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뭐 배우나 감독이나 죄다 정신이 나갔어요. 심지어 찍는 카메라마저 정신이 나간 것처럼 보이니 말이 됩니까. 그러니까 보는 사람마저 정신이 나가게 하는 영화입니다

이야기 자체는 특별할 게 없어요. 솔직히 말해서 스토리 전개는 이런 류의 영화라면 딱 한줄의 플롯만 듣고도 대충 어떤식으로 전개될지 알겠다라고 생각되는 뻔뻔할 정도로 정석적인 클리셰 덩어리에요. 고지식한 주인공과 자유분방한 라이벌, 그리고 억압하는 자와 해방시키려는 자. 솔직히 팜플렛만 보고도 머릿 속으로 어떤 스토리가 지나갈지 대충 생각해볼 수 있어요. 그리고 이런 영화를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그 일을 해내는 것들은 대런과 나탈리 포트만과 그외 타 배우들입니다. 배우들은 정말 미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히스테리컬하고 극적으로 연기를 하고 카메라는 걸어가는 장면마저도 미친듯이 흔들리며 때로는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 빙글빙글 돌기도 합니다. 후반 발레 장면에 있어서는 뻔뻔하게 환상을 현실로 투여하기도 하죠. 과잉입니다. 인물들의 연기도 도저히 그렇게 연기해야 하는가 싶은 과잉 투성이고 연출마저도 그렇게 해야하는가 싶은 과잉 투성이입니다. 조명도 과잉이고 심지어 관객마저 과잉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어요.

그리고 그 과잉은 꽤 유효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 정도의 과잉은 아무렇게나 볼 수 있는게 아니죠. 데어 윌 비 블러드나 샤이닝에나 나올 법한 과잉들입니다. 아, 이 영화는 샤이닝과 굉장히 비슷한거 같기도 합니다. 막 환상이 보이면서 결국 주인공이 미쳐돌아가잖아요. 게다가 이야기 구성마저 비슷해요. 공포영화 같지는 않지만 불길한 것들이 점점 스멀스멀 올라오다가 후반 30분이 완벽한 공포영화가 되잖아요. 어쨌거나 이걸 계속 보다보면 때로는 유쾌한 기분조차 들기도 합니다. 무슨 블록버스터 보는것 마냥 보이기도 하고요. 이 과잉된 요소들 사이에서 솔직히 스토리가 뻔한게 아니냐 이런 생각은 떠올리기도 힘들어요. 나중에 생각해보면 어, 이상하네? 싶죠. 솔직히 말해서 극단장 캐릭터의 비중은 좀 더 컸어야 했고 베스는 그 역할을 맡은 위노나 라이더의 완벽한 패러디에요. 게다가 영화 내의 배역 마냥 그다지 필요없는 캐릭터 같기도 해요. 없어도 충분히 매끄럽게 전개할 수 있었죠. 게다가 관객은 왜 그렇게 많습니까?

어쨌거나 블랙 스완은 굉장히 유쾌한 영화입니다. 보고 나서 평이 어떻게 갈릴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보면서는 굉장히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사실 후반부로 갈 때쯤에는 이미 자극에 익숙해지기 때문에 입에 칼을 찌르건 배에 유리를 찌르건 손을 찧건 내 알바 아닙니다. 시사하는 메시지가 있건 없건도 알 바아니고 결말 마저도 중요한게 아닙니다. 포르노그래피 같기도 해요. 주인공이 죽었건 살았건 무슨 상관이랍니까? 나만 즐거우면 됐지. 결국 굉장한 구경거리란 말입니다. 백조의 호수 마냥. 다만 여운은 좀 적습니다.

P.S. 이로써 작품상 10작품 중 다섯 작품을 보았습니다. 블랙 스완도 좋고 127시간도 좋고 인셉션도 좋고 토이스토리3도 좋았지만, 결국 가장 제 취향에 맞았던 건 소셜 네트워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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