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90분. 스포일러는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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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역을 해봅시다. '어린이의 놀이!!!')



 - 일단 '캐슬러'라는 회사의 기업 광고로 시작합니다. 온갖 가전은 다 만들고 잘 파는 짱짱 기업인가 봐요. 그리고 이 회사의 야심작이 바로 인공지능 인형 '버디' 시리즈입니다. 학습형 인공 지능으로 데리고 놀면 놀 수록 똑똑해지고, 캐슬러사의 온갖 가전 제품들을 다 네트워크에 접속해서 바로 컨트롤할 수 있는 기능까지 있다네요.

 장면이 바뀌면 갑자기 베트남의 '버디' 생산 라인. 진상 상사의 살벌한 갈굼을 받은 기술자가 빡친 맘에 본인이 조립 중이던 버디 인형 하나를 놓고 인공지능 관련 온갖 안전 장치를 다 해제해버립니다. 엿먹어봐라!!


 그러고 나서야 우리의 주인공들이 나오는데... 뭐 대략 오리지널과 비슷합니다. 인생 피곤한 서비스직 싱글맘과 어린 아들. 애 이름도 '앤디'로 똑같지만 원작만큼 어리진 않아요. 이 동네로 갓 이사와서 친구가 없다는 핑계로 집구석에서 24시간 핸드폰만 붙들고 놀다가... 이런저런 사정으로 엄마가 애 기분 풀어주려고 본인 직장에 반품 들어온 버디 인형 하나를 뽀려(...)서 아들에게 갖다주는 거죠. 이번엔 엄마가 잘못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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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엔 엄마가 잘못했습니다. 고생도 앤디가 더 해요. 불쌍한 앤디...)



 - 일단 가장 큰 변화는 장르겠네요. 원작이 오컬트 호러였다면 이 영화는 SF 호러입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폭주 인공지능의 살인마 놀이죠. 그래서 공식대로 처음엔 멀쩡한 인공지능으로 화기애애하게 일 하다가 일이 꼬이면서 난동을 부리는 식으로 전개되구요. 그 과정에서 처키의 스마트 기기 컨트롤 능력이 강조되며 여러모로 '교훈적 SF' 분위기로 흘러갑니다. 통제 되지 않은 인공 지능은 이렇게 위험해요!! 스마트 기기들로 둘러싸인 우리네 삶, 이대로 괜찮은가!!!


 하지만 뭐. 오리지널이 오컬트 핑계로 앞뒤 안 가리고 폭주하는 영화였다 보니 이번 영화 역시 그다지 말이 되진 않습니다. ㅋㅋ 요즘 세상이랑 거의 다를 게 없는데 인공 지능 + 로봇 기술만 그렇게 발전했다는 것도 이상하고 또 처키는 본인의 원래 용도에 비해 여러모로 너무 고성능이고 말이죠. 현실에서 그런 제품이 나온다면 iptv 셋탑마냥 뭘 하든 버버버벅거려서 며칠 갖고 놀다 장롱행일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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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은 순박하고 착하게... 인데 암튼 장난감 치고는 귀엽지 않습니다. ㅋㅋ)



 - 원작 못지 않게 짧은 런닝타임이지만 원작보다 드라마 측면에서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일단 '폭주 인공지능' 스토리로 바뀌다 보니 처키가 처음엔 착해요. 인공 지능 로봇에게 '착하다'는 표현은 옳지 않지만 뭐 대략 그렇습니다. 주어진 기능으로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데 그게 앤디를 돕는 거잖아요. 그래서 영화의 초반 분위기는 놀랍도록 훈훈합니다. 처키도 그 어색한 생김새에도 불구하고 꽤 귀엽구요. 그리고 이렇게 초반에 쌓은 분위기를 끝까지 알차게 써먹습니다. 마지막에 미친 듯이 폭주하는 처키가 계속해서 '내가 하는 모든 일은 다 너를 위한 거였는데!!' 라고 외치는 게 빈말이 아니라는 걸 아니까, 좀 묘한 감정이 들게 되더군요. 은근히 멜로드라마에요 이거. ㅋㅋ


 그리고 앤디의 세상 살이 부분도 그렇습니다. 앤디가 새로 사귀는 인간 친구들(옆집 할머니와 경찰 아들, 이웃집 남매와 그 친구들)과의 관계 맺음, 오해와 틀어짐, 관계의 복구와 강화까지 나름 꾸준히 관계 변화가 벌어지는데 여기에 큰 시간을 투자하진 않아도 나름 하찮지 않게 잘 다뤄지고요. 특히 클라이막스까지 가면 '아 이거 청소년 영화였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름 갬성을 울리는 전개들이 벌어지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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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현실 세상의 우정이다!!!)



 - 레퍼런스까진 아니지만 닮은 구석이 있는 영화 두 편이 떠오릅니다. 스필버그의 'A.I.'와 '토이 스토리' 시리즈요. 


 영화 초반에 보여지는 처키의 모습이 'A.I.'의 데이빗이 영화 초반에 보이는 행동과 되게 비슷합니다. 세상 뭐 아는 거 아무 것도 없는데 갑자기 태어나(?)서 자기 주인의 사랑에 집착하고, 그러다 인간 상식에 어긋난 일을 저지르며 오히려 내쳐지게 되는 섬뜩하면서도 애처로운 모습들이 닮았어요. 어찌보면 이 영화가 요 'A.I.'의 호러 버전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런 건 원작에는 전혀 없는 (스토리상 그럴 수가 없...) 요소였죠.

 요런 베이스를 깔고 캐릭터가 전개되다 보니 오리지널의 그 과할 정도로 호쾌한 악의 덩어리와는 느낌이 좀 달라요. 심지어 처키가 이렇게 흑화된 것에는 앤디의 책임도 꽤 있는 걸로 묘사되거든요. 막 세상에 대해 신나게 학습할 타이밍에 우리 앤디가 친구들과 함께 슬래셔 무비를 본다든가(...)


 그리고 '토이 스토리'야 뭐. 그거나 이거나 다 주인에게 버림 받을 위기에 처한 인형들이 주인 곁으로 돌아가고 애정을 되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야기잖아요. ㅋㅋ 주인 이름도 똑같구요. 또 처키 이 양반도 보다보면 어딘가 모르게 '우디'를 떠올리게 하는 구석이 좀 있습니다. 특히 클라이막스의 전개를 보면 영락 없이 지옥에서 기어올라온 우디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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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냐아아아앙!!!!!!!!)



 -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처키의 명성 하나 믿고 극장을 찾은 관객들을 실망시킬 순 없으니 우리의 처키님은 초중반 이후로 참 열일을 해주십니다.

 처키가 저지르는 살인들의 잔인 살벌함만 놓고 따져본다면 원조 1편의 처키는 애초에 비교 대상이 아닐 정도. 슬래셔 무비를 통해 열심히 배워서 그런지 살인 자체도 참 잘(?) 하고 행동 반경도 넓으며 참 쓸 데 없이 부지런해요. 거기에다가 스마트 기기 장악 능력까지 더해져서 30여년의 세월 값을 하는 업그레이드 살인마가 되었죠. 그렇긴 한데...


 아무래도 원작 처키만큼의 포스나 아우라는 안 됩니다. 많이 모자라요. ㅋㅋ 일단 위에서 말한대로 '본의가 아니었다'라는 게 인상을 좀 깎아 먹구요. 개연성을 위해서인지 원작보다 덜 못생기게 만들어 놓은 디자인도 좀 애매하구요. 그리고 너무 다재다능한 게 오히려 문제입니다. 쉬지 않고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머리도 굴리고 이렇게 바지런을 떨다 보니 오히려 뭔가 평범해지는 느낌도 있고. 뭣보다 그놈에 스마트 기기 컨트롤 땜에 처키 본체의 포스가 떨어지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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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은 애초에 외모 문제가 가장 큽니다. 눈이 너무 커서 똘망똘망한 느낌 때문에...)



 - 영화 자체도 그렇습니다. '살인마가 깃든 인형의 난장 활극'이라는 심플한 컨셉 하나로 끝까지 밀고 나갔던 원작에 비해 요 작품은 뭔가 구성 요소들이 너무 많아요. 인공지능의 발전과 스마트 기기 범람 환경에 대한 경고, 앤디와 처키의 어긋난 우정, 현실 친구들과의 우여곡절을 통한 소년 앤디의 성장 등등. 게다가 조연급 등장 인물 수도 불어나고 각각의 캐릭터가 다 있다 보니 그게 좀.

 다행히도 그 각각의 요소들이 다 평타 이상으로 잘 짜여져 있어서 완성도에 누를 끼치진 않습니다만. 그래도 '살인 장난감의 공포'라는 컨셉 하나에 집중했던 원작에 비해 뭔가 이야기가 분산이 돼서 중심이 약해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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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릭터들이 다 좋긴 한데, 좀 정리를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기도 하고 뭐 그렇습니다.)



 - 또 말이 너무 길어져서 대충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대체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하나요. 리부트? 리메이크? 아니면 리퀄? ㅋㅋㅋ

 암튼 잘 만들었습니다. 원작의 이야기를 21세기 버전으로 적극적으로 업데이트 해서 거기에 넣어봄직한 아이디어를 가득 넣고 그걸 또 각각 다 준수한 수준으로 보여주고, 또 그것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잘 엮어냈어요.

 팝콘 호러 무비로서의 자극도 충분하고 나름 단단한 드라마도 있으며 다시 21세기 버전으로 시리즈를 뽑아낼만한 요소도 충분하구요.

 다만 원작과 이 영화는 오리지널 처키와 새로운 처키의 차이와 비슷한 간극이 있습니다. 전자보다 후자가 매끈 말끔한 느낌이지만 오리지널리티랄까, 자기만의 포스 같은 건 확실히 후자가 부족해요. 그래서 '재밌게 봤지만 뭐 큰 인상은 없네' 라는 느낌.

 근데 뭐 그렇다고 오리지널의 처키를 그 컨셉 그대로 이 시국에 만들어 내는 건 어차피 무리였잖아요. 주어진 조건 안에서 최선을 다 해낸 준수한 결과물이었고 뭐 대단한 기대만 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볼만한 팝콘 호러 무비였습니다. 왓챠 쓰시는 분들이라면 추가 비용 없이 한 번 보실만 해요. ㅋㅋ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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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장난감도 팔리고 있더군요. 아니 이걸 누가 사는데. 왜 사는 건데. ㅋㅋㅋㅋㅋ)




 + 여기서 처키가 활용하는 기기들 중에 드론이 나오거든요. 그런데 본의 아니게 '사탄의 인형' 컨셉으로 살인 드론이라는 아이디어를 먼저 써먹은 듣보 호러 무비가 하나 있습니다. 한국 번역제로 '사탄의 드론'이라고. ㅋㅋ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그걸 바로 이어서 봤네요. 그것도 나름 재밌었습니다.



 ++ 결국 이 영화의 주제는 이겁니다. '어린이들, 방구석에 처박혀 스마트 기기만 들여다보지 말고 밖으로 나가 현생을 살아요'. 결말 부분의 감동적인(?) 전개도 그렇고 여러모로 사실은 되게 건전한 영화에요 이거. ㅋㅋㅋ



 +++ 오브리 플라자가 이만큼 큰 애 엄마라니? 라고 생각했는데 중간에 대사로 핑계를 대더라구요. 십대 때 사고 쳐서 만든 아들이라고.

 그리고 주인공을 맡은 가브리엘 베이트먼은 '그 베이트먼'과 아무 관계가 없답니다. 혹시나 해서 검색해봤더니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했더라구요. ㅋㅋ

 마지막으로 다들 아시다시피 이 영화의 처키 목소리는 루크 스카이워커님이 맡으셨죠. 그래서 배우 개그도 한 번 나오고 그럽니다. '이름 뭘로 지을래?', '한 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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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이 분을 '언프리티 소셜스타'로 처음 인식해서 정상적으로 착한 엄마로 보이지 않아서 좀 힘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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