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 (2015)

2017.01.06 00:18

DJUNA 조회 수:4060


[아가씨]의 숙희 역할로 김태리라는 신인배우가 캐스팅되었을 때, 저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이 이 배우의 과거 경력을 캐기 시작했습니다. 연극배우였어요. 가끔 CF 모델도 했고 단편영화도 찍었다는군요. 사진으로 보면 그냥 무난하게 예쁘고 귀여운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어떤 배우인지 알려면 CF보다 길게 연기하는 걸 봐야죠.

재작년 겨울, 김태리의 연기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문영]이라는 40분짜리 단편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거죠. 저도 그 때 이 영화를 처음 봤고, 그 때부터 어느 정도 믿을만한 배우라는 판단이 섰습니다. 그 뒤 김태리는 [아가씨]로 2016년 최고의 신인이 되었고 그 뒤 이야기는 여러분도 아시죠.

김태리가 [아가씨]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는 동안, [문영]도 서서히 자기만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상상마당에서 [태리씨]라는 제목으로 두 편의 김태리 단편을 묶어 틀었을 때 이 작품도 상영되었죠. 그리고 나중에 20여분을 덧붙인 확장판이 영화제를 돌면서 인기몰이를 했습니다. 저도 궁금해서 한 번 보려고 했었는데 계속 예매전쟁에서 졌죠. 이 정도 인기면 개봉할 거라고 생각하고 자기 위로를 했는데... 어, 정말 1월 중순에 개봉을 합니다. 얼마 전에 상상마당에서 시사회가 있었어요.

제목의 문영은 주인공 이름입니다. 김문영. 말없고 괴짜취급을 당하는 고등학생이고, 술주정뱅이인 아버지와 함께 살고, 늘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캠코더로 사람들을 찍지요. 그러다가 우연히 희수라는 30대 여자가 전남자친구와 싸우는 장면을 몰래 찍다 들키게 되는데, 엉뚱하게도 둘은 친구가 됩니다.

영화는 문영과 희수와의 관계를 통해 두 여자가 나눌 수 있는 관계의 상당히 넓은 스펙트럼을 커버합니다. 모녀 관계에서부터 다소 괴팍한 우정 그리고 동성애까지요. 그리고 이 관계를 통해 다시 문영이라는 십대아이의 초상을 그리는 거죠. 문영은 확실히 따라갈만한 가치가 있는 캐릭터입니다, 다소 유치하고 많이 어처구니 없지만 귀엽고 아름다우며 품고있는 고민의 깊이도 만만치 않게 큽니다. [아가씨]와 숙희를 잊고 봐도 여전히 매력적인 캐릭터죠.

물론 이 영화의 가장 큰 가치는 여전히 김태리라는 배우를 발굴했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를 가장 즐길 수 있는 관객들도 [아가씨]를 보고 김태리의 팬이 된 사람들일 것이고요. 그렇다고 해서 꼭 [아가씨]의 렌즈를 통해 이 영화를 볼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같은 배우의 몸을 빌렸다고 해도 문영에게는 자기만의 이야기와 목소리가 있습니다. (17/01/06)

★★★

기타등등
확장판과 이전 단편과의 차이요? 단편에서는 희수가 공공연한 양성애자라는 사실을 지워버렸더군요. 자기검열 같지는 않고 단지 지나치게 노골적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습니다. [아가씨]와 [아가씨]의 확장판이 그랬던 것처럼.


감독: 김소연, 배우: 김태리, 정현, 다른 제목: Moon young

IMDb http://www.imdb.com/title/tt5931388/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44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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