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Vesna (1947)

2019.05.31 09:23

DJUNA 조회 수:3706


1947년에 만든 소련 영화를 한 편 보았어요. 그리고리 알렉산드로프가 감독한 [봄]이라는 영화입니다. 뮤지컬 코미디예요. 약간의 SF가 섞인.

내용은 이래요. 영화감독인 아르카디 그로모프는 태양 에너지를 액체에 농축하는 연구를 하고 있는 과학자 이리나 니키티나가 주인공인 영화를 찍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그 역할을 위해 이리나와 똑같이 생긴 보드빌 배우 베라 샤트로바를 캐스팅합니다. 하지만 일이 꼬여서 어쩌다보니 이리나가 영화촬영장에 가게 되고, 베라는 과학자들의 모임에 갑니다. 그 상황은 그냥 말도 안 되는 것인데, 어차피 영화가 그렇게 말이 되는 이야기는 아니니까요.

스탈린 시대에 나온 영화이니 긴장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정치색은 거의 없어요. 초반 퍼레이드 장면이 소련 영화 티를 내고 중반 뮤지컬 영화 촬영 장면에서 좀 뜬금없이 애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는데, 그냥 그 정도입니다. 감독이 이리나를 '수학공식에만 집착하는 은둔자'로 묘사하려 하자 이리나가 '인민의 행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고 이미지를 수정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리나는 엔지니어에 가까우니 이런 반박은 당연한 것 아니겠어요. 정치색보다는 제2차 세계대전을 막 끝낸 소련 사람들의 낙천주의가 더 많이 보입니다.

여자 과학자가 주인공인 옛날 영화를 보면 긴장을 하게 되는데, 이 영화에서 이리나의 묘사는 좋은 편입니다. 영화 내내 이리나는 위대한 천재 과학자이고 영화 끝에는 인류에 엄청난 도움이 될 태양열 농축 기술을 완성합니다. 그 기술이 보편화되었다면 지금 우린 이렇게 환경 오염으로 고생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아쉽죠. 이리나는 아르카디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렇다고 위축되거나 수동적이 되지도 않아요. 사랑에 빠지는 것과 과학자로서의 능력은 아무 상관이 없죠. 아, 자부심도요. 베라로 변장한 이리나가 아르카디에게 진짜 과학자가 어떤 사람인지 설교하는 내용이 영화의 상당부분을 차지합니다.

천진난만한 영화입니다. 당시에도 그랬겠지만 요새보면 더 그렇죠. 이리나와 베라가 오가면서 만들어내는 코미디는 '띠용!'소리가 나는 고풍스러운 코미디입니다. 뮤지컬과 코미디는 오로지 관객들에게 현실도피의 쾌락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고요. 여성 과학자가 주도적인 인물로 나온다는 걸 제외하면 비슷한 시기의 할리우드 영화와 크게 다를 것도 없는. 하긴 당시 소련 사람들도 즐기고 싶었겠지요. (19/05/31)

★★★

기타등등
모스 필름의 동상 로고가 뜬 첫 번째 영화라고 합니다.


감독: Grigori Aleksandrov, 배우: Lyubov Orlova, Nikolay Cherkasov, Faina Ranevskaya, Rostislav Plyatt, Nikolai Konovalov, Tatyana Guretskaya, Mikhail Sidorkin, Vasiliy Zaychikov, Boris Petker, Rina Zelyonaya, 다른 제목: Springtime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39954/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6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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