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치 Searching (2018) (존 조 주연)

2018.08.30 21:49

Q 조회 수:1168

서치 Searching   


미국, 2018.    


A Bazelevs/Stage 6 Films Co-Production, distributed by Screen Gems. 화면비 1.85:1, 1시간 42분. 


Director: Aneesh Chaganty 

Screenplay: Aneesh Chaganty, Sev Ohanian 

Producers: Timur Bekmambetov, John Cho, Congyu E, Debra Messing, Sev Ohanian, Natalie Qasabian, Adam Sidman. 

Cinematography: Juan Sebastian Baron 

Editors & Virtual Photography: Nicholas D. Johnson, Will Merrick 

Production Designer: Angel Herrera 

Music: Torin Borrowdale 


CAST: John Cho (데이빗 김), Debra Messing (로즈마리 빅), Michelle La (마고 김), Sara Sohn (파멜라 김), Joseph Lee (피터 김), Connor McRaith (아이작), Briana McLean (애비게일), Steven Michael Eich (로버트 빅), Ric Sarabia (랜디 카토프), Erica Jenkins (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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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치] 는 한국 공개에 즈음해서 아마도 컴퓨터 스크린을 통해 영화가 전개된다는 독특한 형식을 취한 작품으로 선전되고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한편은 [언프렌디드] 나 [곤지암] 같은 파운드 푸티지 스릴러라는 서브장르 카테고리에 포함되기 일쑤일 것이고, 사실 그 분류법이 딱히 그릇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단지, [서치] 는 “파운드 푸티지” 라는 표현에서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시각적 언어의 한계라는 측면에서 상당히 자유롭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서치] 는 파운드 푸티지라기 보다는 “SNS, 즉 소셜 미디어, 스릴러” 라고 규정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빛으로 이루어진 해파리가 둥둥 떠다니는 랩탑의 정지화면까지도 포함해서, 컴퓨터에 저장된 각종 동영상과 주소록, 달력 등의 정보,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텀블러 등의 소셜 미디어, 핸드폰에 찍힌 영상이나 구글 맵 등의 서치 엔진을 통해 얻어지는 정보, 메신저와 텍스팅으로 주고 받는 메시지들, 나아가서는 TV 뉴스 프로그램 속의 생중계, 경찰서 취조실의 CCTV, 심지어는 데이빗 김이 자기 집 부엌과 거실에 비밀리에 새로 설치한 감시카메라에 찍힌 실시간 영상까지도 [서치] 의 플롯과 내용을 구성하는 재료로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통조림안의 식재료만 써서 구르메 고급 요리를 만들라는 엄청 힘들 것 같은 미션을 받은 예능 요리사 팀이, 막상 써먹을 수 있는 종류의 통조림들을 모아보니, 뽀빠이가 좋아할 것 같은 시금치부터 참치 통조림, 묵은지 김치까지, 무슨 철갑상어 캐비어나 포아그라는 못 구할 지 모르지만 고급 요리를 보란 듯이 차려내기에는 충분히 다양하고 맛난 식재료들이 구비되어 있는, 그런 상황에 비교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게 있어서 [서치] 의 가장 의외였던 부분은 이러한 현란하면서도 낯익은 SNS 의 영상-음성 자료들로 구성된 영화의 모습이 아니라, 이 한편이 아주 정통적인 미스테리의 골격을 따르고 있다는 점이었다. 나는 처음 [서치] 에 관한 얘기를 들었을 때에는 (정확하게 말하자면 듀나님의 리뷰를 읽기 전까지는) 데이빗 김의 딸 마고 김의 실종사건을 둘러싼 가족 멜로드라마 내지는 심리 스릴러일 것이라고 대충 짐작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본격 추리소설” 의 “본격성” 을 그냥 구색 끼워맞추기가 아니라 아주 진지하게 답습하는, 어떻게 보자면 대단히 “고전적” 한 편이었다는 데에 저으기 놀랐다. 


감독과 각본의 공동 집필자인 아니쉬 차간티는 구글 안경 (글래스) 의 PR 용으로 단편 [씨앗들]을 제작한 경력이 있고, 아마도 그 단편은 구글 안경에 비추인 비주얼로 구성된 서사를 안경을 쓴 사람의 주관적 시점을 통해 풀어나가는 그런 한 편일 것이라고 추측되는데, [서치] 의 경우는 이러한 주관적인 비주얼에 걸맞도록 제한적인 요소들을 “영상미적” 논리를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접근 방식은 극력 배제되어 있다. 그 대신, 차간티와 그의 스탭들은 감탄스럽게 정교하고 미세한 편집을 통해서, 극장의 스크린에 비친 “화면”을 바라보는 캐릭터 (주로 데이빗이지만, 다른 캐릭터들의 “시점” 도 반영이 되어있다) 들의 주관적인 시점에 관객들의 감정적인 투사가 가능하도록 유도하는 그런 전략을 원용한다. [서치]에는 데이빗이 막 컴퓨터의 화면을 끄려고 하다가 한 사진에 갑자기 주의가 끌리는데, 그 사진의 함의가 무엇인지 생각이 나지 않아서, 마우스의 커서가 그 사진에 얹힌 채 20초 정도 가만히 멈추어 서 있는 그런 종류의 장면이 빈번하게 나온다. 이러한 장면에서 차간티 감독은 관객들에게 넌지시 “이 사진에 나오는 사람/물건 어디서 봤죠? 분명 아까 영화 어디에서 나왔거든요? 20초 내에 데이빗보다 먼저 생각해 내실 수 있겠습니까? ^ ^” 라는 식의 질문을 던진다. 데이빗이 필사적으로 어떤 단서의 함의를 생각하는 시간에 관객들의 반응도 퍼즐 맞추기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캐릭터들의 시선을 담지한 무비 카메라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랩탑과 휴대폰 등의 작고 더 사적인 공간에서 캐릭터들의 시선이 담긴 마우스의 커서가 움직인 다는 사실 때문에, 마치 후자의 시점의 이동이 덜 “인공적” 인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착각을 가져다 준다. 그러나 이런 “착각”을 의식적으로 벗어나고 보면 [서치] 가 지극히 넓고 다양한 공간— 물리적인 공간이 아닌 엘렉트로닉 스페이스라는 의미에서의 공간— 을 넘나들면서, 서사상으로도 “보통” 영화로 풀어냈으면 과잉이라던가 개연성 없다라는 투의 비판을 들었을 지도 모르는 반전과 트릭들을 맘껏 풀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서치] 의 퍼즐을 구성하는 반전과 트릭들 자체도 상당히 고전적인 것들이며, 차간티는 이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을 연상시키는 미스테리의 블록들이 어떻게 보자면 전형적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논리정합적이라는 것을 분명히 의식하고 이 한편을 만들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치] 의 미스테리는 충분히 재미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경천동지할 만큼 추리하기 어렵거나 급진적인 내용은 아니다. 원래 능수능란하게 잘 써진 미스테리 소설이란, [로저 아크로이드 살인사건] 같은 소수의 혁신적인 예를 제외하면, 어느 정도까지는 관객들과의 “밀당”을 포함한 “협력” 에 의존하는 법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말하자면 “가장 범인다운 존재는 범인이 아니고, 가장 범인이 아닐 것 같은 사람이 범인이다” 라는 식의 공식을 작가도 알고 있고 독자들의 대부분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서로 눈치를 보고 윙크를 던지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서치] 는 여러모로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본격파” 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관객들과의 “두뇌 씨름” 에 완벽하게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주인공 데이빗 역의 존 조와 그 딸 마고의 실종사건을 전담한 형사역의 데브라 메싱 둘 다 적역이고 건실한 연기를 피로하고 있는데 (두 분께서 프로듀서 크레딧까지 받으신 것을 보면, 기획 단계부터 이 역할들에 간여했다는 심증이 생긴다), [서치] 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즈] 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미국 바깥에서 고찰했을 경우와는 조금 다른 이유로 아시안 아메리칸들한테 의미가 있는 한편이다. 내가 상상컨데, 평소의 백인 (남성) 각본가나 감독이 이 기획을 개발했다고 상정한다면, 아마도 [서치]의 경우는 데브라 메싱 같은 헐리웃 중견인 백인 여성 연기자에게 영화속의 데이빗 김에 해당되는 역할이 주어지고, 존 조에게는 영화안의 형사역에 발탁되어 조연급으로 물러나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을까? 즉, 이 한편에는 주인공 데이빗이 "김" 씨 성이 달린 한국계 미국인이어야 할 "문화적" 필연성이 없을뿐더러, 데이빗과 그의 가족의 한국적인 로컬 캐릭터에 대해서도 별다른 설명이 없다. 이것은 거꾸로 말하자면 영화 속의 김씨 집안이 온전히 주류 중산층의 미국인 관객이 감정이입 할 수 있는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사실이 아시안계 미국인 관객들 내지는 크리에이티브들에게 의미하는 바는 이 작품을 한국에서 관람하시는 관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 


존 조 연기자의 경우, 최근작 [Gemini] 에서 우연찮게 형사 콜럼보를 연상시키는 LA의 한국계 형사 역으로 출연한 적이 있어서 이 한편의 연기와 흥미 있는 비교가 가능한데, 사실 잘못 하면 따분하게 정석적일 수도 있었던 "딸을 유괴당하고 그녀의 자신이 모르던 생활을 갑자기 알게 되는 바람에 멘붕을 겪고 있는 아버지" 역을 절제와 감정의 고양을 적당히 안배하면서 묘사해주고 있고, 그 과정에서 미묘하게 일반 백인 관객들이 아닌 아시아계 관객들이 주로 공명할 수 있는 "한국계 아버지" 상을 엮어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마고가 살아있다는 희망의 실타래가 점차 흐트러져 풀려 나갈 때의 갑자기 화면 앞에서 초췌하게 나이가 확 들어 보이는, 그런 스스로의 육체적 연령을 숨기지 않고 감정적인 연기의 재료로 거침없이 소비하는 데이빗의 모습을 과장이나 매너리즘 없이 보여준다. 조 연기자의 경우 비슷한 연배의 한국 남성 스타들과도 차별되는, 한 발자국 물러나서 주저하는 것 같은 절제의 모습이, 젊은 시절에는-- 사실 40대가 된 지금도-- "시치미 뗀 (deadpan)" 코미디 연기에 꽤 어울렸었고, 최근에는 [콜럼버스] 라는 훌륭한 독립영화 안에서 개인적인 삶의 피로와 혼란 속에서 부대끼면서도 자신보다 나이도 한참 어리고 문화적 배경도 다른 한 소녀에게 인간적인 유대의 손을 뻗을 수 있는 그런 기본적으로 디슨트한 캐릭터를 연기할 때에 빛을 발했었는데, 이 한편에서도 유감없이 그 "주저하는 연기" 의 진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헐리웃의 일반적 사고방식으로 보자면 "주류 스타" 적인 캐릭터들 대신 장르적이고 아시아계의 "영웅상" 이미지와는 별 관계가 없는 역할들을 심사숙고 해서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잘 들어맞는 비교는 아니지만, 이병헌이나 장동건 스타일의 커리어보다는 송강호나 박해일과 비슷한 방향성을 추구하는 것 같다-- 성공적인 수확을 거두고 계시는 듯하다. 아마도 스티븐 연이 [버닝] 에서 보여준 것처럼 한국영화계와 더 긴밀한 콜라보를 하게 되는 것도 시간 문제일 것 같은데, 그런 상황이 실제로 닥쳐오게 되면, 부디 한국계 미국인의 입장에 서서 한국영화가 "우리들" 에 대해 지닌 "편견"을 타파하는 힘들고도 섬세한 작업에도 앞장서 주시기를 기대한다. 


[서치]는 한국식 "문제작" 들이 좀 그렇듯이, 훌륭한 연기자들을 도저히 인간으로서는 감당해 내지 못할 지옥 같은 상황에 몰아넣고 드라마를 들기름 짜듯이 쥐어 짜내는 식의 영화는 전혀 아니다. 그런 류의 고양된 감정 상태를 유지하는 작품들을 입으로는 신파다 뭐다 욕하면서도, 막상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면 뭐라고 뭐라고 불평을 하는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가진 한국 관객 분들이 좀 계신 것 같은데, 그러지 맙시다 우리. 이 한편은 오히려 고전적인 "추리소설" 의 이미지에 훨씬 가깝고, SNS에 매개된 가상공간을 철저하게 이용한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감정 이입과 몰입도를 높일 수 있도록 치밀하게 계산된 영리한 미스터리물이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최루성 감동을 받고 싶으신 분들보다는 (존 조와 마고의 엄마 역의 사라 손 등이 충분히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절제된 연기를 피로하고 있긴 하지만) 머리를 쓰면서 범인 잡는 퍼즐 게임을 즐기고 싶으신 관객 분들께 일차적으로 추천 드리고 싶다. 


사족 1: 차간티 감독이나 제작진은 SNS 플랫폼이나 앱 들 자체에 대해서는 그다지 풍자적이나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데이빗한테서 애간장 타는 전화를 받았을 때에는 진짜 벼룩의 간 만큼도 관심이 없다가 막상 마고가 실종되었다는 것이 알려지자 "내 절친이었어요~ 어쩌면 좋아요~" 하고 펑펑 우는 동영상을 찍어서 단숨에 수만 단위 조회수를 찍는 애비게일 같은 "친구" (야 롸이트… *_*) 들의 행태를 위시해서, Zot 도 모르면서 "아버지가 범인이다" 라는 해시태그를 열심히 퍼나르는 트위터의 또라이들까지,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는 인터넷의 온갖 한심한 행태들이 리얼하게 그려져 나온다. 극장에서 영화 보면서까지 이런 것들을 *또* 화면에서 보기 싫으신 분들도 계실 지 모르니, 미리 경고를 드리는 바이다. 


사족 2: YouCast 라는 자기의 동영상은 찍어서 올릴 수 있지만 코멘트를 다는 사람들의 진짜 정체성은 식별할 수 없는, 나 같은 파라노이드들은 하늘이 쪼개져도 가입하지 않을 소셜 미디어 사이트가 스토리 상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것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공의 서비스인 것 같다. 뭐 실제로 있다고 해도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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