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잠 잠

2021.04.06 12:44

어디로갈까 조회 수:731

보통 밤 9시 경에 잠들고 새벽 2~3시에 기상합니다. 오늘도 그시간쯤 일어났는데, 노트북 켜고 삼십분 정도 인터넷 휘휘 둘러보던 중, 다시 졸음이 다급하게 밀려와서 침대에 쓰러졌어요.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창밖은 캄캄한 어둠이고 디지털 시계는 5:30분이라는 숫자를 띄우고 있더군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죠. 
' 잠에 취해서 내가 오늘 출근을 안했구나~'
근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직 새벽이었어요. 그러니까 겨우 두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난 거였습니다. 오늘 반드시 현장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기에 몸 상태가 안 좋은 비몽사몽 상태에서도 출근해서 급한 불은 껐습니다.  - -

카프카는 잠에 대한 고통을 많이 호소한 작가입니다. 그는 이런 점을 글쓰기 작업의 무한한 원천으로 삼으며 '잠 없는 꿈'의 상태를 많이 기록했어요. 그가 적시한 기묘한 상태는 가수면과 가각성이 공존하는 것인데,  두 상태 모두 사실상 상태의 기만에 지나지 않음을 의식하는 것입니다.  
'꿈과 깨어나기' 라고 벤야민이 표현한 이 상태들의 의식 꼬기는 "아케이드 천정의 유리를 통해 점성술의 별을 바라보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모던의 도시에서 아스라한 마법성의 세계를 하나의 '시차'로 취급한 것이죠. 화해할 수 없는, 중첩될 수 없는 '시차.' <변신>이나 <소송> <성> 등 느닷없는 비현실성의 리얼리즘은 모두 그런 산물일 것입니다. 카프카는 분명히 강조했습니다. "이건 꿈이 아니다."

꿈 속에서 꿈임을 아는 것이 쉽게 이루어지면 자각몽이 문득 덧없어지기도 합니다. 어려운 시간과 나쁜 과정이 본래의 귀중한 가치를 돋보이게 하거든요. "이건 꿈이 아니야" 라는 카프카의 리얼리즘은 자각몽의 괄호치기에 다름아닌데, 독자들은 이 비현실적 압도성을 현실로 받아들입니다. 그럼 그 압도적인 비현실성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가 저의 오랜 의문 중 하나이고요. 

아무튼 몸이 너무 안 좋아서 반나절만에 퇴근합니다. 운전할 자신이 없어서 콜택시를 불렀습니다. 뭐 제게 관심있는 분들이 얼마나 되겠습니까만 이 게시판에 더이상 제 낙서가 안 올라오면 백퍼 건강문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딱히 구체적인 신체의 어느 곳이 아니라 체력이 너무 약해졌음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뻘덧: 그래도 내일 투표소엔 갈 거에요. 칸 외에 꾹 도장 찍으므로써 사표 만들고 올 겁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40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5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564
115376 보궐 선거 결과 [12] 어디로갈까 2021.04.08 1069
115375 2030 남성의 우경화를 따지는 게 의미가 없는 게 [5] forritz 2021.04.08 1172
115374 [영화바낭] 다시 두기봉! 이번엔 '독전'의 원작 '독전'을 봤습니다 [4] 로이배티 2021.04.08 465
115373 정권심판 했다는 사람들 신났네 [8] 가끔영화 2021.04.08 1076
115372 오세훈 꼴보기 싫은 건 맞는데... [3] forritz 2021.04.08 974
115371 출구 조사 지지율 [48] tomass 2021.04.07 1405
115370 오세훈 안뽑았는데요 [25] Sonny 2021.04.07 1503
115369 LG가 휴대폰 사업을 접는군요 [13] 메피스토 2021.04.07 765
115368 제가 보는 재보궐선거 예상 [5] 먼산 2021.04.07 1051
115367 재보궐 선거 투표 진행사항 [9] 왜냐하면 2021.04.07 955
115366 (바낭) 국악,,,요즘의 국악 [1] 왜냐하면 2021.04.07 436
115365 over만으로 우월한 이란 의미가 다 표현이 되나요? [5] 산호초2010 2021.04.07 488
115364 아웃랜더, 이준석씨는 오세훈 후보에게 따져야 [12] 겨자 2021.04.07 1159
115363 이 시국에 유세현장 인파 인증샷들은 왜들 올리는지 이해가 안되더라고요 [4] 으랏차 2021.04.06 662
115362 우와 히카와 키요시가 이렇게 [5] 가끔영화 2021.04.06 584
115361 어느 직장이든 신경곤두서게 하는 사람 한 사람쯤은 있을 수 있겠지만!!!! [6] 산호초2010 2021.04.06 804
115360 아래 산수문제 죄송하지만 다시 질문드릴꼐요. 간절히 부탁드려요;;; [5] 산호초2010 2021.04.06 544
115359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2001) [7] catgotmy 2021.04.06 372
115358 바낭 daviddain 2021.04.06 319
» 잠 잠 잠 [12] 어디로갈까 2021.04.06 73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