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팔로우 It Follows

2015.04.12 18:01

Q 조회 수:3647

팔로우/ 그것이 따라온다 It Follows



미국, 2014.    ☆☆★★


A Northern Light Films/Animal Kingdom Production in associate with Two Flints. 화면비 2.35:1, Digital Arri Alexa, Red Epic Cameras. 1시간 40.


Written and directed by: David Robert Mitchell.

Cinematography: Mike Gioulakis

Production Design: Michael Perry

Music: Disasterpeace

Special Makeup Effects: Krisz Drouillard, Robert Kurtzman, Tom Luhtala

Visual Effects: Greg Strasz, Ed Mendez, DIVE

Stunt Coordinator: Ele Bardha


CAST: Maika Monroe (제이), Lili Sepe (켈리), Jake Weary (), Olivia Luccardi (야라), Keir Gilchrist (), Daniel Zovatto (그레그), Bailey Spry (애니), Debbie Williams (제이의 엄마), Ele Bardha (제이의 아빠), Mike Lanier (그것: 거인 모습), Ruby Harris (레드먼드 부인), Alexyss Spradlin (그것: 오줌 싸는 병든 여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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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하는 얘기지만 외국영화에 한국어 제목을 지을 때에는 조금이라도 원제가 뜻하는 바에 대한 고찰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느낀다. [그것이 따라온다] ([팔로우] 라는 제목은 링크의 편이를 위해서 대문에만 달아두기로 한다) 같은 경우는 최소한 It Follows의 무엇인가가 움직여서 너를 따라오고 있다는 동적인 감각이라도 살려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어차피 영어제목을 곧이 곧대로 붙일거면 왜 [잇 팔로우스] 라고 짓지 않았는지? 일본어와는 달리 “잇” 또는 “이트” 를 표기하는 데에도 아무 문제가 없고, follow 를 “후오로-” 라는 괴상한 발음으로 강제로 읽어야 하는 것도 아닌데. 세종대왕 만세만 외치면 뭐하나, “우리” 의 위대한 한글 발음 체계의 강점을 하나도 못 써먹고들 사는 못난 자손들인데.


호러영화를 말아먹는 데에는 참 여러가지 이유들이 존재하지만, 개중 자주 볼 수 있는 패턴을 두가지만 고르자면, 하나는 만드는 사람들이 호러라는 장르를 낮추어보고 있으면서, 관객들을 와락 놀래키기만 하면 호러로서 점수를 딴다고 생각하는 점 (수많은 한국산 호러영화가 이 문제에서 헤어나오지를 못한다), 그리고 두번째는 만드는 사람들이 남들이 수없이 써먹어서 닳고 닳아서 맨질맨질해진 클리세를 다시 써먹으면서도, 마치 대단한 오리지널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는 점 (이것은 한국 영화에 있어서 총체적으로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고 호러장르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무슨 “독립” 영화라고 이 문제에서 자유로운 건 아니니 착각에서 깨어나시기 바란다. 단순히 돈 적게 썼다고 당신들이 상업자본주의 문화가 우리의 대뇌에 심어놓는 서사와 캐릭터와 장르적 문법의 클리세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은 위선적이까지 하다) 을 들 수 있다. 캠코더로 비틀비틀 찍어서, 맥주 마시고 새우깡 씹으면서 옥탑방에서 랩탑 파이널 컷 프로로 편집을 한 예산 2천만원짜리 파운드 푸티지 호러가 됐건, 윌 스미스나 니콜 키드먼이 주연을 맡고 헐리웃 메이저 영화사가 2백억원을 투자한 A 급 프로덕션이 됐건, 이 두 문제에서 벗어난 호러영화는 극소수다.


[그것은 따라온다] , 소문에 의하면 2백만불이라는, 북미수준으로 보면 드럼통의 바닥을 기는 저예산 (한국이면 저예산과 중급예산의 경계선. 한국이라는 맥락에 도입해봐도 결코 돈이 풍족하게 들어간 영화는 아니다) 으로 제작된 한편인데, 보아하니 별로 꼭 호러영화를 만들어야 할 장르적 덕후심의 증후도 느낄 수 없는 각본가-감독 데이빗 로버트 미첼은 이 두가지 난관을 마치 외계인이 전자 배리어를 “광자로 만들어진 것처럼 어이없게” 뚫고 나가듯이 거침없이 통과해 버린다.


이것이 가능했던 요인을 분석해보자. 언제나 그렇듯이, 한 편의 영화에서 무언가가 잘 돌아가고 있으면 우리는 다른 요소들은 일단 제쳐놓고, 먼저 각본의 우수성에 주목하지 않으면 안된다. 미첼의 각본은 영화가 시작하자 마자 “그것” 이라는 공포의 대상을 관객들에게 각인시키는 데에 에너지를 쏟는다. 보통 이러한 호러영화에서는 쓸데없는 희생자용 조연 캐릭터들을 등장시키고 그들로 하여금 (괴물이나 초자연 현상의) 백스토리를 구구 절절하게 설명하게 만드는 데에만 거의 영화의 런닝타임의 반 내지는 3분의 2 소모하기 마련이다. [그것이 따라온다] 에서는 모두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 내지는 괴현상의 파괴적인 능력 (사람을 얼마나 처참하게 죽일 수 있는가) 을 강렬하게 부각시켜 놓고, 도입부에 걸쳐 주인공 제이가 “저주” 에 걸릴 때까지 마치 전혀 다른 영화를 보는 것처럼 냉정하게 숨을 고르면서 서사를 전개시킨다.


캐릭터들의 반응도 여느 호러영화와 현저하게 차별된다. 한마디로 이 한편의 10대들은 거짓말처럼 (그러나 실제로는 리얼리스틱하게)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행동한다. 주인공 제이도 차분한 편이지만 여동생 켈리와 켈리의 친구 폴은 더 착하고 사려가 깊고, 괴물이 습격한다 어쩐다 하는 와중에도 T. S. 엘리옷이니 누구니의 시를 열심히 읽고 “공부” 를 하고 있는 야라나 심지어는 친구들 중 가장 “껄렁” 한 캐릭터인 그레그도 자연주의적 전체 상황의 신빙성을 깨뜨리는 “영화적” 으로 과장되거나 공식적인 행동을 결코 보여주지 않는다. 어른들이 얼굴은 비치기는 하는데 (제이의 아버지의 경우 클라이맥스에 예상하지 않았던 무시무시한 방식으로 등장한다) 마치 만화 [피너츠] 의 어른들처럼 별세계에 존재하면서 간혹가다 이 애들의 세계에 간섭하는 정도의 역할 밖에는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도 재미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놓고 보자면 “그것” 은 어른 세계와 그 출처를 공유하고 있는, 젊은 세대에 대한 (어른 세계에서 발생된) 위협에 대한 은유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미첼 감독이 또 한가지 잘하고 있는 것이, 그러한 은유적 해석은 관객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그것” 을 복잡하고 다면적이면서도 뚜렷한 물리적인 한계가 있는 존재로 묘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구시대적인 프로덕션 디자인 (브라운관 TV, 60년대적인 구조의 부엌 등) 과는 반대로, 이 한편의 괴물은 21세기적인 상상의 산물이 아닐까 추측을 해본다. 마치 몇 가지 제한적인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알고리듬은 갖추었지만 아무런 “지능” 이나 “의지” 는 가지지 않은 (실제 써먹기에는 답답하고 융통성이 없는) 컴퓨터 프로그램 같지 않나? 그리고 이 알고리듬은 아마도 “저주를 받은 개체를 죽일 때 손쉽게 하기 위해 그 개체의 가족이나 지인으로 변장하고 접근한다” 라는 명령을 실행하고 있는 것일텐데, 실제로는 타겟의 가족이나 지인 뿐 아니라 (아마도 과거에 누군가의 가족이나 지인이었을?) 들쑥날쑥한 형태의 온갖 모습들로 변신해서 접근한다. 개중에는 홀딱 벗고 지붕위에 올라가 서있는 남자 노인 (에구....) 이나 방광에 무슨 문제가 있어 보이는 교통사고나 어쩌면 폭행사건의 희생자처럼 보이는 히스패닉계 여성 (괴물이 익명의 희생자의 모습을 하고 주인공을 죽이러 온다는 사고방식의 반전 때문에라도, 엄청나게 찝찝하다) 처럼, 그 맥락을 알게 되면 왜 저런 모습을 하고 있는지 이해 할 수 있을 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기분나쁜 모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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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한가지 언급하고 싶은 것은 “성관계를 통해 퍼지는 저주” 라는 설정인데, “섹스를 하면 괴물/연속 살인범에게 잡혀 죽는다” 라는 공식은 정말 썩어질 대로 온갖 호러영화에서 써먹은 것이고, 심지어는 그 공식을 패러디해서 울궈먹는 호러 코메디까지 ([Cherry Falls]라는, 성관계 미경험자만 골라서 죽이는 연속살인범이 창궐하는 바람에 모든 등장인물들이 서로 섹스를 하려고 난리를 친다는, 웃기지도 않는 내용의 한편) 나온 바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 많은 호러영화들 중에서 실제로 “섹스를 통해 퍼지는 무언가” 의 실체를 머리부터 대놓고 다루고 있는 작품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70년대 “바디 호러” 의 명작들인 [래비드] [그들은 우리 안에서 나왔다 They Came From Within] 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모범적인 사례들을 관찰할 수 있다.


[그것이 따라온다] 에서는 이 “섹스를 통해 퍼지는 무언가” 설정은 완벽히 탈 공식화되어서 모든 주연들이 진지하게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문제거리” 로 재구성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미첼의 접근 방식이 특이한 것은 “섹스” 자체는 문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알기로는 여주인공의 괴로움에 동참하기 위해 남자애들이 자기 목숨의 위험을 무릅쓰고 섹스를 하는 호러는 이 한편이 최초가 아닐까? 그런 면에서, 이 한편이 흔히 북미판 호러영화에서 볼 수 있는 “섹스를 하면 죽으니까 하지 말아라” 라는 보수적 도덕 메시지를 품고 있다는 일부의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오히려 그 반대로, 의사 소통의 수단과 각자의 시점을 타자와 공유하기 위한 절박한 수단으로서의 섹스가 강조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제이와 폴의 허심탄회한 대화와, 마지막 시퀜스가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한다. (더 깊이 들어가보자면 “그것” 이 희생자들을 죽이는 행위 자체도 불편하게 섹스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것” 이 주인공 캐릭터들의 어머니나 아버지의 모습을 하고 나타난다는 것에, 일면 강렬한 근친상간적 금기를 건드리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닐런지. 이 측면은 거의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은 “서브텍스트” 로 기능하고 있지만. 섹스와 로맨틱한 관계에 대한 환상이 완전히 휘발된 포스트 AIDS 시대에서 자라는 소년 소녀들의 절박한 심정의 반영일까?)


연기자들은 당연 전혀 헐리웃적으로 글래머러스하지 않은데 제이역의 마이카 몬로가 아주 매력적이다. 젊은 시절의 멕 라이언과 멜라니 그리피스를 섞어놓은 것 같은 모습인데, 연기력은 솔직히 그렇게 뛰어난 것 같지는 않지만, 자의식 없이 속옷 바람으로 거울의 자신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하는 장면들의 왠지 서글픈 분위기가 무척 좋다. 저예산이지만 허술하게 만든 한편은 결코 아니라서, 해변가에서 “그것” 이 습격하는 장면의 CGI 를 별로 남용하지 않은 물리적 특수 효과의 질감도 우수하다. , 풀장 시퀜스에서는 특수효과의 수준 보다도 좀 각도와 구도를 다르게 했더라면 훨씬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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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카펜터 감독의 이름이 이 한편과 더불어 오르내렸는데, 아마도 초반부의 교외 주택지의 분위기가 [할로윈] 의 그것과 유사하고 또 디재스터피스 라는 엘렉트로닉 그룹이 담당한 전자음악으로 구성된 스코어가 카펜터의 그것을 연상시켜서 그런 가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미첼 감독의 이 작품에는 초기 카펜터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팔팔하게 날이 선 긴장감 (롱 테이크로 호흡이 긴 편집을 하건 말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 이 없다. 좋건 나쁘건 “차분한” 한편이거든. 오히려 360도 팬으로 학교의 복도를 잡아내서 그 구도에 언뜻 잡히는 “그것” 의 움직임을 아닌 척 관객들에게 각인시키는 기교등은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나 로먼 폴란스키같은 유럽 감독들의 스타일을 연상시킨다.


보고 있노라면 [주온] 이나 [회로] 와 비슷한 방식으로 등골을 서늘하게 해주고, 관객들의 지성을 모욕하지 않으며, 울거먹고 울거먹어서 진이 다 빠진 호러 장르의 공식을 간단히 뒤집어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며, 보고 난 다음에는 여러가지 의미에서 내용을 곱씹게 해주는, 박수 쳐 주고 싶은 한편이다.


데이빗 로버트 미첼 감독, 내 타이프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앞으로의 커리어 응원해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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