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헤어진 사람을 만나러..

2012.07.07 12:01

춘춘! 조회 수:2043

헤어진 사람과 식사하기로 했어요.

며칠 전까지만해도 깊은 속마음 다 얘기하고 내면이 더 튼튼해진 나를 다시 봐주었으면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좀 달라요. 제가 제 자신을 사랑하고 있을 때 나를 봐주어도 되고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그동안 하지못했던 얘기, 제가 생각했던 것들을 다 털어놓고 오려구요.

 

 연애를 끝내고 저에 대해서도 상대방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했습니다. 또한 단지 연애와 사랑 문제가 아닌 자존감이나 인간의 성향 등등 여러 면에서요.

그동안의 제 생각을 정리하면

저는 제 자신을 많이 사랑하고 스스로를 잘 돌본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처음에는 단순히 호기심에 연애를 시작했지만 상대방의 어떤 특성들을 점점 좋아하게 되면서 그 사람을 제 인생과 마음에 담게 되었는데 그와 반대로 제 자신은 점점 사라지는 기분을 인지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걸 무시하고 지내다보니 연애의 본질을 잊어가고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 것 같아요. 무신경한 발언, 의무적인 안부 인사, 데이트를 위한 데이트 같은.... 상대방은 좀 질렸을테죠. 억지 즐거움만 꺼내서 상대방과 나누려하니 저도 처음 시작할 때와는 마음이 달라졌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것이 일종의 과정이라고 생각해서 모른척 참았습니다. 그 사람 입장에서는 제가 학교와 진로의 연장선인 또하나의 스트레스였을 수도 있겠죠.  

우리는 교제하는 사이니까 그 사람이 저의 마음을 다 알거라고 생각했어요. 혹은 이해할 거라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이건 저의 오만이었죠. 상대방과 저는 진지한 대화를 한 적이 없어요. 진지해지면 피곤해할 거라 지레 겁먹은 것도 있어요. 결국 단단한 기반이 없으니 이별이 바로 끝이 되어버린 느낌이었습니다.

한 가지 제가 섭섭했던 것은 그 사람이 저에게 의지하려 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처음부터 당연히 그럴 순 없겠지만 연인이라면 따뜻한 위로나 푸념을 털어놓는 역할을 해도 될 법한데 상대방은 그렇지 않았네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테지만......

 

사실 만나서 확실하게 거절당하면 어떻게 하나 약속을 잡고도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그 사람을 사랑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아니 사랑 자체를 잘 모르지만) 그 사람이 좋고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 내가 행복을 주었으면 하는 마음은 지워지지 않더라구요.  이 마음이 있으니 계속 그 사람의 주변에 있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더군요;

 

많은 글을 읽었는데 어떤 블로그에서 사랑은 나의 행복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것이라는 말이 마음에 계속 남네요. 나 자신이 행복해야 사랑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반면 현실적인 냄새가 폴폴 나는 무라카미 류의 책에서는 부모의 돈으로 연애 비용을 조달하는 사람은 연애할 자격이 없다는 구절도 보았습니다.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연애하기에는 모자란 저였던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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