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나라 주왕(紂王) 때의 일이다.

 

요녀 달기(妲己)와 어울러져 주왕이 폭정을 휘두르며 음행을 저지르고 있을 때 관리 진교(陳矯)는 포악한 두 사람의 눈에 들기 위해 아래와 같은 형벌을 고안해내었다고 한다.

 

사형을 선고받은 죄수들에게 독한 술을 잔뜩 먹여 정신을 잃게 한 뒤 쓰러진 쥐수의 귓 속에 갓 부화된 새끼 바퀴벌레를 집어 넣는다.

어두운 곳을 좋아하는 바퀴벌레들은 점점 안쪽으로 파고들어간다. 깨어난 죄수의 머리 속에 사각사각거리는 바퀴벌레의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죄수는 미쳐 울부짖으나 묶여진 손발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입에 거품을 물고 발광을 하다가 눈에 피를 흘리며 죽어간다.

 

실제로 귀 속에 벌레를 넣은 죄수는 몇 되지 않으나 나란히 묶여진 죄수들은 주변의 고통스런 발광에 휩쓸려 자신의 귀 속에 '존재하지도 않은' 벌레의 환청(幻聽)과 환각(幻覺)을 느낀다. 단지 묶여있을 뿐이나 극도의 공포와 고통을 느끼며 처절하게 죽어가는 것이다. 그 죽어가는 과정은 족히 한 달 동안 진행된다. 

 

그때 이미 포락(炮烙)의 형벌 맛을 알아버린 달기와 주왕에게 느리게 진행되는 진교(陳僑)의 형벌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달기가 주왕에게 청하매, 왕은 진교(陳矯)를 독사와 전갈이 우글거리는 구덩이에 빠뜨리는 돈분형(躉盆刑)에 처하도록 명한다.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진교를 보며 달기(妲己)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예의 기묘한 웃음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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