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릭 와이즈먼의 [인디애나 몬로비아]는 최근 본 와이즈먼의 영화 중 가장 재미없는 작품이었습니다. 그건 와이즈먼이 영화를 못만들어서가 아닙니다. 그냥 영화의 의도 같아요. 이 영화의 소재가 되는 인디애나 주 몬로비아 사람들은 결코 재미있을 수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최근 와이즈먼의 영화들이 다룬 세계는 제목만 들어도 궁금할 수밖에 없고 실제로도 재미있는 곳이었습니다. 그 안의 주민들은 뛰어난 전문가거나, 치열한 지식인이거나, 평범하더라도 다양한 문화적 최전선에서 맹렬하게 토론하고 투쟁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아주 의미없는 단역이어도 바르토크의 [루마니아 민속무곡]을 들으려 오후 시간을 내는 사람들이었죠. [라 당스]에서부터 [뉴욕 라이브러리에서]에 이르는 영화들은 모두 이 역동적인 세계에 대한 애정이 담긴 작품들이었습니다.

근데 [인디애나 몬로비아]는 완전히 다릅니다. 인디애나 한가운데에 있는 이 작은 농촌은 정말 극도로 평범한 곳입니다. 다른 감독의 눈에 들어왔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조롱의 대상이었을지 몰라요. 주민은 거의 백인이고. 아마도 대부분은 공화당지지자인 거 같고. 커뮤니티 안에서 교회의 영향도 강하고. 총기소유자유를 지지할 게 뻔하고. 한마디로 잭슨 하이츠와 정반대인 곳이고 그 주민들은 저번 선거에서 트럼프를 뽑았을 것 같은 사람들입니다. 선거 이후 와이즈먼이 이 동네로 달려간 것도 그 때문이겠죠. 세상을 이렇게 만든 사람들이 도대체 어떤 무리인지 알고 싶었을 겁니다.

와이즈먼의 이전 영화들이 그런 것처럼, 영화는 이들을 직접적으로 비난하거나 그러지는 않습니다. 정치 이야기는 없고 트럼프의 이름도 언급되지 않습니다. 몬로비아의 일상을 담담하게 잡아내는 와이즈먼의 카메라는 언제나처럼 예의바르고 직접적인 간섭은 없습니다. 종종 굳이 이렇게 길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장면들도 있습니다. 영화 후반에 목사가 하는 장례식 연설 같은 것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나 [잭슨 하이츠에서]와 전혀 다른 태도로 이들을 보고 있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 중 일부는 좀 매정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이전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낮춰보기의 흔적이 보입니다. 이들은 와이즈먼의 스타일에 묻혀 잘 안 보이긴 하는데, 분명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 몬로비아의 비만율에 자꾸 시선이 갔습니다. 이 마을 사람들은 일정 나이를 넘기면 정말 미친 것처럼 뚱뚱해지더란 말입니다.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건강 문제 수준이에요. 근데 영화는 집요할 정도로 이들의 식습관에 관심을 가져요. 사육되는 동물들이나 옥수수 수확을 보여주는 건 이들의 직업과 연결되어 있으니 이상할 것 없죠. 하지만 이 관심이 마을 사람들이 먹는 고칼로리 음식들로 이어지면 세련된 도시인이 뚱뚱한 시골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너넨 뚱뚱해, 그만 좀 먹어. 운동도 하고." 아, 영화는 에어로빅 하는 사람들도 보여주긴 합니다. 이게 '운동도 하고'의 의미를 담고 있는 장면일까요.

영화는 이들의 문화 활동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밴드 공연이 있어요. 학교의 수업도 보여주고. 벤치나 소화전, 도로 문제에 대해 토론하는 공무원들의 열띤 토론도 있습니다. 이 토론자들에 대해서는 영화도 진지한 존경과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주민들이 늙어가고 인구가 점점 줄어가는 시골 마을에 대한 보편적인 고민과 대안을 찾으려는 진지한 사람들이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몬로비아의 빈 부분을 더 많이 보여줍니다. 다양성의 부족, 젊은이의 부재, 문화적 빈약함. 그리고 이들이 이루는 스테레오타이프화된 미국적 특성. 전 보면서 좀 공포스러웠습니다. (19/05/12)

★★★☆

기타등등
보통 이런 다큐멘터리에서 수의사가 나오면 아픈 동물을 치료하는 장면을 보여주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영화에선 수술로 복서 개의 꼬리를 자르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희미하게 남은 제 의심이 지워지는 순간이었죠.


감독: Frederick Wiseman

IMDb https://www.imdb.com/title/tt8749146/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77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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