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 C Through

2016.06.19 09:24

catgotmy 조회 수:902

  A는 B의 초등학교 동창생이다. 중학교, 고등학교, 같은 대학교를 다녔다. 같은 장소에서 일했다.

  A가 B를 사랑하게 된 건 초등학교 운동회 때였다. 카메라로 B가 달리는 걸 찍었다.

  A와 B는 짝이었지만, 중학교 이후로 A는 B앞에 나타나지 않았고, 언제나 카메라로만 B를 따라다녔다. 등교길, 하교길, 학원가는 길, 운동 하던 것, 고백하던 일, 데이트하던 것.

  A는 B의 집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싶어하지는 않았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찍는 걸 원했다. 자신의 눈높이로 카메라를 맞추고 자신의 시선으로 영상이 남기를 원했다.

  B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서울의 괜찮은 대학에 들어갔다. 소개팅 영상, 클럽 영상, 눈 오는 날 목도리를 하고 학교에 오던 영상, 지친 눈으로 담배를 피던 영상을 얻었다.

  B는 판사가 됐다. A는 법원의 청소부가 됐다. 서로 나이가 삼십대 중반이 되었을 때, A는 B가 퇴근하던 길에 말을 걸었다.

  자신을 기억하냐고 묻고, 한 장의 사진을 건넸다. 25년 동안 가장 아름다웠던 B의 모습이 있었다. A는 그동안 한 일을 간단하게 설명했고, 어제 모든 파일을 인터넷에 올렸다고 말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결        정



    사 건 2023고단247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피 고 인 A


                                              주        문


    공소를 기각한다.


                                         이        유



   피고인이 사망하였으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23.12.25.


                                판사        정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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