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산이구요. 에피소드는 넷인데 가장 긴 게 40여분, 짧은 건 20여분 정도입니다. 다 봐도 영화 한 편 시간. 스포일러는 안 적을게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넷플릭스 마크가 안 보이죠. 'upstream ph' 라는 필리핀의 OTT 서비스가 만든 오리지널 컨텐츠인가 봐요.)



 - 앤솔로지니까 그냥 에피소드별로 짧게 얘기해 봅니다.


1. 악운이 들어오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가운데 앉아 계신 '악운'님의 캐릭터는 나름 꽤 걸작입니다. ㅋㅋ)



 - 코로나가 한창입니다. 그 와중에 가난한 동네 사람들은 먹고 살 길이 막막해져서 부자 동네를 돌아다니며 구걸을 하네요. 그런데 그 중 한 집의 아줌마가 말 못하는 구걸 할머니가 너무 딱해서 아예 집에다 들여서 밥을 먹여요. 남편은 멈칫하고 딸은 대놓고 싫어하지만 열심히 음식 대접하고 또 잔뜩 손에 들려서 '언제든 찾아오시라'며 배웅하는데 그 할매가 쓰러져 버리네요. 결국 어찌저찌해서 집안 일을 시키며 먹여주고 재워주기로 하는데... 그러자마자 이 할매가 한 밤중에 대체 뭔 짓인진 모르겠지만 절대 같이 살고 싶지는 않아지는 짓을 하다가 딱 걸리구요. "미안하지만 이제 나가주쇼!" 라고 요구하는 순간... 카이저 소제급 변신을 보여주며 본색을 드러냅니다.



 - 그러니까 '기생충'의 환타지 버전처럼 시작합니다. 결코 선량하지 않은 가난한자가 선 딱 그어 놓고 어정쩡한 호의를 베푸는 부자들의 저택에 침투하는 이야기. 대놓고 그런 대사도 나와요. 우리도 열심히 일해서 이 모든 걸 얻었다구요! vs 어째서 나쁜 일은 늘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만 벌어지는 거지?

 ...하지만 시작만 그렇습니다. 중반을 넘어가면 평범한 괴담이 되고, 클라이막스엔 그냥 대충 막 나가는 '전설의 고향'식 결전이 기다리고 있구요. 마지막에 던져주는 교훈이란 것도 딱 '전설의 고향'스러워요. 그러니까 남 돕는 건 돕는 거고 함부로 모르는 사람 집에 들여 놓지 말라는 거죠. 이러면 처음에 던져 놓은 설정은 뭐가 되는지... ㅋㅋ

 게다가 그 클라이막스 대결전은 참으로 남 보여주기 부끄러운 것이어서 절대 추천은 못 하겠구요. 다만 멀쩡하게 무난한 이야기보단 황당하고 호쾌하게 못 만든 걸 좋아하는 제 입장에선 속으로 낄낄거리며 즐겁게 봤습니다.


 결론적으로, 화끈한 괴작 & 망작 즐기시는 분들에게만 추천해드려요.



2. 비법 재료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자작 음식 사진 찍는 중입니다. 저 음식 몰골을 직접 보셔야 하는데... 하하.)



 - 역시 코로나가 한창입니다. 제가 설명을 빼먹었는데, 이 시리즈의 컨셉이 코로나 & 락다운이에요.

 암튼 주인공은 남편을 잃고 혼자서 아들을 키우는 싱글맘이구요. 코로나 때문에 일자리도 잃고 그간 벌어 놓은 돈으로 버티며 재택 근무 일자리라도 알아보려 하지만 쉽지 않겠죠. 그러다 생계 해결을 위해 들여다보던 sns 음식 채널들에서 영감을 얻어 '나도 해 보자!'라고 결심합니다만. 불행히도 이 주인공은 본인 자식과 본인 엄마에게 인증받은 요리 바보. 그럼에도 불구하고 쓸 데 없이 행동력만 넘쳐서 온갖 재료를 사다가 유튜브 레시피로 이것저것 해보지만 멸망의 멸망만 반복합니다. 이쯤에서 포기하면 좋았을 것을, 어차피 집구석에 갇혀 사는 김에 인터넷에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문득 매우 수상한 사이트에 들어가 '러시아의 비법 재료 제조법'이란 걸 알게 되구요. 딱 봐도 넘나 수상한 그 레시피를 용감무쌍하게 따라해서 자기 요리에 넣었더니... 인기가 폭발합니다!!! 그동안 자기 요리를 쳐다보기만 해도 헛구역질을 하던 사람들이 이젠 그릇 바닥까지 삭삭 긁어 먹으며 더 내놓으라고 난리네요. 고마워요 러시안! 으로 끝나면 참으로 좋겠지만 이게 장르가 괴담이라서요.



 - 그러니까 컨셉이 코로나, 락다운이라고 해서 꼭 거기에서 어떤 건설적 메시지 같은 걸 도출할 필요는 없는 거죠. 그냥 괴담입니다. 딱히 메시지 같은 것 없어요. 코시국에서 생계가 힘들어진 가난한 사람들 이야기이기도 하고, 또 sns 풍자 같은 것도 슬쩍 들어가구요. 하지만 그냥 다 소재일 뿐 이야기는 전형적인 일본산 '기묘한 이야기'류의 괴담입니다.

 그게 뭐 단점은 아니죠. 그런 류의 이야기로서 이 에피소드는 꽤 적절하게 잘 만들어진 편이에요. 아주 단순하고 예측 그대로 흘러가는 이야기지만 딱히 부족함 없이 잘 짜여졌구요. 안타까움이 적당히 곁들여져서 불쾌함을 강화하는 효과 같은 것도 잘 써먹었습니다. 이 시리즈 네 편의 이야기들 중에선 가장 깔끔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에피소드였네요.

 하지만 정말로 이야기가 너무 뻔해서요. ㅋㅋ 아무 야심 없이 뻔한 짤막한 괴담 하나 보고픈 분들에게만 추천합니다.



3. 고기 만한 게 없지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갑작스런 로맨틱 작렬!!!)



 - 동굴 속에 살림살이를 풀버전으로 차려 놓고 사는 남자가 보입니다. 흥겨운 음악도 틀어 놓고 요리를 촥촥 하는데... 어디선가 괴상한 울부짖음이 들려와요. 아이고. 아내 꼴이 안 좋군요. 끝까지 아무 설명도 안 나오지만 마치 좀비 같은 모양새입니다. 남자는 이런 자기 아내를 어떻게든 사람 만들어 보려고 동굴에 처박혀서 채식 재료로만 만든 음식을 억지로 먹이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인가 봅니다...



 - 뭐 더 설명할 게 없습니다. 딱히 스토리라고 할만한 것도 없는 에피소드구요. 계속해서 아내를 돌보는 남편의 지극정성을 보여주다 마지막에 심플한 사건 하나 보여준 후 바로 끝나버리죠. 20여분 밖에 안 되는 이야기지만 이거 절반으로 줄여도 아마 할 얘긴 충분히 다 하고도 시간이 남았을 겁니다.

 그럼 포인트가 뭐냐면... 일단 위 짤에 보이듯 화면이 흑백이죠. 장소는 동굴이구요. 빛과 그림자가 일렁거리는 그 공간에서 남자가 계속 아내에게 로맨틱한 무언가를 해요. 그 시도들 중 대다수가 현실성은 밥 말아 먹은 팬시한 것들인데. 그게 이 작품의 핵심입니다. 예쁘장하게 보기 좋은 팬시한 러브 스토리라는 거. 

 근데 뭐... 의도대로 보기 좋긴 한데, 그게 딱히 어떤 경지에 도달한 수준까진 아닙니다. 마치 감독의 미래를 위한 포트폴리오 같은 느낌이었어요. 보세요! 전 이렇게 저예산에 이렇게 음침한 분위기에서도 이렇게 예쁘고 감성적인 장면을 뽑아낼 수 있답니다!! 라는 건데 솔직히 그게 대단한 수준까진 아니어서 이야기의 공허함이 크게 느껴졌습니다.


 결론은 자비심 없는 비추. <-



4. X 같은 일도 생기는 법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짤에 이렇게 나왔지만 저 배우님 상당히 예쁘십니다. 배우님 얼굴 뜯어 먹으며 보낸 20여분이었...)



 - 병원입니다. 주인공은 밤샘 근무 중인 간호사구요. 원래도 그렇게 사명감 넘치는 양반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이상한 행동을 하는 진상 환자들 때문에 유난히 더 태업을 시도해 보는 밤입니다만. 갑자기 병동 복도에 정체 모를 휠체어 탄 환자가 나타나구요. 환자에게 붙어 있는 태그를 보고 병실에다 데려다 놓지만 그 직후부터 자꾸 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왠지 모르게 병원은 본인 빼곤 텅 비어 버렸으며 빠져 나가려고 해도 나갈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엄습해오는 아까 그 진상 할매 환자의 그림자!!!!!



 - 미국 드라마에 참 자주 나오는 대사죠. "Shit Happens." 이게 원제인데요. 한글 번역제에는 조금 문제가 있어요. 왜냐면 이게 좀 말장난이거든요. 이야기 속에 정말로 '똥'이 계속 나옵니다. ㅋㅋㅋㅋ 그러니 X 말고 그냥 '똥'이라고 적어 주었어야 적절했을 텐데요.

 이 또한 스토리가 없다시피한 이야깁니다. 그냥 시작하자마자 재수 없게 괴상한 귀신 할매에게 걸려들어서 내내 개고생하다 끝나요. 그리고 그 귀신 할매는 내내 토사물과 똥으로 공격을... ㅠㅜ 그러니까 이야기보단 연출로 승부를 보려는 에피소드인데. 그게 참 애매하게도 뭐, 나쁘지 않지만 딱히 좋지도 않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계속해서 악취미 토사물, 똥 공격이 이어지구요. 그러고서 마지막엔 '이거 장르가 코미디입니다?' 라는 느낌의 장면으로 마무리를 짓는데, 그냥 한 마디로 '악취미'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별히 완성도가 많이 모자란 에피소드는 아닙니다만. 그래서 추천은 안 할래요. 이건 진짜 남에게 추천했다간 욕 먹을 이야기라서. ㅋㅋㅋㅋ



 - 대충 마무리하자면요.

 필리핀 작품이잖아요. 이렇게 평소에 많이 접하기 어려운 나라의 컨텐츠를 보면서 기대할만한 그런 '이국적인 느낌'은 나름 충만한 것이 괜찮습니다.

 몰개성하게 남들이 이미 다 깔아 놓은 관성대로 대충 흘러가는 이야기들도 아니어서 보면서 마구 지루하거나 그렇지도 않구요. 에피소드에 대한 만족도와는 별개로 하나하나 다 참 열심히들 만들었구나... 라는 기분은 들더라구요.

 하지만 뭐, 그렇다고해서 남들에게 추천해줄만큼 만족스럽게 본 시리즈도 아니었습니다. 이런 류의 앤솔로지를 발견하면 그냥 못 지나치는 저 같은 사람들이나 보고 '허허 이게 뭐람' 하고 짧게 즐긴 후 바로 잊어버려도 될만한, 그런 시리즈였어요. 그래도 넷플릭스에 오랜만에 올라온 호러 앤솔로지라서 전 절대로 까지는 못하겠다는 거... ㅋㅋㅋㅋ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38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4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528
» [넷플릭스바낭] 필리핀제 호러 앤솔로지, '광기'를 봤습니다 [8] 로이배티 2022.04.19 948
119591 소울리스좌 [1] 사팍 2022.04.19 719
119590 홍성수가 혐오표현을 말하다 [32] 타락씨 2022.04.19 1382
119589 음주습관같은 듀게를 못 벗어나는 운명(2주 동안 자주 듣고 본 것들, 토르 러브앤썬더예고편 대신 브로커 예고편) [7] 예상수 2022.04.19 348
119588 특이점이 온 연남동, 커피저울과 홈베이킹, 사망자가 나오기 시작한 상하이 [9] soboo 2022.04.19 1128
119587 애견인의 산책 [17] 사팍 2022.04.19 760
119586 [드라마바낭] 레슬리 맨빌 여사님의 퍼즐 미스테리, '맥파이 살인사건'을 봤습니다 [12] 로이배티 2022.04.19 762
119585 (노스포) 태어나길 잘했어 추천합니다!! [10] Sonny 2022.04.18 622
119584 [EBS1 다큐프라임] 여섯 번째 대멸종 [3] underground 2022.04.18 553
119583 왠일로 스포티비가 [3] daviddain 2022.04.18 358
119582 아세토 코르사 (2014) (쿠노스 시물라치오니) catgotmy 2022.04.18 202
119581 [영화바낭] 전설의(?) 오컬트 코믹 호러, '야수의 날'을 봤습니다 [8] 로이배티 2022.04.18 568
119580 세상에 나쁜 게임은 없다 - 바이오하자드6 [4] skelington 2022.04.18 408
119579 사퇴는 당연, 수사는 받아야 [23] 사팍 2022.04.18 1169
119578 [tvn] 우리들의 블루스 2.5주차(팬심으로도 실패) [4] 쏘맥 2022.04.17 835
119577 축구 ㅡ 일요일에 쓰는 뻘글 [4] daviddain 2022.04.17 383
119576 우리들의 블루스, 나의 해방일지. [10] S.S.S. 2022.04.17 1324
119575 "나이트메어 앨리" 실망이네요, (약스포주의) [8] 산호초2010 2022.04.17 827
119574 파친코를 읽으면서 작가의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렇게 유명해지다니?) [7] dlraud 2022.04.17 1287
119573 성경에서 재밌는 부분 [5] catgotmy 2022.04.17 75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