 고사하고 긴장감도 전혀 없구요. 캐릭터 묘사도 정말 바보 같습니다.


 그러니까 주인공만 놓고 말하자면, 시작 부분 헬리콥터에선 진중한 경찰관이었던 양반이 감옥 장면에선 갑자기 탈옥 영화의 주인공이 되었다가 탈출 후 도시를 헤매고 여주인공을 만나는 장면에선 그냥 80년대식 근육 바보 마초남이 됩니다. 특히 근육 바보 마초남 부분을 보고 있노라면 '음. 얜 원래 그냥 범죄자의 피를 타고났구나'라는 생각까지 들어요. 도망다니는 처지를 감안하더라도 완전 불량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놈처럼 행동하거든요.


 근데 그 와중에 의외로 괜찮은 게 하나 있으니, 그 초현실적 막장 프로그램 '런닝맨'쇼에 대한 묘사입니다. 무의미하게 야한 차림으로 야한 춤을 추는 댄서들, 아주 기름지기 짝이 없는 드립을 날리며 쇼를 진행하는 사회자 아저씨, 그리고 거기에 신나게 호응하는 방청객들 모습까지. 이 부분 묘사가 의외로 괜찮아서 감독님이 원래 이런 프로그램 연출하던 사람이거나 최소한 이런 쇼 매니아가 아니었나... 라는 의심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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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요 톱10의 추억이 새록새록)



 - 그리고 이제 '런닝맨'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역시 또 좀 쌩뚱맞은 재미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게 일종의 데스게임이자 능력자 배틀물이에요. ㅋㅋㅋ 진짜 초능력자가 나오는 건 아니지만 주인공이 상대하는 '스토커'들은 모두 특징적인 무기 하나와 특징적인 차림새를 하고 나와서 날뛰고. 그걸 우리 아놀드 아저씨가 초현실적인 근력과 운빨 끝내주는 지형지물 활용으로 하나씩 물리쳐가는 이야기인 거죠. 

 솔직히 액션 연출은 80년대 범작과 졸작 사이 B급 액션 영화들의 수준을 조금도 넘어서지 못합니다만. 그냥 그 빌런들의 과장된 차림새와 무기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저엉말 80년대 느낌으로 유치찬란 고색창연한 차림새를 한 덩치 큰 아저씨들이 나오는 코스프레 쇼라고나 할까요. 얼음 바닥 무대에서 무기로 개조된 아이스하키 장비를 들고 설치는 놈, 제트팩과 화염 방사기로 무장하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놈, 단순하게 커다란 전기톱 든 아저씨, 몸에 배터리와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을 달고 양 손으로 전기를 뿜어내서 공격하는 놈 등등. 정말 말도 안 되고 유치한 빌런들이 줄줄이 나오는데 정말 그 꼴이 너무 웃겨서 졸릴 틈도 없이 신나게 봤습니다. ㅋㅋㅋㅋ


 그래서 오! 영화가 기대보다 멍청하기도 하지만 또 기대보다 훨씬 재밌네! 라면서 잘 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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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기고를 몸에 다는 게 물론 특이해보이긴 합니다만. 저러고 어떻게 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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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쟁이 화염방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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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력이 철철 넘치시던 크리스마스 트리맨!)



 - 막판에 '이제부터 반격이다' 부터는 또다른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별다른 줄거리 없이 액션만 이어지는 중반부 때문에 잠시 까먹고 있었던 사실을 되새기게 되는 거죠. 이 영화의 각본이 지인짜 바보 같다는 것!!!

 그냥 말이 안 돼요. 마치 작가가 미리 런닝 타임을 정해놓고 '막판 20분 남겨놓고 어떻게든 수습하기!' 미션을 수행한 결과물 같다고 해야 하나. 아님 그냥 해도해도 안 되니까 다 포기하고 막 던져 버린 전개라고 해야 하나. 갑자기 주인공과 여주인공이 뇌를 갈아 치우고 나온 듯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서 쌩뚱맞은 행동들을 계속 하는데 그게 너무나도 상식 밖이어서 그냥 즐겁게 보게 되더라구요. 심지어 이 부분은 액션도 더 멍청해져서 두 배로 즐겁습니다. '못말리는 람보'의 총격전 장면이 패러디 개그가 아니라 그냥 이 영화의 재연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 이게 '프레데터'와 같은 해에 나온 영화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 충격적인 경험이었습니다. 그 시절 B급 액션 영화들의 유치함을 제가 오해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뭐 이런 생각도 해봤구요. 이 영화는 어쨌거나 당시 기준 나름 액션 대작 축에 들어가는 규모의 영화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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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발랄 유쾌 상쾌 통쾌 액션극으로 급전환!)



 - 뭐 더 길게 얘기해서 뭐하겠습니까.

 원작 '런닝맨'과는 그냥 아예 관계가 없는 영화라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빠방하게 선입금은 받았겠지만 그래도 자기 원작 이야기가 이 모양 이 꼴이 되어서 나온 걸 본 스티븐 킹 할배의 짜증이 막 상상이 되어서 더 웃기구요.

 제작비를 꽤 들여서 스케일은 나름 좀 있어 보이지만 그 알멩이는 걍 당시 유치찬란 B급 액션 영화들 퀄과 비교해도 그 모자람이 넘치면 넘쳤지 절대 부족하지 않은 망작입니다.

 다만 풍자의 대상인 티비쇼를 묘사하는 부분들은 나름 의외로 멀쩡한 퀄리티가 있고. 또 '추격자'들의 설정과 표현 면에서는 남다르게 탁월한 유치함과 과장 때문에 예상치 못한 컬트적 재미가 좀 있더라는 거.

 올레 티비에서 KT 포인트 빼고 천 이백원 정도 내고 봤는데, 망작이지만 이 정도 돈을 지불하고 본 건 전혀 아깝지 않았던 즐거운 망작 체험이었습니다.

 글을 적으면서 생각해봐도 정말 (의도치 않게) 웃기는 장면들이 꽤 많아요. 덕택에 즐거운 주말 밤을 보냈네요. 하하.


 ...라고 적어 놓고 보니 또 불안해집니다만. 저 이 영화 칭찬하는 거 아니라는 건 다들 알고 계시죠? 괜히 돈 써서 보시고 절 비난하시면 곤란합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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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2019년의 미래다!!!)


 

 + 첫번째 추격자이자 빙판 위에서 난리 치는 빌런의 닉네임이 '서브 제로'입니다. 으잉? 했는데 알고 보니 모탈 컴뱃 만든 양반들이 이 캐릭터 이름을 따간 거라네요.



 ++ '프레데터'에 나온 배우 한 명이 여기에 또 나옵니다. 같은 해에 개봉한 영화 두 편을 함께 찍은 셈이네요. 그리고 그 분이 바로 선배 주지사님, 제시 벤투라입니다.

 쇼 진행자 킬리언 역으로 나온 아저씨가 진행 연기를 할 때마다 너무 찰지게 잘 한다 싶었더니 애초에 본업이 그거였군요. 10년동안 이어진 Family Feud라는 인기 쇼의 호스트셨다고.



 +++ '알 비 백!' 드립이 여기도 나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 음악은 해롤드 팰터마이어가 맡았는데. 음. '탑건'처럼 기억에 남는 곡은 없네요.



 +++++ 이걸 보고 나니 원작에 충실한 버전의 '런닝맨'이 보고 싶어졌는데. 이미 제작이 확정되어 있군요? 허허. 그것도 에드가 라이트가 만든답니다. 

 내친김에 언급하자면 토마신 매킨지와 안야 테일러 조이님이 나오시는 이 양반의 신작이 공개가 되었나 보네요. 평가는 뭐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열광까진 아니고.



덤의 덤으로 짤 하나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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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임스 본드, 람보를 상대하는 건 이해하는데 스필버그는 왜?;;; 한 번도 캐스팅 안 해줘서 목을 꺾고 싶으신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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