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드 파더 Blood Father  


프랑스-미국, 2016.   


A Why Not/Wild Bunch Co-Production, distributed by Liongsgate Films (USA) and SND (France). 화면비 2.35:1, 1시간 28분.


Director: Jean-Francois Richet 

Screenplay: Peter Craig, Andrea Berloff 

Producers: Pascal Caucheteux, Peter Craig, Sebastien Lemercier, Chris Briggs 

Cinematography: Robert Gantz 

Production Design: Robb Wilson King, Eve McCarney 

Editor: Steven Rosenblum 

Music: Sven Faulconer 


CAST: Mel Gibson (링크), Erin Moriarty (리디아), Michael Parks (프리처), Diego Luna (조나), William H. Macy (커비), Miguel Sandoval (아르투로), Richard Cabral (조커), Daniel Moncada (춥), Raoul Trujillo ("시카리오"), Thomas Mann (모텔 카운터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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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서, 어떻게 하다가 프랑스영화 [메스린] 2부작의 감독 장-프랑스와 리셰가 비교적 저예산이지만 그래도 멜 깁슨과 윌리엄 메이시가 주연하는 액션영화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는지 궁금했는데, 각본가가 벤 아플렉 감독작 [타운] 의 오리지널 각본과 [헝거 게임] 시리즈의 각색을 책임졌던 피터 크레이그 라는 것을 알고 나서 궁금증이 좀 풀렸다. 당연히 [헝거 게임] 의 성공의 수훈자니까 라이언스게이트에서 돈을 대주겠다는 얘기는 나왔을 것이지만, A급 프로젝트로 전폭적으로 밀기에는 뒷심이 딸렸던 모양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볼 때, 장 프랑스와 리셰 감독은 제대로 수완을 발휘해서 만족스러운 중저예산 액션 스릴러로 내놓았다. 이 정도면 충분히 깁슨 이하 출연자들의 명성에 누가 되는 결과는 아니다. 


아마도 [리설 웨폰] 시리즈를 기억하지 못하는 연령층에서는, 멜 깁슨이 주연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서 이 한편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가신 분들은 별로 없을 것이라 여겨진다. 하긴 최근에는 감독으로 더 잘 나가기도 했고. 물론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2004] 찍을 무렵에 극우보수질을 너무 열성적으로 해서 정나미가 떨어진 사람들도 많이 계시리라. 근데 재미있는 사실은 자신이 설립한 영화제작회사 아이콘 프로덕션에서는 의외로 지적이거나 예술적인 영화를 많이 만들었다: 예를 들자면 [헝거] (2008), [미스터 홈스] (2015), [네온 데몬] (2016) 등. 이 한편은 아이콘 프로덕션의 제작이 아닌 만큼, 본인의 정치적-사회적 아젠다가 반영된 역할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무튼 피터 크레이그의 각본이 프랑스인 감독 (프랑스에서 [메스린] 으로 대박치기 이전에, 미국에서 [13번 지서의 습격] 리메이크판을 만든 경력이 있긴 하지만) 리셰 손에 들어가고 또 그가 깁슨을 캐스팅하기로 결정한 배경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블루 레이를 구입하면 메이킹 오브 도큐에서 설명해주려나?), 의외의 시너지 효과를 거둔 한편이라고 판정 내릴 수 있겠다. 


영화는 다행스럽게도 [블러드 타이스] (2013)처럼, 모든 미국영화의 장르적 컨벤션을 구비하고 있음에도 어딘지 자연스러움이 결여된 그런 짝퉁적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리셰의 외국인으로서의 시각이 반영된 부분은, 예를 들자면 모두에 리디아가 어마어마한 양의 총기와 총알을 마트에서 구입하면서 카멜 담배를 한 갑 추가로 사려고 하자, 총기와 총알에는 눈꺼풀도 꿈쩍않던 마트 직원이 "운전면허증이던지 다른 사진 증명서 까보이세요" 라고 딴지를 거는 장면이 나오는 데, 보통 로컬 미국 감독이라면 이런 상황을 "존나 웃긴다~" 면서 아이러니칼하게 묘사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백인우월주의 바이커 갱단의 호스트 노릇을 하며 사는 주제에 입으로 떠드는 말에는 반체제- 반정치적인 씨니시즘이 차고 넘치는 파충류적 악인 프리처 ([킬 빌] 같은 영화에서는 오히려 만화적으로 과장된 연기에 소모당한 느낌이 있는 마이클 파크스가 모래 속을 기어가는 방울뱀 같은 독기 넘치는 호연을 보여준다) 의 설정에도, "미국이란 나라는 참…?" 같은, 외국인이 지닐 만한 양가적인 (비판-경멸과 일종의 숭배적 감동이 여러갈래로 엮인) 태도가 일정 느껴지기도 하고. 


[블라드 파더] 의 최고 강점은 주요 인물들의 겉으로 보기에는 지극히 정석적이고 새로운 면이 없어 보이는 관계들을, 코믹하거나 멜로드라마적인 과장을 억제하고, 그러나 인간의 합리성과 인내심에 대한 신념을 저변에 깐 채 차분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주인공인 링크가 무슨 수퍼히어로도 아니고 심지어는 특별히 재주가 있는 범죄자도 아닌, 참 인생 거하게 말아먹은 알코올중독자에다가, 이상하게 (별로 커리어상으로는 도움이 안 되는) 예술적 끼나 보헤미안 정신, 그런 거는 좀 있는 (사막에다가 트레일러 하나를 덩그러니 얹어놓고 "Missing Link" 라는 제목의 문신 샵을 운영하고 있다) 상당히 한심한 캐릭터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나 아놀드 슈와쩌네거의 전성기 캐릭터 같은 "서부의 사나이" 적인 과묵함이나 카리스마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음 카리스마가 없다는 것은 좀 사실이 아니구나. 깁슨형님이 초반부에 등장할 때의 자글자글하게 잔주름이 잡히고 회색 턱수염에 뒤덮인 (이분도 금년으로 환갑이 되셨슴!) 왕년의 미모를 보고 있노라니, 약간 서글퍼짐과 동시에, 이분께서 그래도 자신의 감성을 육감적으로 (섹시하게) 가감없이 표현하는 데에는 남다른 재능이 있는 분 아닌감, 라는 감개가 동시에 밀려온다. 약간 캐릭터가 주책이 없어 보일 정도로 감정을 "자기 소맷자락에 비끄러매고" 연기하는 깁슨의 자연주의적 스타일의 연기가 링크라는 인물에 모자라지도 않고 과하지도 않게, 껄렁하고 바보같으면서도 어딘지 기백있는 중년 남자의 매력을 부과해주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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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이 한편을 파멸의 블랙홀로 끌어들일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존재는 에린 모리아티가 연기하는 열 일곱살난 딸 리디아였다. 그냥 플롯을 가동시키는 스위치로서의 기능밖에 못하는 초민폐 바보 여자아이로 전락할 가능성도 컸고, 또는 자기 목숨을 구하려고 지금까지 살던 자기 인생을 완전히 엎어버린 아버지한테 쓸데없이 "신세대" 의 가치관을 설교한다든지, 그런 각본가나 감독의 "(진보적) 이념" 의 대변자 역할을 하느라 드라마를 말아먹을 수도 있었다. 이러한 취향이 아주 안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리디아가 멕시코 노동자들에 대해 인종차별적인 태도를 취하는 링크의 멍텅구리 논리에 가볍게 빵꾸를 내는 장면이라던지) 다행스럽게도 리디아는 그 어느 쪽도 아니다. 민폐 바보인 것은 상황상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버지의 도움이 필요해서 그의 집에 굴러들어온 주제에, 착취적인-- "돈만 구해주면 알아서 꺼져줄께요, 네 아빠?" 라는 식으로-- 태도를 고수할 만큼 뻔뻔하거나 자기 중심적인 것도 아니며, 아버지의 삶의 양태에 대해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면서, 서로 점차적인 접근만 허용하는 실리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결과 [블라드 파더] 에는 자극적인 제목에도 불구하고, 눈물로 범벅이 된 대대적인 멜로드라마적 "화해" 가 나오지 않는 대신에, 더 드라이하고 실질적인 방식으로 리디아가 아버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며, 그러한 도움이 그녀의 삶에 확실히 이바지했음을 보여주는 서사의 결말에 도달하고 있다. 이 부분은 크레이그의 각본과 리셰의 감독이 같은 주파수를 공유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런닝타임이 1시간 반이 채 안되는, 한때의 로드무비 겸 필름느와르를 연상시키는 타이트하고 급진적인 전개를 자랑하지만, 나름대로 총격전이나 [매드 맥스] 를 연상시키는 과격 스턴트 등재 체이스 신 다 나오고, 제일 밉살맞은 악당이 뭐가 어쨌다는 둥 되지도 않는 악담을 씨부리는 도중에 주인공의 총을 탕! 한 발 맞고 즉석에서 거꾸러지는 통쾌한 장면도 나온다 (퀜틴 타란티노나 그런 오스카상 받는 감독들의 폭력영화에는 의외로 이러한 속이 후련해지는 간결한 장면이 아주 드물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예술가" 대접을 받는 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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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적으로는 소품이고, 어디 영화제에 나가서 상을 타고 그런 따위의 주제 ("주제 파악해라" 할때의 주제. 主題가 아니고) 와는 무관하지만, 보는 동안에는 손에 땀을 쥐고 감상할 수 있는, 빤짝빤짝하게 갈고 닦인 차돌 같은 스릴러다. 멜 깁슨 꼴 보기 싫으신 분은 피하시고, 팬인 분들께는 절대 추천. [파고] 처럼 대놓고 우화적이거나, [시카리오] 처럼 숨이 쾍 막히도록 공포스러운 그런 분위기 말고, 약간 털털하면서도 군살이 없이 바싹 긴장한 분위기의, 광활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액션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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