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망치)

2019.07.04 20:27

안유미 조회 수:602


 1.sns를 되살려보니 더 많은 페미니스트들과 더 많은 채식주의자들을 구경하게 돼요. 이런 글을 쓸 때마다 꼭 적어두는 레퍼토리가 있죠. '나는 페미니스트를 싫어하지 않지만 말야.'뭐 이런 말이요.


 하지만 이딴 것도 피상적인 말일 뿐인거죠. 전에 썼듯이 호불호란 건 '대상의 성질'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니라 대상의 성질이 갖는 '농도와 밀도'에 의해 정해지니까요. 나는 지나치게 좆같은 페미니스트나 지나치게 좆같은 채식주의자나 지나치게 좆같은 환경주의자를 싫어한다고 해 두죠.


 이렇게 쓰면 '그럼 좆같고 좆같지 않고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거지?'라고 사람들은 묻겠죠.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거니까 당연히 내가 정하는거죠.



 2.문제는 이거예요. 페미니스트면 페미니스트이면 되고 채식주의자면 채식주의자인 거면 되거든요. 한데 어떤 인간들은 꼭 자신이 페미니스트이거나 채식주의자인 걸 '벼슬'로 삼으려고 해요.


 이게 문제인 거예요. 벼슬이라는 건 아무나 얻기 힘드니까 벼슬인 거잖아요? 하지만 망치를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이 페미니스트이거나 채식주의자인 걸 다른 사람에게 휘두르는 망치로 삼으려고 한단 말이죠.



 3.내가 이념이나 도덕을 싫어하는 부분은 바로 그거예요. 망치로 써먹으면 싸구려 망치가 된다는 점이요. 말 그대로 페미니즘이나 채식주의를 망치로 쓰면 그건 공짜잖아요? 공짜인 데다가 무한이죠. 그 점이 싫은거예요.


 물론 여기서 확실히 해두자면, 나도 남들에게 망치를 휘두르는 걸 매우 좋아해요. 나도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타인들에게 나의 망치를 휘두름으로서 우월감을 느끼니까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도덕이나 이념에 경도되는 건 경계해야 할 일인거죠.



 4.휴.



 5.왜냐면 남에게 휘두르는 망치라는 건 일단 비싸야 제맛이거든요. 그리고 휘두를 때마다 댓가를 치러야 해요. 얻기 힘든 망치이면서, 한번 휘두를 때마다 댓가를 치러야 하는 망치여야 좋은 거란 말이죠. 그래야 휘두르는 쪽도 즐겁지만 맞는 쪽도 즐거우니까요.


 나는 이렇게 생각해요. 망치를 휘두르는 사람은 그 망치가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건지 따져봐야 한다고요. 다른 사람들을 짜증나게 만드는 공짜 망치를 휘두르는 건...그냥 싸구려인 사람이 되는 것뿐이잖아요?



 6.게다가 (고의적으로)바보같은 사람이 되기도 하죠. 예를 들면, 정신병자가 여자를 죽이면 그게 여혐이라고 주장하는 헛소리들 말이죠.


 한번 정신병자나 패배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세요. 걔네들은 평생 좆같이 살아왔다고요. 걔네들의 인생에는 행복이란 게 없단 말이죠. 그런 걔네들이 거의 정신이 나가버려서 자신보다 행복한 사람들 중 아무나 죽이기로 작심했다면?


 당연히 여자를 노리는 게 맞는 거예요. 평생 패배만 해오던 사람이 인생에서 처음으로 한번 승리감을 맛보려고-그걸 승리감이라고 쳐준다면-날붙이를 들고 나섰는데 신체적으로 강한 사람보다 신체적으로 약한 사람을 노리겠죠. 그래야 성공률이 높아지니까요.


 그런 정신나간 녀석들 입장에서도 남은 인생에서 자유까지도 포기하면서 살인을 감행하는 건데, 그 정도 머리는 굴리면서 타겟을 노리겠죠. 걔네들 입장에서 그건 '성공시켜야만 하는' 살인이니까요.



 7.뭐 인생은 어쩔 수 없어요.


 요즘 정말 매일 깨닫는 건데, 결국은 잘 되는 걸 목표로 할 수밖에 없단 말이죠. 성공을 갈망하다가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마음에 복수심을 갖게 되거든요. 그게 크든 작든, 결국은 세상에 대한 복수심을 일정 부분 품고 살아가게 된단 말이죠. 그리고 그것을 어떤 형태로든 조금씩이나마 발산하며 살아가는 거죠.


 

 8.아니면 자신을 속이면서 비뚤어진 우월감을 갖는 걸 선택하거나요. 하지만 어느 것도...건전하지 못한 거예요. 인간들을 만나보면 비뚤어진 우월감을 가진 놈들이 졸라 많아요. 우월감을 느낄 만한 것도 아닌 걸 가지고 자신이 남보다 낫다고 믿으며 사는 놈들 말이죠. 스스로에게 거짓말하며 사는 거죠.


 하지만 언제까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며 살 수 있을까요? 결국은 알게 될거거든요. 현실 세계에서 잘 나가는게 행복한 거라는 걸 말이죠. 


 왜냐면 현실세계에서 잘나가면 헛소리를 하며 살 필요가 없거든요. 사물과 사상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있는 그대로 말하며 살면 되니까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7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81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323
109065 미적감각이란것도 학습과 훈련에 따라 우열이 발생하죠. [4] soboo 2019.07.05 999
109064 폭스테리어 사고 보니까 [1] KEiNER 2019.07.05 761
109063 다이어트 너무 지치네요 [15] 산호초2010 2019.07.05 1133
109062 [EBS1 영화] 노마 레이 [5] underground 2019.07.05 453
109061 허~, 그래도 눈치는 있나 보구만. [1] 귀장 2019.07.05 823
109060 스포일러] '빅 리틀 라이즈' [19] 겨자 2019.07.05 938
109059 연남동 일대 놀러갑니다 [2] Reid 2019.07.05 634
109058 오늘의 잡지 보물섬 부록 [4] 파워오브스누피커피 2019.07.05 522
109057 이해할 수 없는 일들 8 [6] 어디로갈까 2019.07.05 959
109056 이런저런 인터넷 이슈 [1] 메피스토 2019.07.04 616
» 이런저런 일기...(망치) [3] 안유미 2019.07.04 602
109054 인어공주 캐스팅에 대한 기묘한 반응 [29] skelington 2019.07.04 2092
109053 노인들 이야기, 8할의 금주, 기생충 단상(약간의 스포주의), 제로에 가까운 식욕(탐) [14] Koudelka 2019.07.04 1259
109052 서검은구록(書劍恩仇錄) 2010 유감 [3] 듀나회원 2019.07.04 1265
109051 오늘의 보물섬 (모에)(1) (스압) [2] 파워오브스누피커피 2019.07.04 374
109050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을 보고(스포있음, 쿠키 스포 포함) [4] 연등 2019.07.04 658
109049 가장 최근 영화는 어떤거 [1] 가끔영화 2019.07.03 519
109048 베라 사태에 대한 조금 다른 생각 [39] soboo 2019.07.03 2204
109047 사탄의 인형 (2019) 질문 (스포일러) [1] 남산교장 2019.07.03 388
109046 스포일러] 트루 블러드 겨자 2019.07.03 47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