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2 Mission: Impossible II (2000) * * 1/2

감독
오우삼 John Woo

주연
톰 크루즈....에단 헌트
Tom Cruise....Ethan Hunt
더그레이 스코트....숀 앰브로즈
Dougray Scott....Sean Ambrose
탠디 뉴튼....나야 노르도프-홀
Thandie Newton....Nyah Nordolf-Hall
빙 라임즈....루터 스틱웰
Ving Rhames....Luther Stickell
리처드 록스버그....휴 스탬프
Richard Roxburgh....Hugh Stamp
존 폴슨....빌리 베어드
John Polson....Billy Baird
브렌든 글리슨....맥클로이
Brendan Gleeson....McCloy
라데 세르베지야....네코르비치 박사
Rade Serbedzija....Dr. Nekhorvich

1.

저흰 둘 다 영화 버전 [미션 임파서블]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다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죠. 한 쪽에서는 크리스틴 스코트 토머스를 그렇게 일찍 죽여버린 것에 대해 치를 떨고 있고, 다른 한 쪽은 엠마누엘 베아르를 그렇게 무자비하게 다룬 것에 이를 갈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그런 개인적인 감정을 접는다고 해도 [미션 임파서블]은 결코 잘 만든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자기만의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전체적으로 통일성이 없고 서툴렀죠. 영화는 콘 게임물, 60년대식 에스피오나지물, 90년대식 액션물을 제대로 반죽도 하지 않고 뭉쳐놓은 것 같았습니다. 각 요소들은 제대로 섞이지 못하고 따로 놀아서 전체적인 통일성을 찾는 건 어려웠죠. 앞의 둘은 그나마 따로 봐도 서툴러서 옛 영화나 텔레비전 물의 어설픈 표절이라는 게 눈에 들어 왔습니다.

그런데도 저흰 [미션 임파서블 2]를 기다렸습니다. 그건 여전히 저희가 이 시리즈의 기본 설정을 좋아했다는 말이 되지요. 아마 이번에는 좀 더 잘해낼 거라고 믿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오우삼 감독 때문은 아니었어요. 그의 열성적인 팬도 아니고 또 그의 스타일이 영화에 맞는다고 생각 하지도 않았으니까요. 오히려 어느 정도 기대했던 사람은 각본가인 로버트 타운이었습니다.

타운과 오우삼이 1편보다 나은 영화를 만들었을까요? 흠... 비평적 성과는 그저 그런 편입니다. 어떻게 보면 1편보다 못하지만, 1편도 그렇게 좋은 평을 받지 못했으니 둘 다 그렇게 차이가 난다고는 못하겠어요. 그래도 흥행 성적은 1편보다 더 나을 겁니다.

2.

영화의 기본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의 주인공 헌트는 사라진 바이러스와 해독제를 회수하기 위해 고급 도둑인 나야 노르도프-홀을 포섭하다 그녀와 사랑에 빠집니다. 하지만 상부의 계획은 나야가 바이러스를 훔친 숀 앰브로즈의 옛 여자친구라는 사실을 이용하는 것이었죠. 헌트는 싫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나야를 앰브로즈의 품으로 보내야 하는데...

뭐야! 어디서 많이 들은 이야기인데? 오래 생각할 것도 없습니다. 히치콕의 [오명]과 기둥 줄거리가 똑같잖아요. 미국 스파이가 국제적인 범죄자를 잡기 위해 평판 좋지 못한 여자를 위장 잠입시킨다는 이야기 말이에요.

우연의 일치가 아니냐고요? 천만의 말씀. 타운의 표절은 노골적입니다. 공개적으로 표절이라는 사실을 드러내놓고 있죠. "그녀는 그 방면으로 훈련이 되지 않았어요"같은 헌트의 대사나 경마장을 접선 장소로 잡는 설정 같은 것들을 보세요. 나야와 헌트의 카 체이스는 [오명]의 음주 운전 장면을 변주시킨 것이고, 치명적 바이러스는 [오명]에 나오는 비소의 변형이지요. 임무의 정체를 알아차린 두 남녀가 다투는 장소가 저녁 식사를 차려놓은 발코니인 것까지 같으니 이걸 우연의 일치라고 할 수는 없겠죠?

이런 표절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두 가지 이유가 떠오릅니다. 1. 원작을 너무 좋아해서 한 번 자기 식으로 리메이크해보고 싶었다. 2. 스토리 짜기가 귀찮아서 고전을 빌렸다.

반반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타운의 각본은 좀 성의가 없어보이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스토리 짜기가 귀찮았다고 해도 좋아하지도 않는 이야기를 빌리지는 않았겠죠.

성의가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 영화의 각본은 전편보다 낫습니다. 하나하나 지적해보기로 하죠.

우선 이 영화는 자기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 지 알고 있습니다. 전편의 경우, 많은 액션이 충분히 동기화가 되어있지 않아서, 아무리 장면이 잘 되어 있어도 충분한 공감을 끌어내기 어려웠죠. 전편이 그렇게 복잡하지도 않은 줄거리에도 불구하고 헛갈린다는 소리를 들었던 것은, 정말로 줄거리가 복잡했기 때문이 아니라, 액션의 줄기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각 액션들은 모두 충분히 동기화되어 있습니다. 교환할 물건을 훔치러 랭글리에 들어가는 것과 애인 목숨을 구하려고 뛰는 건 시작부터 다르잖아요.

둘째로, 이 영화는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시리즈에 진짜 성격을 찾아냈습니다. 에단 헌트를 1인 액션 히어로로 만들면서도 [미션 임파서블] 특유의 장난감 놀이를 섞을 수 있는 타협점을 찾아냈던 겁니다. 1편에서는 못했던 일이죠.

결과적으로 [미션 임파서블 2]의 각본은 [미션 임파서블]보다 훨씬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마 오리지널 각본은 더 좋았을지도 몰라요. 최종 각본은 오우삼의 액션과 톰 크루즈의 에고 충족을 위해 원래의 모습을 많이 잃었을테니 말입니다.

3.

타운의 각본이 어쨌건, [미션 임파서블 2]는 줄거리에 신경 쓰는 영화가 아닙니다. 하긴 오우삼의 미국 영화들 중 줄거리에 제대로 집중한 영화는 없었죠. [페이스 오프]는 꽤 흥미로운 아이디어들로 가득 찬 영화였지만, 오우삼이 신경 쓴 것은 부분부분의 아이디어를 자기 식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차용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이 영화에서도 오우삼은 나야와 헌트의 심리 묘사 따위엔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비둘기를 날려대며 쌍권총을 쏘아대는 액션이었지요. [미션 임파시블 2]는 [브로큰 애로우]와 [페이스 오프]처럼 오우삼식 똥폼 액션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액션은 [페이스 오프]만큼 설득력이 없습니다. 그건 각본이 오우삼식 장려함을 의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우삼은 이 영화에서도 두 남자의 피튀기는 결투를 보여주는데, 사실 각본을 읽어본다면, 이런 접근법이 잘 맞을 정도로 헌트와 앰브로즈의 관계가 끈끈하지 않습니다. 액션도 거창함보다는 차가운 영리함이 더 필요했고요. 오우삼의 스타일은 그 어떤 때보다도 스토리와 맞지 않습니다.

비평가들은 액션 자체에도 큰 비중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성의 없는 자기 복제라는 의견이 대부분이고 심지어 자기를 모방한 [매트릭스]를 또 모방하고 있다고 놀려대는 사람들도 있죠. 하지만 그건 액션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영화의 각본에 오우삼적인 요소가 전혀 없어서 액션과 줄거리가 따로 놀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아마 오우삼이 [페이스 오프] 때만큼만 각본에 관여했었다면 그의 스타일이 영화에 더 잘 녹아들었을 겁니다.

사실 액션 장면이 그렇게 형편 없었다는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아마 저희가 이렇게 관대할 수 있는 건, 처음부터 기대를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겠지요.

4.

톰 크루즈는 모범적입니다. 그에겐 케리 그랜트와 같은 유들유들한 매력은 없지만 원래 자기가 가진 스타성으로 그 정도는 충분히 커버합니다. 액션 장면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군요. 장 클로드 반담을 흉내낸다고는 하지만 반담처럼 매끈한 액션보다는 크루즈의 것이 더 사실적이고 편해 보여요.

탠디 뉴튼 역시 연기보다는 자기 모습을 그냥 드러내는 것으로 만족하는 듯 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저희는 즐거웠으니, 역시 불평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게다가 이 사람이 원래 악센트로 연기하는 걸 오래간만에 보니 반갑더군요.

더그레이 스코트는 괜찮습니다. [에버 애프터] 때보다는 훨씬 낫고 전편의 악당보다도 더 비중 있고 위험해보이는군요. 막판에 톰 크루즈한테 무참히 깨질 때는 불쌍한 생각도 들었지만요. :-)

안소니 홉킨즈의 출연은 카메오 이상의 의미는 없었습니다. 브렌든 글리슨과 빙 라임즈도 연기할 공간이 부족했고요. 참, [시암 선셋]의 감독인 존 폴슨이 IMF 요원으로 나와 요란한 오스트레일리아 사투리로 떠들어댄답니다.

5.

[미션 임파서블 2]가 철저한 실패작이라고 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저희들은 별 문제없이 이 영화를 즐겼거든요. 영화가 드디어 시리즈의 성격을 찾았으니 앞으로 더 나은 영화가 나을 가능성도 다진 셈이고요.

저흰 3편도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제대로 된 각본가가 두 영화를 교훈삼아 진지하게 새 각본을 쓴다면 정말 꽤 괜찮은 영화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 따분한 007도 수십 년씩 시리즈를 끌어가는데, [미션 임파서블]이라고 장기 시리즈가 되지 말라는 법 있나요? 적어도 헌트는 본드보다 훨씬 실력 있는 스파이잖아요. (00/06/23)

D&P


기타등등

[미션 임파서블] 변장이 [페이스 오프]의 변장과 이어지는 건 꽤 재미있는 우연의 일치입니다. 의도적은 아니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