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마지막 회차 상영이 끝난 후, 친구들에게 가혹한 집단 린치를 당하고 돌아왔습니다. 비에 젖어 눈물에 젖어, 그림자 속에 도사린 무자비한 폭력의 공포에 떨면서..

그리고 오늘.. 고통 속에 눈을 뜨며 깨달았죠, 제가 이 글을 써야 한다는 걸.

I'm vengeance.

---
아머드 부츠 신은 하드보일드 배트맨으로 시작해서 캡틴고담의 수재극복 캠페인으로 끝납니다.
뭐요? 복수로는 아무 것도 바뀌지 않고 희망이 필요해? '이 구역의 미친 놈'으로 통하는 분이 이러시면..

부츠 무게를 줄여 조금 빠르게 걷고 셀리나 카일과 눈싸움하다 심심해서 키스하는 장면 따위를 들어내면 러닝타임을 1시간 정도 줄일 수 있을 듯.

미장센은 그래픽노블 풍의 회화적 느낌이고 떼어놓고 보면 나쁘지 않지만, 여기서 발생하는 연출상의 난점들을 극복하지 못하는 탓에 영화와 장르에 잘 어울리는 선택은 아니었다 생각합니다.
플롯, 연출과 편집은 모두 폐급이기 때문에 관객의 정신에 혼탁을 일으켜 세뇌할 목적으로 너바나가 동원됐습니다. 정신차려! 이건 3시간짜리 뮤직비디오다! 잠들면 안돼!

15세 관람가입니다만 충격적인 장면들이 다수 등장합니다. U..R..L..이라든가 부릉부릉~이라든가 전 이쪽..같은.
윙수트 크래시 랜딩에서 진심으로 '그냥 여기서 죽고 끝나면 안될까?' 싶더군요.

---
리들러 캐릭터의 '미친 놈' 묘사가 독특하게 설득력 있습니다. 엔딩에서 으아앙 울부짖을 때 '하고 싶은대로 다 해놓고 뭐가 불만이야.. 미친 놈인가..' 싶습니다만, 이는 리들러를 팩력배 테러리스트로 오인하기 때문.
사실 이 영화의 뼈대를 구성하는 범죄는 스토킹이죠.
허접한 수수께끼를 매개로 이어지는 일련의 살육은 집요한 스토킹으로 빚어낸 인셀 도태남의 플러팅, '박쥐남 보세요'는 나름의 연서, 아캄 어사일럼에서의 대면은 '치..칭구부터 시작해보지 않을래?'입니다. 디나이얼이 이렇게 위험합니다. 실로 만악의 근원이죠.

이제 셀리나와 우심뽀의 의미도 이해가 됩니다. 그 키스는 '용사여 눈을 뜨세요, 당신은 라텍스 코스튬을 좋아하는 평범한 시스헤남입니다' 였던거예요. 그러나 흔들리는 정체성에 고뇌하는 인셀남은 이미 다른 대상에 꽂혀있기 때문에 그녀의 키스 공격은 무효. 알프레드 '아저씨'의 옆구리 찌르기도 무효. 후후후.

리들러와 대면하고 수치심에 빵셔틀마냥 눈도 못 마주치던 박쥐남은 마지막 용기를 짜내서 외칩니다. '나,나는 똥게이가 아니라능!!' 음.. 다시 말하지만 디나이얼은 만악의 근원.
울면서 달아난 박쥐남은 폭력 행사로 자신의 남성성을 확인하고, 희망이 어쩌고를 읊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부인합니다. 아니 그거랑 무슨 상관이야, 도대체 왜 그러는건데? 박쥐남을 자극한 수치심은 그가 꽂혀있는 대상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가 말하는 '희망'과도. 그게 누구냐, 혹은 뭐냐..

캡틴 뭐시기 류에 따라붙는 기분나쁜 암시가 있죠. 고담 시경은 시장 아드님에 대해 특별한 보호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박쥐남 세계의 남자들은 박쥐남과 사랑에 빠지는 운명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리들러에게 닥친 실연의 아픔은 옆방 수상한 아저씨가 달래줄 모양이군요.

섹슈얼리티에 눈뜨며 고뇌하는 사춘기 청소년들을 그린 영화는 이렇게 막을 내립니다. 죄다 30대인데 뭔 사춘기냐, 마음의 눈으로 보세요.

---
여기까지 읽고도 관람을 고려하는 분이 계시다면 이 말씀은 꼭 드리고 싶은데요, 살 날이 얼마나 남았을지는 모르는거고 '3시간'은 지금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길고 소중한 것일 수 있습니다. 가족과 연인, 또는 친구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대한민국 의회는 고담에서 발생한 테러를 반면교사 삼아 차별금지법 제정을 서둘러야 하겠습니다.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31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87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398
119190 gta 4 더 발라드 오브 게이 토니 [2] catgotmy 2022.03.14 241
119189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3] 조성용 2022.03.14 681
119188 William Hurt R.I.P. 1950-2022 [14] 조성용 2022.03.14 450
119187 2022 BAFTA Award Winners 조성용 2022.03.14 179
119186 시절이 하수상하니… (국제 동향 잡담) [6] soboo 2022.03.14 616
119185 (바낭)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혐 주의) 왜냐하면 2022.03.14 462
119184 Obs에서 이스턴 프라미스가 방금 끝났는데 daviddain 2022.03.13 374
119183 드라이브 마이 카//숏컷 개구리 2022.03.13 268
119182 [영화바낭] 쏟아지던 극찬 릴레이의 압박 속에 '드라이브 마이 카'를 봤습니다 [18] 로이배티 2022.03.13 887
119181 "김건희, 연예인급 미모"…尹 당선되자 대만 실검 1위 찍었다 [5] 왜냐하면 2022.03.13 842
119180 2022 Directors Guild Awards Winners [1] 조성용 2022.03.13 220
119179 둘의 관계는 [5] 가끔영화 2022.03.13 367
119178 윤석열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 [16] 보리숲 2022.03.13 1649
» 더 배트맨 (스포일러와 막말), 마음의 평화 [6] 타락씨 2022.03.13 484
119176 민주당맨들은 왜 그 모양들인가? [2] 메피스토 2022.03.13 706
119175 드라마 스위치(2018)는 포기입니다 노리 2022.03.13 306
119174 이 영화 진심으로 입소문 팍팍 났으면 좋겠네요. 영화광의 대사만으로도 감동적인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 리뷰 (이 글 꼭 한번 읽어주세요!) [2] crumley 2022.03.13 759
119173 네이처, RICA RICA MV 메피스토 2022.03.12 198
119172 [영화바낭] 제목에 참 불만이 생기는 신작 '스크림'(2022)을 봤습니다. [12] 로이배티 2022.03.12 688
119171 더 배트맨 보고 [10] daviddain 2022.03.12 66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