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에 헌책 몇권을 더하며

2021.04.04 09:58

어디로갈까 조회 수:947

작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방 하나를 책방으로 쓰고 있습니다. 거실도  한쪽을 책으로 가득 채운 채 서재로 쓰고 있고요. 서재는 지적 관심의 상징이니 가진 양만으로는 제가 보통 독자는 아닙니다.  
물론 보유한 책의 양과 지적인 수준은 그다지 상관이 없죠. 지금까지 여러 집 서재 구경을 해본 바, 많은 경우 서재는 보여주기 위해 설치돼 있는 장치더라고요. 그래서 희귀본을 많이 소장한 서재를 보면 주인이 좀 달리 보입니다.
워낙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다 보니 책들이 독자를 공산품의 소비자로 전락시킨 감이 있잖아요. 하지만  헌책방에 내놓아도 알아볼 사람이 많지 않은 책들을 소장하고 있는 독자와 그들의 자부심이 있는 거죠.

오래 전, 청계천 헌책방을 애용한 적이 있는데, 주인장들이 대개 공산품이 아닌 희귀한 책을 수집하고 싶어하는 분들이더라고요. 그런 거죠. 누구나 다 가지지 않은 희귀한 책에 대한 열망을 갖는 이들이 있어요. 책 읽는 사람에게 희귀함과 희귀하지 않음은 책의 쇄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구별되는 게 아닙니다.  책은 저자와 독자가 나누는 대화잖아요. 어떤 책이든 그런 대화가 가능하지 않은 건 의미가 없다고 봐요. 그래서 책에 그런 대화가 남겨져 있는 흔적을 찾아내는 것에 몰두하는 책 수집가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만사에 깔끔떠는 성격이지만 책에 대해서만은 깨끗한 걸 우선으로 하지  않습니다. 여백에 수많은 낙서가 남겨진, 독자가 반응한 흔적, 책에 때가 묻어 있는 걸 보면 미소가 피어올라요.  
어제 온라인으로 헌책 세 권을 구입했습니다. 책마다  주인이 그 내용과 관련된 신문 기사들을 오려내어 끼어둔 것들이 흥미로워서 써봅니다. 그것 역시 그 책의 일부인 것 같아서요. 그의 손때가 타서 더러워진 책이지만, 아 이 책은 나만의 것이 아니구나 싶어서요. 

덧: 책 제목들은 안 갈쳐드림.  메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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