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윤발 특집 주간인지, '영웅본색'으로 시작한 것이 딱히 볼 생각이 없었는데 케이블에서 영웅본색1,2를 연속으로 해주는 바람에

어쩌다 2까지 보게 됐고, 그래, 내친 김에 망작, 괴작이란 악평과 걸작, 명작이란 호평이 극단적으로 오가는 영웅본색3까지 달리게 됐습니다.

 

일단 제 느낌으로는.. 좋은 영화였어요.

 

매염방의 그야말로 꽃같은 시절을 볼 수 있다는 것, 게다가 그녀의 '여장부'스러운 이미지를 그야말로 가감없이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았고,

베트남 전쟁 당시의 그 혼란스러운 상황, 그 아수라의 지옥도 속에 내던져진 인간군상들 또한 의외로 많은 생각에 잠기게 만들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전반적으로 훌륭했고, 앞서도 언급했지만 매염방의 당당한 존재감은 '영화 속의 당시'엔 평범한 일반인에 불과한 주윤발을 눌러버리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양가휘의 어리버리한 연기며, 베트남 소년 초팔도 참으로 기특했지요.

쓸쓸한 듯 허무한 듯.. '석양지가'의 선율은 말할 나위가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당시 개봉했을 때 영웅본색 팬들에게 융단폭격 당했던 이유는 절절히 동감하는 바입니다.

영화 자체가 망작이 아니라, '영웅본색' 시리즈 전작들을 떠올렸을 때의 연결성과 개연성이 전혀 없다는 것.

그 자체로 다른 작품이라 생각하고 본다면 감동적이기조차 한데, 여기 마크가 '그' 마크라 그러면 이거 뭥미;;;가 되버린다고나 할까요.

(스토리와 메시지, 드라마의 기승전결은 2부보단 훨씬 낫죠)

 

영웅본색3의 리뷰들을 검색해서 보다가 어떤 리플을 봤는데, 그야말로 촌철살인의 비유라 기억에 남습니다.

 

'신이 된 그들을 인간세상으로 돌려보낸 영화라는 게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그래요. 영웅본색 세상에서 주윤발의 마크는 그야말로 신이었어요.

 

'신을 믿어?'-자호

'난 신을 믿지 않아. 내가 바로 신이거든.'-마크

 

그러나 3편에서의 마크는 그냥 인간입니다.

혼란스런 세상에서 부대끼고 괴로워하는 수많은 인간들 중 하나에 불과하죠.

물론 마크도 1편의 세상 이전에 좀 더 어리고 좀 더 젊은 시절이 있었을 테고, 그 또한 성장해 온 인간이었을 테지만,

이미 신이 되어버린 마크가 그 옛날 어설픈 시절이 있었다는 건, 그리고 그걸 본다는 건 사람들에게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였을 듯합니다.

 

(↑마크가 총을 제대로 못 다룬다고? 게다가 배우는 게 여자!!)

 

무엇보다 어제 보면서 절절하게 느낀 건데... 뭐라 그래도 오우삼은 총격씬 하나는 끝내주게 만든단 겁니다.(비록 황추생 아저씨가 오우삼은 영화감독이 아니라 폭발물전문가라고 비아냥대긴 하지만;)

 

서극은 무술씬은 잘 찍습니다. 그런데 총격씬에선 진짜 시망이란 생각만이 물씬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어요.

물론 캐릭터의 성격이 1,2편과 다르니 그런 액션에서도 뭔가 차이가 느껴지는 게 마땅하겠지만,

그런 걸 감안하더라도 뭔가 어설퍼 보이고, 뭔가 합이 미묘하게 어긋나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요.

 

그래도.. 영웅본색 시리즈 중 하나, 그렇지만 무언가 다른 이야기로서 기억 속에 남을 듯합니다.

전시의 혼란스런 베트남에서 홍콩으로, 그곳에서도 자리잡지 못하고 다시 베트남으로, 다시 또 어딘가로..

정처없이 떠도는 주인공들의 심정을 그대로 대변하는 듯한 '석양지가'의 가사와 함께 말이죠.

 

 

 

덧.

 

언제봐도 따뜻하게 좋기만한 윤발 형님의 눈웃음

이렇게 웃을 때는 정말 짓궂은 소년 같아요.(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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