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자 홍성수가 트위터(@sungsooh)로 소개해준 덕분에 사후매수죄에 대한 헌재판결을 읽어봤습니다.

http://www.ccourt.go.kr/home/storybook/storybook.jsp?eventNo=2012%C7%E5%B9%D947&mainseq=125&seq=18&list_type=05


결과는 5:3 합헌이었지만, 위헌이라는 세 재판관의 반대의견도 설득력이 있었고,

무엇보다 합헌의 이유 역시 곽노현 사건이 사후매수죄 안에서도 무죄판결이 날 수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해당 법률이 과잉금지가 아닌 이유를 합헌 이유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기 때문입니다. (강조는 제가 했습니다.)


"당해 사퇴행위에 직접적인 형태로 영향을 미치는 사전의 이익제공행위만을 규제할 것인지, 나아가 대가 수수에 대한 기대 형성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여 간접적인 형태로 선거문화에 영향을 미치고 국민의 신뢰를 해하는 사후의 이익제공행위까지 규제할 것인지는 기본적으로 그 특정한 행위를 둘러싼 선거 문화와 풍토, 국민의 법감정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인데, 우리나라 선거문화 현실, 선거부정 방지에 대한 국민의 기대 등을 고려할 때 이러한 규제의 필요성을 인정한 입법자의 결단을 탓하기는 어렵다. 

이른바 정책연합에 따른 후보단일화의 경우, 선거비용 보전이 합법적으로 형성된 정책연합의 합의사항 실행을 위하여 통상적으로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되고 당해 선거비용 보전이 선거 문화의 타락을 유발하여 선거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해하는 정도에 이르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의 대가성이 존재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즉, 공정 선거를 위해서 원천적으로 나중에 대가를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마저 갖지 못하도록 법을 만들 수는 있지만,

정책연합을 위한 후보단일화의 경우 필요한 수준의 금액은 '대가성'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도 가능하고, 그래서 법률 자체가 과잉금지를 할 수밖에 없는 건 아니란 말입니다.

물론 법원은 곽노현 건을 그렇게 해석하지 않아 유죄 판결이 났지만요.



곽노현 사건의 경우 분명한 정책연합이고 비용도 선거비용 보전 수준에도 미치지 않아 충분히 '대가성'이 아니라고 판단할 여지가 있었다고 봅니다.

사건에 대한 잘잘못 판단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저게 재판도 전에 자진 사퇴해야할 비리 사건도 아니었고요, 저거 인정한다고 '앞으로 뇌물 주고 선의라고 하면 다 무죄겠네.' 식으로 비아냥 거릴 사건도 전혀 아니었다는 건 끝까지 주장하고 싶습니다.

당시 전성기였던 나꼼수 발언에 자극을 받아서인지, 사건의 당사자도 아닌 나꼼수를 둘러싸고 대결 구도로 소모됐던 게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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