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이 참 고색창연하죠. ㅋㅋㅋ 영어 원제는 그냥 심플하게 'Vengeance' 입니다. 한 시간 오십분 조금 안 되는 영화이고 2009년작. 스포일러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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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도 프랑스인, 영화도 프랑스 합작 영화이고 하니 포스터도 프랑스 버전으로.)



 - 이야기의 시작은 마카오입니다. 한 여인이 식사를 준비중이고 집에는 어린 아들 둘이 뛰노는 가운데 곧 남편이 들어와요. 그런데 그 남편은 잠시 후 집에 난입한 괴한들의 총에 맞아 죽어버리고 여인은 애들을 데리고 피신하는데...

 장면이 바뀌면 이제 이 영화의 주인공 조니 할리데이씨가 등장합니다. 프랑스인이니 조니 알리데... 라고 불러야 하나요. 뭐 암튼, 이 분은 아까 그 여인의 아빠에요. 아까 생략된 장면에서 그 가족이 다 죽는 와중에 구사일생으로 딸만 살아남았네요. 딸의 복수를 결심했지만 프랑스에 식당을 운영하며 중국 쪽엔 거의 와 본 일이 없어 막막하겠죠. 하지만 하늘이 도와서 그 다음날 바로 우연히 자신이 묵던 호텔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히트맨 3인조를 마주치고. 조니씨는 이 양반들을 섭외해서 복수를 위해 홍콩을 향합니다... 킬러들이 그 동네 사람들이라네요.



 - 3인조 히트맨팀의 리더가 누구겠습니까. 황추생이죠. 나머지 멤버들 중에 임설이 있겠습니까 없겠습니까. 그리고 이 3인조의 얄밉고 냉정한 보스는 또 어떤 배우가 맡았겠습니까. ㅋㅋㅋ 네, 언제나의 두기봉 사단 캐스팅입니다. 하도 반복되다 보니 무슨 시리즈물 보기는 기분이 들 정도죠.

 하지만 이 영화에는 아주 강력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지금 언급한 사람들이 사실 주인공이 아니에요. 이 영화의 원톱 주인공은 복수 의뢰자 본인, 조니 할리데이가 연기한 코스텔로라는 캐릭터거든요. 아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 두기봉 영화에 난데 없는 백인 주인공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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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이 영화에서 홍콩 배우 세 명이 제대로 나온 짤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거라도... ㅋㅋㅋㅋ)


 듣자하니 우리 두기봉 아저씨는 자신에게 큰 영향을 준, 그래서 열심히 티 내며 오마주를 바치던 장 삐에르 멜빌 영화를 이 '피의 복수'를 통해 아예 대놓고 재현해보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프랑스랑 합작도 하고 주인공 이름을 '사무라이'의 주인공 이름과 비슷하게 지어 놓고서 알랭 들롱 섭외까지 시도 했다고 합니다만... 안타깝게도 우리 들롱씨는 시나리오가 맘에 안 든다며 거부. 그래서 대타로 섭외한 것이 지금의 조니 할리데이 할배라는 사연.


 뭐 이건 사람마다 전혀 다르게 느낄 부분이겠습니다만, 전 이게 정말 아쉬웠습니다. 바로 윗문단에 적은 이야기를 영화를 보기 전에 읽었거든요.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계속해서 알랭 들롱 버전의 비주얼이 눈 앞에 어른거리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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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우리 조니 할리데이 아저씨도 이 정도면 충분히 괜찮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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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랭 들롱의 2009년 사진을 찾다가 얼떨결에 동참시킨 모니카 벨루치님...;)


 알랭 들롱 할배도 이제 '사무라이' 시절 비주얼과는 아주 거리가 멀긴 합니다만, 그래도 이미지가 있으니까요. ㅋㅋㅋ



 - 근데 그래서 이 영화가 얼마나 멜빌스럽냐... 는 걸 생각해보면.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ㅋㅋㅋ 3인조가 처음 등장하는 임무 장면을 생각해보면 얼추 비슷하긴 해요. 뭔가 실시간스럽게 미션 수행 과정을 디테일하게 보여주면서 아주 건조하게 흘러가는 느낌이 있거든요. 숲속에서 벌어지는 첫 총격전 장면도 굳이 우기자면 좀 비슷한 구석이 있습니다. 과도한 폼을 절제하고 과장 없이 아주 조용하게 흘러가는 액션 시퀀스거든요. 다만 아무래도 액션 장면이다 보니 우리 두기봉 아저씨가 끓는 피를 참지 못하고 결국 멋을 부리고 말았죠. 달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흑백스런 화면 속에 사람들의 뿌리는 피만 빠알간색으로 화면을 꾸미는 예쁜(?) 장면이거든요.


 그리고 그 후론 그냥 두기봉 영화입니다. ㅋㅋㅋ 주인공들은 쉽게 감정을 나누고선 별다른 고민도 없이 선뜻 가망 없는 일에 뛰어들고. 홍콩 낡은 건물을 배경으로 상하 움직임이 강조되는 액션 장면들이 튀어나오고. 중요한 장면이라면 분위기와 감정을 살리기 위해 그냥 아주 비현실적인 장면 연출도 서슴지 않죠.


 그래서 멜빌은 포기하고 두기봉 영화들 중에 뭐랑 비슷하냐... 고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익사일'입니다. 서부극스런 분위기도 그렇고 작정할 땐 아주 작정하고 비현실적으로 화려한 액션도 그렇고. 결말 부분의 정서도 통하는 부분이 있네요. 아마도 '흑사회'나 '미션'을 두기봉 최고작으로 꼽는 분들 입장에선 그리 맘에 안 드는 영화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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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놓고 멜빌스런 장면이긴 합니다. 누가 봐도 멜빌 영화의 알랭 들롱 뒷모습 아닙니까. ㅋㅋㅋ)



 - 이런 식의 비교가 아니더라도 아쉬운 느낌이 많이 남는 영화이긴 했습니다.


 일단 템포 문제가 좀 있어요. 일부러 좀 느긋하게 가려고 했다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냥 '느린 템포'를 택한 거랑 심심한 건 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는 좀 심심한 쪽인 부분들이 많습니다. 도입부도 좀 그랬고. 클라이막스 직전에 배치된 조니 할배의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장면도 좀 쌩뚱맞으면서 늘어지고. 또 최종 클라이막스가 그다지 임팩트가 없어서 그 직전의 대규모 총격전 장면이 실질적인 클라이막스이면서 이후로는 이야기가 늘어진다는 기분을 줍니다.


 조니 할배의 매력 내지는 카리스마... 같은 부분들도 좀 아쉽습니다. 어쨌거나 이 양반이 원톱 주인공인 건데 아무리 봐도 황추생이나 임설 쪽이 훨 매력적이거든요. 뭐 제가 두기봉 영화들 연달아 보면서 정들어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암튼 전 그랬구요.


 어쨌든 두기봉이 뭔가... 자기가 맨날 하던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면서 몇 가지 이질적인 부분들을 넣어봤는데, 그게 기존의 스타일과 잘 안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두기봉의 암흑가 영화들 중 가장 쳐지는 작품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이 들었네요.



 - 종합하자면 이렇습니다.

 원래 두기봉 영화들, 정확히는 두기봉의 갱스터 영화들을 좋아하던 분이라면 이것도 그럭저럭 괜찮게 보실 수 있겠습니다.

 액션 장면들은 여전히 인상적이고 폼 나며 아름다운 부분들이 많고 늘 함께하던 배우들의 연기와 합도 여전히 좋아요.

 하지만 뭔가 좀 집중이 안 되게, 산만하게 흘러가는 스토리도 그렇고 주인공의 캐스팅도 그렇고, 뭔가 새롭게 만들어 넣어 본 요소들이 별로여서 전체적인 인상을 많이 까먹습니다. 흥행이 많이 안 좋았다던데 충분히 그럴만 하단 생각이 들었네요. 

 아... 죄송합니다 두 감독님. 적다보니 너무 악평이 되어 버렸네요. ㅋㅋㅋㅋ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 주인공을 맡은 조니 할리데이는 일생 동안 앨범을 1억장 넘게 팔았다는 프랑스의 국민 가수급 되는 분이셨죠.

 사실 이름만 알고 노래는 아는 게 없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검색해보니 2017년에 세상을 떠나셨다길래 유튜브에서 검색해서 나오는 첫 노래라도 들어보자... 하고 들어봤습니다.



 장례식 관련 기사를 보니 정말 어마어마하게 사랑받는 분이었구나... 라는 게 실감이 나네요. 허허.


https://www.yna.co.kr/view/AKR20171209056800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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