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부산에서 하는 아키라 전이 끝났어요. 불과 며칠 전에 이런 글을 남겼는데요.

아키라 전을 다 보고 나서는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구로사와 아키라가 대단한 감독이란 걸 인정하게 됐습니다. (제까짓게 인정하디말디 누가 신경쓰겠냐만은..)


특히 [숨은 요새의 세 악인]과 [7인의 사무라이]는 정말 말이 필요 없었구요. [천국과 지옥], [나쁜 놈이 더 잘 잔다] 도 좋았고, [거미집의 성]도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붉은 수염]이나 [주정뱅이 천사]도 비슷한 느낌으로 좋았구요. 취향의 문제인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이 감독이 현대극보다는 시대극(?)을 참 잘 찍는구나 싶었지요.

([천국과 지옥] 같은 명작을 무시하는 거냐! 하면 그런 건 아니고, 상대적으로 [가장 아름답게], [우리 청춘 후회없다] 같은 건 역시 좀 시시하게 느껴져서요.

언젠가 다시 본다면 그런 작품들도 또 새롭게 다가올지도 모르겠지만요 :)


일단 아키라 영화를 보고 나서 좋았던 것 하나는, 다른 영화나 소설들을 마구마구 보고싶어져요.

예컨대 [스타워즈] 시리즈가 보고싶어졌구요. (전 스타워즈를 본 적도 없고 볼 생각도 없었거든요.)

초기 웨스턴부터 마카로니 웨스턴까지 서부극을 쭉 보고싶어졌어요. 셰익스피어도 다시 읽고 싶어졌구요.


또 다른 하나는, 구로사와 아키라 영화 속의 인물들이 너무 펄떡펄떡.. 입체적이다 못해 살아있는 느낌이 들어서요!

배우들이 한 작품에만 나오는 게 아니고 쭉 관통해서 여러 번 나오다보니, 그 배우들에 대해 엄청 흥미가 생겼어요.

미후네 도시로는 말할 것도 없고, 잔잔하지만 진중한 존재감의 시무라 다카시나 감초연기 톡톡히 하는 치아키 미노루..

이 배우들 필모 그래피를 찾아보다보니 다음은 나루세 미키오 영화로 넘어가게 될 것 같네요.


- 근데 오즈 회고전에서 오즈 영화를 연달아 봤을 때도 있었던 현상;이지만, 배우들한테 너무 정이 든단 말이죠.

필모 보려고 검색해보면 다들 이미 고인 T_T_T_T_T_T 어쩐지 슬픕니다.. 필름 속에서는 그 표정과 몸짓들로 영생을 살겠지만...


(다음 문단에 [7인의 사무라이] 스포 아닌 스포)


아, [쓰바키 산쥬로]를 보면서 유재석 닮은 사무라이 때문에 웃었는데, [7인의 사무라이]를 보면서 유희열 닮은 사무라이 때문에 엄청 응원하면서 봤습니다.

그래서 종국에는 탄식을...... 마치 아메리칸 아이돌 탑 10 중에서 응원하던 후보가 탈락하는 순간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예전에 강대위를 보면서 유희열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이 미야구치 세이지(큐조 역)라는 배우는 강대위보다 더 억울하게 생기고, 진취적인 입매 때문에 눈이 가더라구요!

나루세 미키오 영화와 이마무라 쇼헤이 영화에 조연으로 몇 번 출연한 것 같은데, 찾아봐야겠습니다 +_+


사실 아직 [란]과 [카케무샤]를 안 봤거든요. 지난 번 글에 [란]과 [카케무샤]를 추천해주신 분들도 많았고 심지어 룽게님은 이 두 작품을

'이쯤되면 거의 인류를 위한 선물'  이라고 하셨는데! 뭔가 지금 연달아서 보고싶은 마음이 엄청 크지만

역시 아껴놨다가 (맛있는 반찬 아껴놓았다 마지막에 먹는 타입) 볼 거 없을 때쯤 볼까 싶기도 하고... 그렇네요!

명감독들이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때는 이런 게 참 슬픕니다요 T_T 더이상 신작을 볼 수가 없으니까요.


아무튼 아키라 전.. 언젠가 다시 한다면 다시 한 번 보고싶어요, 모든 작품 다!

구로사와 아키라를 제일 좋아하는 감독이라고 하게 된다거나, 그의 작품 중에 하나를 인생의 영화로 꼽는 일은 없을 것 같지만

무인도에 떨어져서 평생 동안 한 감독의 영화만 볼 수 있다면 누구 걸 볼래? 묻는다면 구로사와 아키라라고 답할 것 같아요.

무, 물롱 무인도에 갇히는 일 같은 건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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