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07 00:00
식당에 들어갔다. 냉면, 스파게티, 라멘을 시켰다.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 앉았다. 셋다 바깥을 잘 보고싶어서 일렬로 앉았다.
“거 참 죽기 좋은 날씨네.”
“죽기 전에 냉면 한그릇 정도는 괜찮잖아?”
“냉면은 내가 시켰거든.”
친구가 냉면을 내가 시켰다는 반응에 한심해하며 웃었다. 우리가 여기까지 온 이유는 다른 친구를 보기 위해서다. 정확히는 친구의 장례식에 가는 길이다. 친구의 아이에게 줄 선물도 각자 준비했다. 난 로보트를 조립해왔다. 슈퍼로봇인지 리얼로봇인지 모를 로보트다. 켈구그도 닮았고, 해마 생각도 난다. 어지간히 매력없고 어중간하게 생겼다.
식당에 누군가 들어왔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데 식당 안에는 우리들밖에 없었다. 가방을 우리 앞 의자에 놓고 가지라고 말하고 나가버렸다. 돈이 들어있었다. 일단 먹고나서 생각을 해보려는데 다른 남자가 들어왔다. 우리 앞에 오더니 가방이 왜 여기있는지 물었다. 어떤 남자가 두고 갔다고 답했다.
남자가 귀마개를 했다. 나도 귀를 감싸고 눈을 감았다. 친구 두 명의 머리가 날아갔다. 눈을 뜨고 남자를 봤다. 슬프거나 화가 나지는 않았다. 죽고싶지 않다는 마음은 있었다. 그것 마저도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궁금한 게 생겼다. 머리에 총을 맞아서 즉사한다면 총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스마트폰을 꺼내서 검색해보고 싶었다. 검색어를 뭘로 해야할까. 생각이 나지 않았다. 머리에 총을 맞아서 즉사할 때 총기음을 들을 수 있나요? 네이버 지식인에 올리면 누군가 답해줄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이런 생각을 왜 하고 있는 걸까. 죽음을 앞에 두고 도망가고 있는 건가. 사실
살아있다는 감각도 별로 없다. 살아있다는 감각을 느껴본 것도 10여년은 지난 것 같다. 내가 있다는 것도 의심할 지경이다. 이걸 의심하는 건 무의미한 일이다. 말로 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맞다 틀리다의 차원이 아니다. 나도 그런 의미로 말하는 건 아니다. 어떤 의미로 말하냐고? 그것도 잘 모르겠다. 그저 살아있다는 감각이 희미하다. 내가 죽은 후의 미래를 한 점으로 두고 나를 보고있는 것 같은 감각이다.
총소리가 들렸다.
초등학교에 갔다. 운동장의 그네에 앉았다. 책을 폈다. <남장희가 쏘아올린 작은 총> 귀마개를 만졌다. 수업이 끝나고 초등학생들이 나왔다. 거의 집으로 돌아가고 운동장이 조금 채워졌다. 학교에서 나왔다.
친구는 나보다 키가 컸다. 193이다. 덩크도 할 수 있다. 혼자 슛을 쏘고 리바운드해서 다시 쏘고. 나도 슛을 쏘고 싶었지만 어쩌다 공을 잡았을 때도 블락을 당했다. 즐거웠다. 밀착해서 수비당할 때 키스를 했다. 친구는 당황했다. 고백을 했다. 친구가 너무 귀여웠다. 내 타입은 아니었지만 밝은 모습이 좋았다.
콘돔이 없었다. 편의점에 가서 한통을 사왔다. 이런 쪽에 지식은 없었지만 있어야 한다는 건 알고있다. 섹스를 하는 도중에 친구의 머리를 만졌다. 그냥 볼때는 계란형의 얼굴이었는데 머리카락 아래의 머리형은 네모처럼 각져있었다. 갑자기 섹스하는 게 싫어졌다.
“넌 내가 원하는 사람이 아닌 것 같아”
친구는 얼굴을 붉혔다. 머리가 날아간 친구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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