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종류의 위험

2021.04.20 12:00

Sonny 조회 수:855


평어체로 씁니다. 양해바랍니다.

 


http://www.djuna.kr/xe/board/13927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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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원의 글이 어떻게 부작위를 실천하고 있는지 지적해야겠다. 그가 기준점으로 제시했던 2019년 검찰청발 강력범죄 성별 통계는 위와 같다. "여성은 전체 강력범죄 중 16.8%를 저질렀습니다(모든 범죄 기준으로는 21%). 그러나 Sonny님이 제시하신 통계의 비율인 4%와는 상당한 격차가 있습니다." 라는 문장이 어딘가 이상해보이지 않는가? 위의 노란색 하이라이트는 내가 직접 친 부분이다. 이 부분을 강조해놓은 이유는 내가 근거로 들었던 강력범죄 4%가 어떻게 나온 결과인지 충분히 알 수 있게끔 도표상에서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여성의 강력범죄 16.8%를 주장하고 나의 주장인 여성의 강력범죄 4%(2015년도 통계)를 부정하면서 말하지 않은 것들은 다음과 같다. 1. 강력범죄는 두가지로 나눠지는데 하나는 강력범죄 (흉악)이고 또 하나는 강력범죄 (폭력)이다. 2. 강력범죄 (흉악)은 미세한 차이를 보일지라도 내가 언급했던 4%에서 근접하는 값을 지니고 있다. 3. 강력범죄 전체라는 카테고리는 지금 이 도표에는 없다. 나는 그가 제시한 검찰청 범죄 통계에서 다음과 같은 자료를 찾았다. 그가 어떤 식으로 전체 강력범죄 값을 도출해서 내 주장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지 모른다. 그러나 범죄자 특성 표를 봤다면 내가 제시한 정보가 아예 없는 정보가 아니고 본인이 부정확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그런데 왜 그는 저런 식으로 문장을 썼을까? 왜 필요한 정보를 있는 그대로 제시하지 않는가? 


강력범죄 (흉악) 카테고리를 내가 하이라이트한 이유는 또 있다. 이 카테고리에서 남성의 총 범죄값은 35315 건이다. 여성의 총 범죄값은 1688건이다. 그래서 여성은 강력범죄 (흉악) 건에서 4.5%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그런데 강력범죄 (흉악) 카테고리에서 성폭력을 제외하면, 나머지 범죄인 살인, 강도, 방화는 각각 여성의 범죄율이 14.8, 11.2, 16.3이다. 그러니까 최소한 10%대를 넘어간다. 그런데 유일하게 이 카테고리 안에서 한자리 비율을 보이는 게 성폭력 카테고리다. 다른 강력범죄들은 그래도 여자가 남자의 눈꼽만큼이라도 따라가는데, 성폭력은 아예 압도적으로 남자 가해자의 비율이 높다. 성폭력의 빈도수와 남자 가해자 비율이 얼마나 높냐면, 이 범죄를 제외했을 때 강력범죄 (흉악) 카테고리의 여성 가해자 비율은 무조건 10%를 넘어간다. 그런데 성폭력 카테고리 때문에 강력범죄 (흉악) 카테고리의 여성 가해자 비율이 4.5%가 된다. 이 말은 성폭력이 강력범죄 (흉악) 카테고리에서 대단히 비중이 높은 범죄이고, 성폭력 때문에 강력범죄 (흉악) 남성 가해자의 비율과 총 인원수가 압도적으로 늘어난다. 모든 권력이 약하지만 특히 성적인 권력에서만큼은 여자가 남자보다 대단히 약하다는 해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는 나를 연역주의자로 몰아간다. 나는 귀납주의자에 더 가깝다. 다만 그의 귀납과 나의 귀납은 방향이 다를 뿐이다. 그는 여성의 전체 강력범죄율이 16.8%이니 강력범죄를 여성이 여성에게 저지르지 않을지 의문이라고 한다. 그의 말이 맞다. 여성도 여성에게 강력범죄를 저지를 것이다. 그렇게해서 나의 문장을 부정할 때, 그가 새로이 증명하는 문장은 무엇인가. 그의 문장들에서는 일관된 부작위가 있다. 여성의 범죄율은 숫자로 밝히지만 남성의 범죄율은 숫자로 말하지 않고 "다수"라고만 말한다. 성이 결정적 변수가 "아니라면" 왜 강력범죄자 중 남성이 약 80%의 비율을 보이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의 문장들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대다수 남자와, 소수지만 범죄를 저지르는 여자로 구성되어있다. 여성 강력범죄자 58256명을 이야기하며 피해자가 배수인 걸 이야기할 때 남성강력범죄자가 289351명인 것과 그 결과인 피해자의 배수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만일 모든 숫자를 다 열거하면 어떻게 될까? 강력범죄자 남자의 구체적 수치는 지워지고 강력범죄자 여자의 구체적 수치가 강조된다. 그의 문장은 남녀 모두의 공정한 숫자의 나열을 하는 대신 남성은 지우고 여성은 강조하며 일종의 양비론적인 세계관을 형성한다. 남성이 범죄를 많이 저지르지만 "여성도" 범죄를 저지르는 세계. 이렇게 구성된 세계에서 과연 96.5 : 3.5의 남성/여성 가해자 비율인 성폭력은 조망될 수 있을까? 나는 그가 최소한 성폭력의 비율은 이렇습니다만... 이라고 언급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의 귀납이 통합해버리는 곳, 말하지 않는 곳, 멈추는 곳에서 나는 시작한다. 이것이 그와 나의 차이점이다. 그리고 내가 보는 그의 귀납의 정치성이다. (편향이라는 말은 무의미하다. 편향적이지 않은 사람은 없으니까) 모든 것이 일정하게 유지되는데 어느 한부분에서 도드라진다면, 그것이 그 통계의 의미이다. 남자와 여자로 구성된 세계가 전체라면 그 전체에서 두드러지는 피해자 여성이, 바로 이 세계의 뭔가를 설명한다. 그러나 그의 세계관에서 그 지점은 뭉개진다. 성별은 유의미한 팩터이지만 전체는 아닐테니까. 전체는 아니라는 그 전제 속에서 다른 팩터들과 동시에 다뤄지기는 하는가. 혹은 그가 말한 권력 차이는 왜 성폭력에서만 훨씬 더 압도적으로 드러나는가. 물론 그가 대답할 의무는 없다. 그가 증명하고 싶은 것은 그런 것이 아닐테니까. 


나는 그와 논쟁이 끝난 후 논지를 더 다듬어서 새로 글을 썼다. 모든 남자가 가해자가 아니라면, 그 주장을 받아들인 다음에 우리가 해야 될 것은 무엇이냐고. 그가 제시한 변증법에 나는 분명히 대답을 했고 거기서 다시 나아갔다. 그렇다면 그 또한 나아갔어야 한다. 그런데 그는 내가 스스로 부정한 전제를 다시 한번 공격하는데 전념한다. 그는 논의를 거기서 멈추고 싶으니까. 모든 남자가 가해자인 게 아니라, 가해자 중에 남자가 많다고 했던 그의 말을 인용해서 다시 글을 썼는데도 그는 그것을 무시한 채로 다시 잠재적 가해자에 매달린다. 나는 이것을 그의 대답이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으로 나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그의 대답.


"그래서 박정희는 이정재와 임화수를 사형시켰고, 전두화는 사회정화를 명분으로 삼청교육대를 운영하였고, 노태우는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독재자가 사라진 지금에도, 자국인의 안전이라는 명분으로 저 논리는 외국인, 특히나 조선족에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 그는 자꾸 이런 예시를 든다. 앞서서는 미국 내에서 백인 대 흑인, 기독교도 대 무슬림으로 한국에서의 여자 대 남자를 비유하려 했다. 비교되는 두 집단의 사회적 권력강약은 과연 유사한가? 한국에서의 남성은 여성에 비해 훨씬 더 메이저리티다. 그런데 그는 자꾸 마이너리티에 비유를 한다. 한국에서의 남성들이 정부 대 범죄자에서 범죄자가 위치한 약자의 자리만큼 궁지로 몰려있는가? 생명과 재산권과 사회적 존엄이 몽땅 박탈되고 있는 상황인가? 이런 비유는 정확하지도 못할 뿐더러 자신의 정치성이 듬뿍 담긴 비약이다. 한국 남성이 아무리 여성에게 몰매를 맞아도 메이저리티로서의 위치를 위협받거나 나락으로 굴러떨어진 적이 없다. 잠재적 성범죄자 프레임 때문에 한국남자가 취업을 못했거나 이력서에서 걸러지거나 여자가 몰래 기다리다가 남자인 걸 아는 순간 칼로 찔러죽이는 순간이 있는가? 만약 대다수 여초 커뮤니티처럼 남초 커뮤니티들이 비공개로 전환되고 민증의 1 번호나 신분증을 다 확인하거나 손가락에 난 털을 확인하는 식으로 가입이 가능해야 그 때 최소한의 입지가 뒤집혔다고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만약 나의 논리를 지적하고 싶었다면 그냥 틀렸다고 하거나 잘못되었다고 하면 된다. 그러나 그는 나의 논리륻 두고 무려 "위험"이라는 글을 썼다. 앞의 비약적 예시들과 상통하는 제목이다.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라는 프레임이 위험하다, 그것은 마치 백인 앞에 선 흑인, 기독교도 앞에 선 무슬림, 제노포비아를 당하는 조선족, 정부에게 사냥당하는 조폭의 위치로 남성을 몰아간다... 귀납적으로 이야기해보자. 그는 여태 듀게에 글을 65개를 썼는데 그 중 세개가 위험에 관한 글이었다. 하나는 문재인과 더민주에 닥친 위험을 쓴 글이었고 나머지 두개가 이 연역적 논리의 위험에 대한 글이다. 그 위험은 한국남성을 사회적 약자로 만들어버릴지도 모르는 연역적 논리에 관한 것이다. 나는 그가 "위험"이라는 단어를 쓰는 이와 같은 방식에 거꾸로 묻게 된다. 젠더 이슈를 우리는 이야기하고 있는데, 잠재적 가해자 프레임이 위험하다면 그 프레임을 낳게 한 실제 가해자들이 어떠한지. 바로 얼마 전에 김태현이란 남성이 어떤 여성을 스토킹해서 집에 침입해 일가족을 몰살한 사건이 있었다. 이런 종류의 일이 최초로 일어난 일이냐면 그것도 아니다. 바로 며칠 전에 여성 비제이의 친모를 살해하겠다고 위협한 또 다른 남성 스토커가 있었다. 남성의 명예가 처하는 위험이 진짜로 생명을 뺐는 차별의 사례와 엮일 때, 현실에서 벌어졌던 차별과 생명권 박탈이라는 위험은 단 한번도 그가 이야기한적이 없다.


"또한 그 여성 범죄자들로부터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의 존재 역시 지워버립니다. 여성 강력범죄자가 58,256명이니 그들에 의한 피해자는 그 이상이겠죠. "


이런 주장에 나는 시니컬해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모든 피해자가 똑같이 중요하다는 맥락 아래에서는 숭고한 문장이다. 그러나 이 문장이 과연 필요한 질문을 하고 있는가. 남성 범죄자들로부터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의 존재는 지금 안 지워지고 있나. 수많은 강간과 성추행이 경찰서를 가지도 못해서 미투라는 형태의 연쇄 고발로 이어졌다. 그가 부정하지 않을, 그가 조용히 동의했었을, 그가 알고는 있을 그 부작위에 대해서 우리는 충분히 말하고 있는지 되물어야한다. 그러니까 일부 남성에 의한 여성 거의 전체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이야기하고 있냐고. 또 다시 귀납적으로 말해보자. 나와 그의 논쟁이 발발하자 어떤 여성 회원이 자신의 피해사실을 이야기했다. 그의 삶을 건 주장은 충분한 울림이 되었는가? 그러니까 전체 남성을 향한 프레임은 그토록 위험하지만, 개별 남성을 향한 개별 여성의 경험적 진실은 제대로 존중받았는가? 그 댓글들에서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실이 있다. 하나는 이미 일어났음에도 말해지지 않는 여성들의 진실이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말해지지 않을 진실을 절대 말하지 않게끔 어떤 압력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나와 그의 논의가 앞으로 나아가면서 생긴 또 다른 논의가 이렇다면, 그것을 포함한 또 다른 이야기가 나와야 하지 않냐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나만을 목적으로 잡고 나의 잘못된 글만을 부정하는데 전력을 다한다.


이 게시판의 사람들도 잘 모를 하나의 귀납적 사례를 이야기해보자. https://news.joins.com/article/22811593 어떤 남자가 도촬을 20000건을 저질렀던 적이 있었다. 나는 0의 갯수를 잘못 쓴 게 아니고 이 남자 혼자서 저지른 게 20000, 만 단위의 범죄이다. 아무리 피해자가 겹쳤다 해도 몇명의 피해자가 나올지 만단위로 일단 유추하게 되는 상황이다. 이 사건이 그렇게 심각하게 언급된 적이 있었나. 다시 도표로 돌아가보자. 이런 건도 아마 성폭력 가해자 남성 숫자의 "1"로 치환될 것이다. 누군가는 과장되었을 가능성을 이야기할 것이다. 찍은 게 20000건이지 모든 영상에 다 피해자가 들어있진 않을 것이라고. 그 모든 디테일의 수정을 다 거쳐도 단 1명의 위력은 이 정도다. 여기서 누군가는 또 반박할 것이다. 저 남자만 예외적으로 많이 찍은 거지 대다수 성범죄자 남성들은 저렇게까지 찍진 않는다고. 그럼 일반적으로 성범죄자 남성들은 몇건을 찍을까. 이런 사건들을 해석하는 방향은 계속 한 쪽으로만 제시된다. 그건 맞지만, 그 사건에 여자들은 불안해지겠지만, 저 사건을 저지른 남자가 끔찍하긴 하지만, 여자들은 정확하게 분노해야하고 편견에 휩쌓이지는 않아야 한다는 그 방향이다. 


얼마전 에스파 촬영현장에서 한 남성포토그래퍼가 도촬범으로 몰린 일이 있었다. http://www.mrepublic.co.kr/news/articleView.html?idxno=71817 이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고 어느 누구도 쉽게 의심받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 맥락과 함께, 어떤 여성도 도촬에 당하지 않아야한다는 사실은 말해지는가. 만약 어떤 남성이 억울하게 몰린 일이 잠재적 범죄자의 프레임 때문에 위험하게 당한 경우라면, 잠재적 범죄자의 프레임 없이 그저 개별사건으로서 여성이 도촬당하는 사건들은 말해지고 있나. 강철부대 출연자 남성이 여성을 도촬하고 그걸 유포한 사건이 있었다. http://www.gg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841983 어떤 남성이 쓰러져있어서 신원조회를 해보았더니 10여년전 과외 학생들에게 약을 먹이고 성추행과 불법도촬을 저질렀던 신원수배 용의자 남성이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57/0001566543 30대 남성이 샤워중인 이웃집 여성을 도촬하다가 구속되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277/0004882312 10대 남성이 등산배낭에 넣어둔 휴대전화 카메라로 여성을 도촬하다가 적발되었다. https://www.segye.com/newsView/20210414517371?OutUrl=naver 10대 남성이 환풍구 사이로 헬스장 샤워실을 도촬해서 경찰에 붙잡혔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0/0003350779 


이 세상 모든 사건은 개별적으로 의미를 지닌다. 나는 남성 포토그래퍼가 억울하게 도촬범으로 누명을 쓴 일을 별 거 아니라고 할 생각이 없다. 나도 그런 상황을 겪으면 정말 죽을만큼 억울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그러니 동시에 말하자는 것이다. 어떤 남자는 여자들이 도촬범으로 누명을 씌웠고, 어떤 남자는 여성을 도촬하고 그걸 유포했고, 어떤 남자는 과외여학생들을 추행하고 도촬했고, 어떤 남자는 이웃집 여성을 도촬했고, 어떤 남성은 등산배낭에 넣어둔 휴대전화 카메라로 여성을 도촬했고, 어떤 남성이 헬스장 샤워실을 도촬했다는 사실을 프레임 없이 이야기하자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왜 성범죄라는 이슈와, 가해자의 성별 이슈에서 '여자들의 불안을 이해한다'는 문장 안에서 다 압축되어버리는가. 언급도 묘사도 되지 않는다. 권력차이가 있어서 이런 사건들이 생긴다면 그 사건들을 쌍방 모두 나열해볼 수는 있어야 하는데 그 범죄들의 질적 파괴력은 어느 한 쪽에서만 위험하다고 언급된다. 지금 며칠 사이에 보도된 저 도촬 사건들에는 어떤 프레임이 없는가? 남성에게 있어 여성은 어떠한 존재라는 프레임이 없이 그저 어떤 식으로든 도출될 수 없는 보편적 범죄자들이 우연히 구성된 결과일까. 대충이나마 커뮤니티의 구성원들에 의해 양적으로 발언되면서 집계되는 과정조차 없이 생략되는 이런 범죄 현상이 과연 모든 피해자가 공평하게 다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


통계를 활용하는 나의 방식이 아주 잘못되었다는 것을 나는 인정한다. 성별은 어떤 범죄의 전체 팩터가 아니다. 모든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가 아니다. 모든 여성도 잠재적 피해자는 아니다. 그러니까 시시각각으로 다른 요소들에 의해 상호영향받는 범죄들이 어떤 식으로 일어나는지 개별사례들을 귀납해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그 기초적인 귀납이 이뤄지고 있는가, 혹은 그것을 누가 실천이나 하는가. 어느 공간이나 마찬가지다. 남성이 잠재적 범죄자라는 프레임이 위험하다면, 위험하지 않고 공정한 프레임으로 다시 귀납을 해보자고 할 때, 그것이 취합이나 되는지 나는 의문이다. 


그는 나를 연역주의자라고 평가한다. 나 역시도 그를 어떤 주의자로 평가한다. 나는 그의 오해를 딱히 풀고 싶은 생각은 없고 그 역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그가 다양한 원인 분석을 통해 여성의 "편견"을 깨부수고 구원하는 일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아무의 의무도 아닌 일에서 각자 성실함을 발휘하는 방향은 이미 정해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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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위 현장에서 촛불을 들고 있던 우리는 박근혜 탄핵의 가장 큰 원인을 세월호 조사 책임에서의 부작위로 꼽았다. 세월호 유족들은 당연히 그 자리에 나왔어야하는 사람들이었다. 사람들은 행진 도중 세월호를 생각하면서 화내거나 눈물을 훔쳤고 공연도 했다. 유족들 역시 눈물기 어린 목소리로 우리에게 고맙다며 꼭 세월호 조사 특위를 열자고 했다. 그리고 어떤 유족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이렇게 소리쳤다.


"박근혜를 사형시켜야 합니다!!"


좌중의 분위기가 순간 얼어붙었다. 그리고 뒤늦게 호응이 이어졌다. 어리둥절해하는 우리들을 눈치챘던 것인지 그 유족은 몇번이나 사형이란 단어를 언급했다. 대한민국은 사형제가 폐지된 나라였다. 그 누구도 박근혜의 탄핵과 구속을 바랬지 사형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그것이 가능하다해도 그것을 원치않았다. 우리는 그의 분노가 이성적으로 필요한 지점을 추월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좀 불편했다. 어찌됐든 당시들을 지지하고 혹은 무기로 삼아야하는 우리들에게 그 정도의 뾰족함을 요구하면 선뜻 동의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했을 것이다. 우리가 부숴야할 것은 박근혜의 권좌와 왕관이지 박근혜의 생명 자체가 아니었으니까.


그를 부정확하다며 비판하는 건 법이나 철학 전공을 따로 배우지 않은 사람들도 충분히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 세월호 유족은 분명히 선을 넘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시위 현장에서 우리는 그 누구도 그런 말을 하진 않았다. 우리가 아무리 비겁하고 똑똑해도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여기서 질문은 이어져야 한다. 왜 우리는 그런 지적을 하는 것을 "감히"라는 부사를 붙여가며 하지 못하는지. 그것이 존중이라면 왜 그렇게까지 존중을 해야하는지. 그것은 아마 그 유족의 분노를 우리가 공감하지는 못해도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며 그 분노의 원점을 헤아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 분노는 선동이나 오해에 의한 것이 아니며, 그 자신이 원치않게 축적한 것일테고, 한국이란 나라는 그 분노가 착실히 쌓이게끔 정말로 무능했고 부작위를 거듭했기 때문이다. 공감은 못해도 짐작은 한다. 그러니까 그에 반대하지 않았다. 


- 여성 유저들에게도 말해보시지요. 남자를 미워하지 말고 권력격차라는 현상을 미워하라고.


- 누굴 미워해야 하는지는 포인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나에 대한 가해자는 저기 있는데, 문제는 한국남자니까 저 가해자 말고 한국남자 모두를 미워하라거나, 지나가던 모르는 저 남자도 미워하라고 이야기했다고 해서, 그 말이 피해자에게 설득력 있고, 감수성 있게 들리지는 않을 거 같습니다.


강력범죄에 대해, 그리고 그 가해가 끼친 삶 전체의 영향력에 대해, 이렇게 기상천외하고 간단한 대답을 할 수 있는 그가 나는 부럽다는 생각을 한다. 여자들이 어떤 경험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는데 그걸 자꾸 감정적으로 부추기는 외부인들이 따로 있다는 진단을 나는 한번도 상상해보지 못했다. 물론 나는 써먹지 못할 방법이고 어떤 여자들이 자발적으로 응축하고 있는 모든 남자들에 대한 분노를 저런 식으로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한국남자 모두를 미워하라고 말하는 사람이고 지나가던 모르는 남자도 미워하라고 이야기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에 나는 차가운 감흥을 느낀다. 나는 어떤 범죄가 폭탄 테러와 같다고 생각하고 그 폭발을 경험한 사람에게, 혹은 그 유탄을 맞은 사람의 두려움에 더 깊이 공명하는 것이 시급한 사람이다. 그리고 내가 연역으로만 세상을 보고 있다면 그 연역의 재료가 되는 사건 사고에나 신경을 쓰라고는 하고 싶지만, 부작위는 모두의 자유이고 선택이다. 그가 느끼는 위험과 내가 느끼는 위험은 아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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