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작 영화이고 런닝타임은 1시간 32분. 장르는 제목에 적은대로 스릴러구요. 스포일러는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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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로 물든 조용한 남자!!)



 - 영화가 시작되면 승용차에 탄 채로 좀 초초해 보이는 남자 하나가 보입니다. 잠시 후 옆에 있는 무슨 가게에서 복면 강도들이 뛰쳐나오고... 네. 그 남자는 강도들의 도주를 돕는 역할이었어요. 그런데 일이 꼬여서 아무도 차에 태우지 못하고 혼자 도망치다가 경찰에 쫓겨서 차는 전복되고 남자는 체포됩니다.

 장면이 바뀌면... 최소한 아까 그 남자는 아닌 것처럼 생긴 다른 남자가 나와요. 좀 구리구리한 동네 음식점 테이블에 앉아서 거기 주민들이랑 소소한 도박을 하면서 빈둥거리는데, 음식점 사장 여자에게 호감이 있나 봐요. 계속 힐끗힐끗.

 그리고 또 장면이 바뀌고... 계속 이런 식인데요. 스포일러 없는 지점까지만 간단히 요약하자면 결국 음식점의 그 남자는 여자를 유혹하는 데 성공하구요. 문제는 그 여사장님에게 감옥 간 남편이 있다는 거에요. 무려 8년이나 옥살이 중인 걸 보면 좀 중범죄자 같은데... 면회 갔다가 임신을 해버려서 남잘 버리고 어디 가지도 못하고 발목이 잡혔다네요. 결국 남자는 여자와 더 깊은 관계로 가는 건 포기하고 그저 그 주변을 맴돌기를 몇 년. 그러다 드디어 남편 출소의 날이 다가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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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로 조용할 것처럼 생긴 조용한 남자!!!)



 - 음. 일단 중요한 건, 혹시 이 영화를 보실 분들은 찾아서 재생하실 때 넷플릭스의 작품 소개 텍스트를 읽지 마세요. 스포일러입니다. 네이버, 다음 영화 소개도 마찬가지구요. ㅋㅋㅋ

 제가 적어 놓은 저 내용까지 분량이 대략 20분쯤 되고 남편 출소 직후에 국면 전환이 큰 게 하나 벌어지는데, 뭐 짐작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모르고 보는 게 좋으니까요. 그래서 사실 이 글도 뭘 적기가 되게 애매한데요. 그래서 결정적이지는 않은 포인트 하나 정도만 밝히면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참고로 전 이 영화 꽤 재밌게 봤어요.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아닌 것 같지만 어쨌거나 이 정도면 꽤 준수한 스릴러 영화 아닌가 싶었네요. 그러니까 관심 있으신 분이라면 아래도 읽지 말고 그냥 보시는 걸 추천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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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인을 유혹하는 조용한 남자!!! 사진이고... 이제 요 아래는 오피셜로는 걍 영화 정보가 포함된 정도, 제 기준으론 아주 살짝 스포일러입니다.)







 - 네... 그러니까 결국 이 영화는 복수극입니다.


 제목에 적혀 있는 '조용한 남자'가 주인공이구요. 갸가 '분노'하여 자기 인생의 복수를 하러 다니는 이야기에요.

 그리고 재미 포인트는 뭐냐면, 이 남자가 정말 평범한 남자라는 겁니다. 비주얼부터 참 평범한 동네 아저씨 느낌이고 (스페인 유명 배우인가 보던데 배우님 죄송;) 전투력이 헐리웃 액션 스타급인 것도 아니고 머리 굴리는 것도 어설프고 뭐 그래요. 복수를 위한 계획이란 것도 다 보고 나서 생각해보면 정말 대단할 정도로 구멍 투성이에 쓸 데 없이 의지만 강하고. 그걸 실행에 옮기는 것도 진짜 허점 투성이... ㅋㅋ 그리고 영화는 이 평범한 남자의 어설픈 복수를 그냥 최대한 현실적인 분위기로 담담하게, 혹은 담담한 척을 하며 살짝 거리를 두고 보여줍니다. 

 

 그런 주인공의 어설픔과 평범함이 영화의 사실적인 톤과 결합되고 보니 당연히 스릴이 생겨요. 정말 별 일도 아닌데, 이런 장르물에선 걍 쉽게 넘어갈 법한 상황에서도 긴장이 됩니다. 심지어 주인공이 총을 겨누고 비무장한 목표물을 위협하고 있을 때조차 안심이 안 되죠. 허술하니까! 더군다나 이 양반은 혼자 다니는 게 아니라 누구 하날 포섭해서 끌고 다니는데, 이 동반자가 또 주인공과 그렇게 가까워질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여행길 내내 언제 어떻게 뒷통수를 맞을지 조마조마한 맘으로 보게 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주인공의 사정을 대략 알고 나면 어쨌든 공감이 돼요. 이러고 싶을만 하거든요. 물론 더 합리적이고 정의로우면서도 쉬운 길이 충분히 보이긴 하지만, 어차피 본인이 이 길을 선택해 버린 걸 관객이 어쩌겠습니까. 그리고 사실 주인공은 이렇게 잘못된 고생길을 택할만해 보일 정도로 좀 갑갑하고 어리숙하기도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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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지나게 총을 들었지만 패션 센스는 갑갑해 보이는 조용한 남자!!!)



 - 그렇다고해서 뭐 되게 명작이라든가 복수극의 고전이 될만한 퀄리티의 영화는 또 아니에요. ㅋㅋ

 좀 애매한 구석들이 있습니다.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들도 꽤 있고, 또 영화 전반을 지배하는 현실적이고 누추한 톤과 어울리지 않는 좀 가볍게 장르적인 연출이나 전개도 종종 튀어나와요. 특히 주인공의 마지막 선택 같은 게 그렇죠. 훨씬 처절하게 가든가, 아님 훨씬 건조하고 현실적인 톤으로 가든가 했으면 좋았을 텐데 살짝 깨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한 두 번 정도 튀어나오는 유머러스한 장면도... 갑작스러움에 당황해서 웃긴 웃었으나 영화의 분위기 조성에 별 기여를 한 것 같진 않았구요. 뭐 그렇긴 한데...



 - 일단 영화가 상당히 짧구요. 또 그 짧은 이야기를 다시 짧게 짧게 끊어가며 전개하기 때문에 자신의 단점을 상당부분 덮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아니 이 부분은 뒤를 좀 더 보여줘야 하는 게 아닌가? 라든가, 아까 그 상황이 이걸로 자연스럽게 연결이 될 수 있나? 싶은 장면들이 좀 있는데 애초부터 영화가 짧게 짧게 치고 빠지는 식으로 전개가 되어왔다 보니 그냥 그러려니... 하게 되는 거죠.


 그리고 결정적으로, 영화가 끝날 때까지 관객들이 원하는 건 대충 거의 다 보여줍니다. 그게 어딥니까. 어설프게 중간에 주저 앉거나 딴 길로 새어 버리는 복수극들 참 많잖아요. 이 영화는 딱 궤도 올라타는 순간부터 그냥 그 목적 하나를 위해 달리고 다른 델 돌아보지도, 이상한 곳에 도착해서 이게 종착지라도 우기지도 않습니다. 이것만 해도 상당한 미덕이라고 생각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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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별 거 없어 보이지만 차는 BMW 타고 다니는 돈 많고 조용한 남자!!!)



 - 결론은 뭐.

 약간 얄미운 트릭들이 눈에 띄지만 어쨌거나 결과적으로 심플하고 날렵한 모양새로 만들어진 복수극입니다.

 보면서 주인공 캐릭터나 이야기의 결말 같은 부분이 별로였다... 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많을 것 같지만. 그래도 나름 구색 맞춰가며 관객들 흥미도 잃지 않고 성실하게 달리는 영화라는 부분은 부정할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아요.

 어차피 '넷플릭스 참 볼 거 없다'라고 생각하시는 분 많은 거 잘 압니다만? ㅋㅋ 저도 사실 거기에 매우 적극적으로 공감하는 입장에서, 그 와중에 이 정도면 충분히 괜찮은 영화 아니었나 싶네요. 게다가 짧잖아요. 적어도 보는 사람 화나게 만들 영화이니 한 번 시도해보실만 하지 않나... 싶습니다.




 + 사실 본지 며칠 된 영화입니다. 요즘 게임하고 배구 보는 와중에도 영화는 보고 있는데 글 적을 시간이 모자라네요. ㅋㅋ



 ++ 제목인 '조용한 남자의 분노'는 아주 살짝 오역... 까진 아니고 좀 아쉽죠. 영어 제목이 'fury of patient man'이고 이게 영국 옛날 평론가 '존 드라이든'이 남긴 명언에서 따온 것이며 그 명언도 한국에서 '참을성 있는 사람의 분노를 조심하라'라고 많이 알려져 있으니까요. 셰익스피어 평론으로 셰익스피어 발굴에 큰 공을 세웠다... 라는 게 일생 업적인 분이신 것 같고.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건 이 양반의 또 다른 명언, '처음엔 우리가 습관을 만들지만 나중엔 습관이 우리를 만든다'인 듯 하네요. 이름 검색해보면 온통 저 말을 인용하는 블로그 갬성 게시물들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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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이런 것들 말입니다)



 +++ 어차피 대부분의 영화 사이트에서 기본 정보로 소개하는 부분을 갖고 제가 너무 유난을 떨었나... 해서 확인해봤더니, 영어로 된 오피셜 영어 소개글은 이겁니다.


 "The tentative romance between a gentle Madrid labourer and a working single mother becomes a struggle for survival when the woman’s violent boyfriend returns from prison, in the gritty, suspenseful debut feature from popular Spanish actor Raúl Arévalo (Ghost Graduation, "


 뭐 이 정도면 제가 그렇게 오버한 건 아닌 것 같기도 하구요. 

 예고편도 그렇게 대놓고 주인공 사연을 드러내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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