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시간 오십분이 조금 안 되는 짧은 영화입니다. 장르는 코믹 SF 스릴러 겸 액션 정도... 스포일러 없게 적을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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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동근 카메라 뚜껑이 덮여 있...)



 - 시작이 좀 거창합니다. 먼 우주에서 무슨 운석인지 유성인지 같은 게 지구로 날아오는 게 보이고, 그게 한국의 무슨 개천 같은 데에 쿵 하고 떨어지는데... 번쩍! 하고 나서 보니 왠 몸매 좋은 남자가 알몸으로 서 있네요. 그리고 그걸 보며 흐뭇해하는 동네 여성들의 표정을 보여주다가...

 알콩달콩 신혼의 달콤함에 젖어 사는 이정현이 있습니다. 남편은 돈 잘 벌고 상냥하고 스윗한 로맨틱 가이 김성오구요. 남편 하는 짓이 너무 예뻐서 고등학교 동창회 나가서도 엄청 자랑하고 그래요. 그런데 그런 이정현을 질투한 듯한 동창 하나가 툭 던진 한 마디에 불행이 시작되죠. '그런 남자들은 다 바람둥이더라?'

 사실 그 동창 탓은 아니지만 암튼 하필 그날 이정현은 남편에게서 수상한 점을 동시에 여럿 발견해 버리구요. 이걸 어떡하나... 고민하다 결국 찾아간 곳은 흥신소. 그리고 뭔가 좀 멍청하고 느끼해보이지만 맡은 일엔 엄청 성실하고 정직했던 우리 흥신소 대표 양동근씨는 남편에 대해 정말 충격적인 이야기들을 전해줍니다. 하루에 여자를 대여섯명씩 후리고 다니는 건 기본이고 혼자서 독한 술을 40병이 넘게 마시고도 멀쩡하며 결정적으로 주유소에 가서... 음. 여기서부턴 직접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 신정원 감독의 전작들을 생각해보면 금방 짐작이 가능한 영화다... 라고들 많이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전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어요. 이 양반 예전 영화들을 하나도 안 봤거든요. 참고로 신정원은 시실리2km, 차우, 점쟁이들을 만든 사람이고 이게 최신작이죠. 

 그래서 이 영화만 놓고 말한다면 대략 이런 느낌입니다. 코미디에 장기가 있는 사람인데, 요즘 창작자들은 촌스럽다고 여겨서 잘 하지 않는 옛날 한국 영화 스타일의 개그를 해요. 말하자면 흔한 소재나 상황을 갖고 매우 한국적인 배경과 한국적인 캐릭터들을 이용해서 한국적인 드립을 치는 거죠. 그리고 배우들의 개인기 같은 걸 적극적으로 활용하구요. 

 그러다보니 조금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도 들고, 촌스럽고 유치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그와 동시에 결국 웃깁니다. 네, 웃겨요. 그리고 촌스러움과 유치함은 의외로 그렇게 크게 안 느껴져서 감상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사람이 옛날 사람이긴 한데 웃기는 옛날 사람인 거죠. 



 - 장항준과 함께 썼다는 각본은 사실 그렇게 칭찬받을만한 물건은 아닙니다. 전체적인 이야기를 두고 보면 진짜 별 거 없거든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설정인 '서로 의심하며 죽이려 드는 부부'의 이야기에다 외계인 설정을 집어 넣고 디테일 측면에선 드립들을 거하게 풀어 넣은 거죠. 문제점들이 쉽게 눈에 띕니다. 예를 들어 외계인을 추적하는 그 '조직'은 너무 사족이에요. 어쨌거나 우당탕탕 멈춤 없이 잘 흘러가는 이야기 중간중간에 튀어나와서 흐름을 끊어먹구요. 그나마 보는 동안에는 이야기의 해결을 위해 어떻게든 필요한 존재 아니었나... 싶었지만 영화 끝장면 보고 쿠키까지 보고 나면 굳이 갸들이 안 나와도 별 상관 없었을 것 같거든요. 그런 놈들이 자꾸 튀어나와서 분량을 잡아 먹고 주인공들이 담당해야할 클라이맥스의 액션 지분까지 가져가버리니... 


 암튼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중요한 건 이 영화의 드립들이 그 올드함과 유치함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잘 먹힌다는 겁니다. 상황들 자체는 웃길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정도의 상황들인데 그걸 배우들이 잘 살리구요, 또 감독이 만들어낸 호흡과 리듬감 같은 측면이 좋아서 결과적으로 웃겨요. 이미 한 얘기지만 그냥 감독이 잘 웃기는 사람일 것 같단 느낌을 받았습니다. 왜 그런 사람 있잖아요, 남들 다 아는 얘기도 희한하게 재밌게 잘 하는 사람. 이 영화의 느낌이 그렇습니다.


 근데 역설적으로... 그렇다보니 제가 이 영화를 재밌게 봤다는 게 이게 그만큼 괜찮은 완성도의 영화라는 이야기는 아니게 됩니다. 문장이 쓸 데 없이 괴상하게 꼬였죠? 이 영화를 보고 난 제 머릿속이 딱 그렇습니다. 재밌게 봤는데 칭찬을 열심히는 못 하겠고 남에게 추천은 절대 안 하고 싶네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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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3인방... 이긴 한데, 어라. 이거 밤장면인데 뒷배경에 낮이 보이네요. ㅋㅋㅋㅋ 실제 영화 속 장면이 아니라 촬영장 스틸샷이라 그런가 봅니다.)



 - 이게 작년 가을이라는 무시무시한 시즌에 개봉해서 예정대로 폭망하고 vod로 넘어간 걸로 아는데, 좀 아쉽기도 합니다. 

 왜냐면 이게 가만히 생각해보면 요즘 그래도 잘 먹히는 설정을 기본으로 깔고 가는 이야기거든요. 단순하게 요약하면 결국 본모습 숨기고 여자들 꼬셔서 죽이고 다니는 남자들에게 평범한(?) 여자들이 뭉쳐서 반격하고 혼내주는 이야기니까. 그리고 여기에서 그 '여자들'이 상당히 매력적이거든요. 우왕좌왕 늘 당황한 상태로 실수 만발이지만 그래도 정이 가고 귀여워요. 다 보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결국 그 양반들도 절대 좋은 사람들이 아닌데, 보는 동안엔 그런 생각은 안 듭니다. ㅋㅋ 배우들 연기가 좋고 합이 잘 맞아서 구경하는 재미가 충분했네요.


 그리고 사실 남자 배우들도 잘 했습니다. 김성오의 재수 없고 한심하면서도 사악한 캐릭터 연기도 괜찮았구요. 특히 양동근의 활약이 상당했습니다. 어찌보면 그냥 캐스팅의 승리라고도 볼 수 있는데... 양동근 아닌 다른 배우가 했음 진짜 뻣뻣하고 어색했을 대사들이 양동근이 읊으니 그냥 자연스러운 캐릭터의 성격처럼 보이는 마법이. ㅋㅋㅋ



 - 대충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일단 저는 이 영화를 추천하는 게 절대로 아닙니다!!! 그리고 이 영화가 그렇게 딱히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주장할 생각도 없습니다. ㅋㅋㅋㅋ

 웰메이드와는 거리가 멀고, 또 감독의 개그 취향과 코드가 맞지 않으면 제가 위에서 장점처럼 언급한 부분들에 전혀 동의하지 못할 가능성이 아주 높구요.

 하지만 뭐랄까... 이미 강산 변화가 두 턴이나 지나간 이 시점에서 대세를 차지하고 있는 21세기식 유머들과는 다른, 20세기 한국식 유머가 종종 그리워지는 분들이라면 아마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저처럼 이정현, 서영희 같은 배우들이 좀 '재밌는' 역할을 많이 보여줬음 하는 분들 역시 한 번 보실만 하겠구요.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유머 감각이 매우 표준적이라고 느끼시는 분. 촌스러움이나 유치함에 알러지가 있으신 분들 같은 경우엔 피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 서영희의 캐릭터를 보고 있노라니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생각이 나더군요. 그게 벌써 11년 전입니다 여러분!!!



 ++ 도대체 김성오 캐릭터는 어떻게 그런 재력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요. 뭐 이런 설정을 따지면 안 되는 영화이긴 합니다만. ㅋㅋㅋ 따지고 들자면 애초에 이정현이랑 결혼을 해야할 이유도 없었죠. 까지 적는 와중에 갑자기 뭔가 떠오르네요. 보험금 덕(&때문)이었나!



 +++ 쿠키는 사실 많이 별로였습니다. 극중에서 이해가 안 되던 몇 장면을 납득시켜주긴 하는데, 이야기의 감흥을 많이 까먹더라구요.



 ++++ 수원에 실제로 있는 한약방(한의원 말고!)에서 찍은 장면이 잠시 나옵니다. 그리고 그 바로 앞에 있는 공영 주차장 장면도 나오구요. 다 제게 익숙한 곳이라 되게 반가웠습니다... 라는 촌스러운 이야기. ㅋㅋㅋㅋ

 


 +++++ 워낙 폭망에다가 관심 밖 영화였어서 그런지 영화 속 장면 짤을 많이 찾기 어려운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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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진이 맘에 들어서 그냥 올려 봅니다. 촬영장 분위기가 괜찮았나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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