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운티호의 반란 The Bounty      


미국-뉴질랜드-영국, 1984.       ☆☆☆☆


A Dino De Laurentiis Company Production, distributed by Orion Pictures. 화면비 2.35:1, 2 시간 12 분. 


Director: Roger Donaldson 

Screenplay: Robert Bolt, based on Richard Hough's book, Captain Bligh and Mr. Christian 

Cinematography: Arthur Ibbetson 

Costume Design: John Bloomfield Production Design: John Graysmark 

Art Direction: Tony Reading 

Special Effects Supervisor: John Stears 


CAST: Anthony Hopkins (블라이 선장), Mel Gibson (플레처 크리스천), Daniel Day-Lewis (존 프라이어), Liam Neeson (찰스 처칠), Bernard Hill (윌리엄 콜), Laurence Olivier (후드 제독), Edward Fox (그리덤 대령), Wi Kuki Kaa (타이나 왕), Tevaite Vernette (마우아투아 공주), Philip Martin Brown (존 애덤스), Phil Davis (에드워드 영), Dexter Fletcher (토머스 엘리슨), Simon Chandler (데이빗 넬슨), Malcolm Terris (외과의 존 허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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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운티호의 반란]은 헐리웃영화사에서는 꽤 잘 알려진 소재로, 1933년에 에롤 플린, 1935년에 클라크 게이블 그리고 1962년에 말론 브란도 주연으로 영화화된 바 있다. 35년판은 해양모험영화라는 서브장르의 걸작으로 오랫동안 회자되었으며, 반란을 주도한 플레처 크리스천 역의 게이블에 못지 않게 블라이 선장 역할을 맡은 찰스 로튼의 악당 연기가 많은 칭송의 대상이 되었었고, 62년판은 일부에서는 괴연이라고 일컬어지는 말론 브란도의 독특한 연기에도 불구하고 영국영화계의 전중파 중진 트레버 하워드가 맡은 블라이 선장과의 대립구도는 여전히 군사독재자인 블라이 선장 대 선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정의의 사도 크리스천 보좌관과 그의 동료들이라는 "악" 과 "선" 의 대치에 바탕을 둔 서사 구조에 충실하게 만들어졌다. 


1972년에 영국 공군 출신이고 영국 항해사 (航海史) 전문가였던 리처드 허프가 "블라이 선장과 미스터 크리스천" 이라는 저서를 출판했는데, 80년대 이후에 이 사건에 대해서 상당수의 역사연구서와 논문이 저술이 되었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는 반드시 이 저작의 내용이 가장 신빙성이 있는 역사 해석이라고는 볼 수 없으나, 당시에는 그때까지 영미권에 폭넓게 통용되던 블라이와 크리스천의 선악구도를 "수정" 하는 입장을 취하였다는 점에서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던 바 있다. 허프는 블라이의 군사 재판 기록등 일차사료를 검토한 결과, 실제 역사에서는 블라이 선장은 공명심에 불타는 나머지 선원들의 목숨을 초개같이 여겼던 악인도 아니었으며, 영화에서 남성적인 "영웅"으로 묘사된 크리스천은 오히려 자신이 받은 대우에 대한 사적인 원한이나 타히티에서의 성적으로 개방된 생활에 끌려서 영국 해군의 규율을 어기고 선원들을 모반으로 이끈 약간 비겁하고 줏대가 없는 인간이었다라는 결론을 내놓았고, 바운티호의 반란에 대한 전반적인 재해석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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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말미암아, 유명 극작가였고 영화 각본으로도 이미 두 번의 오스카상을 수상한 ([닥터 지바고] 와 [A Man for All Seasons]) 로버트 볼트가 이 역사사건의 수정주의적인 해석을 전면적으로 도입하고, 데이빗 린이 감독할 것을 염두에 둔 각본을 작성하게 되었다. 왜 이 프로젝트가 결실을 맺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확실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최초의 자금줄이었던 워너 브라더스가 이 한편을 두 개의 ("The Lawbreakers" 와 "The Long Arm": 이 제목들로만 본다면-- The Long Arm 은 "법의 긴 팔 Long Arm of the Law" 라는 관용구에서 따온 듯 하다-- 린의 프로젝트는 영국 해군이 반란에 가담한 선원들을 체포하여 재판에 회부하는 과정에 큰 비중을 두고 있었다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작품들로 나누어서 공개하자는-- 요즘 영 아덜트나 마블/디씨 영화같은 데에 적용하기에는 별로 이상할 것도 없는 기획이지만-- 계획에 반대하고 손을 씻으면서 제작비를 확보할 수 없었다는 것이 큰 이유인 듯 하다. 결국 린은 볼트가 심장마비를 겪는 바람에 자신의 전작들에서 그랬던 것처럼 상황에 맞추어 각본을 바꾸어줄 수 없게 되자, 프로젝트에서 손을 떼고 스스로가 직접 각본을 쓴 [인도로 가는 길] (1985)의 제작에 몰두하게 된다. 다시 한 편의 영화로 축약된 볼트의 각본은 결국 최종고가 완성되기 전에 4백만불의 거금을 들여 바운티호의 모형을 제작하기까지 한 디노 데 라우렌티스 제작자의 의향에 따라 당시 [코난]속편의 각본을 집필중이던 뉴질랜드 감독 (원래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로저 도널드슨에게 맡겨지게 된다. 


현재의 시점에서 볼 제, 데이빗 린이 원래 원하던 대로 2부작을 감독할 수 있었더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하는 추정은 별 의미가 없다. 단지 "남방 형벌 식민지"의 국민으로 자라난 도널드슨이 감독을 맡게 된 덕택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것은 특별판 블루 레이에 수록된 감독과 제작자 버나드 윌리엄스 및 프로덕션 디자이너 존 그레이스마크의 코멘터리를 통해서도 유추가 가능한데-- 아마도 비판적이던 애국적이던 간에 영국 해군 내부의 규율과 긴 항해를 통해 불거질 수 밖에 없었던 조직상의 여러 정치적-사회적 문제들의 천착 대신에, 블라이와 크리스천이라는 두 다른 계급과 문화적 배경을 지닌 두 남자들의 우정과 그 해체의 과정에 드라마의 중심이 놓여지게 되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겠다. 또한, 이 사항은 원주민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여전히 비판과 반성의 여지가 있겠지만, 백인 남성들의 서사에서 "아름다운 배경" 노릇을 하는 역할만 주어져 있던 타히티를 비롯한 남양군도의 캐릭터들을 은연중에 대등한 관계로 끌어올렸다는 점도 이 버전의 특출한 점 중의 하나다. 


  무엇보다도 1984년판 [바운티호의 반란] 은 2019년의 지금 시점에서 바라보자면 그 캐스팅의 어마어마함에 새삼 놀라게 되는 한 편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양들의 침묵] 과 [Remains of the Day] 등의 90년대의 성취로 말미암아 명실공히 영미를 가로지르는 최고 영화연기자의 하나로 명성을 굳히기 전의, 아직도 조연배우적인 역할이 낮익던 안소니 홉킨스 경, 그리고 피터 위어 감독과 [The Year of Living Dangerously]를 막 찍고 헐리웃 본격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던 멜 깁슨 두 사람이 스타급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은 물론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미래의 헐리웃 스타- 국제적 연기파 배우들의 조연역 포진에도 입이 딱 벌어지지 않을 수 없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경우 이때만해도 TV 영화와 무대에서 주로 얼굴이 알려져 있었고 ([나의 멋진 세탁소] 가 1985년의 작품이다), 리엄 니슨은 [엑스칼리버] 에서 가웨인으로 나온 기억이 날 듯 말듯한 수준의, 단역배우보다 조금 나은 대접을 받고 있었으며, 이후의 커리어에서 그들만큼 스타급의 대접을 받지 못한 조역진들도 이 작품 이후로 대작-명작들에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 명약관화하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 출연한 버너드 힐, [슬리피 할로우] 등의 영화를 걸쳐서 [워털루 로드] 같은 장수 TV프로그램에서 주연으로 발탁된 필립 마틴 브라운, 데릭 저먼의 [카라바지오] 등의 인디 예술영화에도 출연한 덱스터 플레처 등, 이름이 딱히 생각나지 않더라도 영드나 미국 영화에 정통한 팬들이라면 낯이 익은 연기자들이 다수 출연하여 확실히 얼굴들을 관객들의 뇌리에 각인시키는 강력한 연기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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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서사적인 구조는 역시 요즘에는 웬만한 미드에서도 아주 기본적인 설정으로 받아들이는 중층적인 플래쉬백을 사용하고 있다. 블라이 선장이 반란을 일으킬만큼 선원들을 학대했는가 여부를 판단하고, 또 반란의 진압에 실패한 이유를 밝히기 위해 열린 후드 제독이 주관하는 군사재판에서의 블라이의 심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서, 바운티호의 항해 목적과 인선, 항해를 어렵게 만드는 악조건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고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경험 많은 선원들은 전부 반대한 칠레 남선단의 카보 데 오르노스 곶을 관통해서 태평양으로 진출하자는 선로를 블라이가 고집한 때문에 벌어진 장교들과 선원들 사이의 알력, 존 프라이어 (대니얼 데이 루이스)의 냉혹하고 권위주의적인 태도와 “실력이 없이 선장과의 친분 때문에 장교 위치에 오르게” 되었다고 여기는 듯한 크리스천에 대한 반감, 등의 각종 극적 요소들을 내포한 서사가 플래쉬백으로 전개된다. 사실 전반부 45분정도까지를 차지하는 이 부분은 다른 종류의 “해양모험” 영화나 미니시리즈와 그렇게 큰 차이가 있다고는 볼 수 없다. 정말 이 버전의 해석이 새롭게 달라지는 것은 바운티호가 타히티에 도착하는 순간부터이다. 그 때까지는 블라이와 존 프라이어의 지도력과 권위주의적인 행태에 대한 선원들 사이의 불만이 팽팽한 동아줄처럼 긴장상태를 띠는 경우가 발생하기는 했어도 반란이라는 위험부담이 큰 행위까지 계획할 정도의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선원들이 타히티에서 원주민 여성들과 짝을 짓고, 드레스 코드를 무시하고 고통을 무릅쓰고 몸에 문신을 하는 문화적 동화의 과정을 겪으면서, 그들의 정신에 이르기 전에 먼저 “몸”을 지배했던 영국 군대의 신체적 규율의 세력이 비로소 본격적인 도전을 받게 된다는 것이 이 한편의 해석이다. 


촬영감독 아더 이벳슨 (역시 안소니 홉킨스 주연의 [팔점종이 울릴 때], [독수리 요새]) 이 유려한 필치로 그려내는 태평양과 타히티를 비롯한 남양 군도의 풍광은 그림엽서처럼 표면적인 어여쁨을 지양하면서도, 19세기의 영국인들은 꿈도 꿀 수 없었을 “무한히 펼쳐지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위엄을 잡아내고 있으며, [불의 전차] 로 오스카상을 수상하고 [블레이드 런너] 의 음악을 작곡한 직후의 반젤리스의 음악 또한 영국 해군의 무용에 관한 음악은 거의 완전히 배제한 채, 모름지기 가라앉는 붉은 태양이 비추어서 은색으로 빛나는 파도치는 해변가 등의 거의 에로틱할 정도의 “자연의 관능미” 를 공들여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제작진의 접근 방식에 의하여 크리스천이 마우아투아 공주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부분의 묘사는 “타히티의 자연”이 그리 되도록 인도하였다라는 해석도 가능할 정도로, 크리스천의 영국인으로서, 남성으로서의 주체성이 상대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크리스천 캐릭터의 해석이 어떤 면으로는 이 1984년 버전에 대한 평론계의 비판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고도 보여진다. 멜 깁슨은 확실히 안소니 홉킨스 경이나 다니엘 데이 루이스에 비교하자면 연기의 기술적인 정교함은 떨어지는지 몰라도, 어떻게 보자면 상당히 자기모순적이고 우왕좌왕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자기가 반란을 주도해서 블라이 선장을 꽁꽁 묶어놓은 주제에 막판에 가서는 “난 지옥에 떨어졌다구요!” 라고 울부짖으며 괴로움을 호소하는 등--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대사들을 적절하게 감정적으로 표현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감정을 억누르는 것을 항상 감정을 대놓고 표현하는 것보다 더 “훌륭한 연기”라고 여기는 것은 유럽-미국 문화의 문화적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오히려 이 한편의 멜 깁슨이 까놓고 얘기해서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에, 그 미모에 관객들이나 평론가들이 정신이 팔려서 연기의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리기 힘든 것은 아닌지라는 의구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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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운티호의 반란] 을 두고 블라이와 크리스천의 관계를 호모에로틱하게 그렸다고 비판했던 의견들이 있는 것을 보면, [M 버터플라이] 의 존 론에 대해 퍼부어졌던 “전혀 여성처럼 생기지 않았는데 왜 갈리마르가 그와 사랑에 빠졌는지 개연성이 부족하다” 라는 식의 비판이 연상되고, 80년대의 성 정체성에 대한 답답한 인식에 대해 씁쓸한 생각이 들 뿐이다. 페미니스트 영화학자들이 행동을 구체적으로 분석해보면 전혀 팜 파탈답지 않은 여성 캐릭터들을 구태여 “남자를 파멸로 몰아넣는 꽃뱀”으로 규정하지 않으면 못 배겼던 남성 저널리스트/평론가/학자들의 “편파적 시각”을 지적했듯이, 이 한편에서 크리스천이 설사 트랜스젠더 여성이었다 하더라도 블라이와 크리스천 사이의 긴장관계는 별로 영향이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블라이가 실제로 크리스천에게 동성애적인 애정을 느꼈더라 하더라도, 그것은 두 사람 사이의 종착된 권력관계의 하나의 면모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며, 이 복잡다단한 문화적-사회 정치적 관계를 그냥 “동성애적 욕망의 억압” 이라는 기제로 다 설명하려고 드는 것은 그 자체로 동성애적 관계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된 자세라고 밖에는 여겨지지 않는다. 


아무튼, 볼트의 원 각본에서는 어떠했는지 모르지만 도날드슨 감독은 전혀 영국 해군의 편을 들어주고 싶은 의도가 없었던 것이 확실하며, 그런 의미에서 애매하다고도 할 수 있는 크리스천 캐릭터의 해석과 더불어 블라이 선장에도 관객들은 양가적인 감정을 느끼도록 캐릭터가 설계되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영화상의 블라이는 결코 새디스틱한 폭군이 아니며, 원주민들에 대해 (다른 영국인 캐릭터들에 비해서) 제국주의적인 오만함을 보이지도 않고, 영국에 놓고 온 아내에게 꼬박 꼬박 애정이 넘치는 편지를 보내는 “성실한” 남자인 반면, 억눌려있는 감정과 욕구가 다른 형태로 분출하는 것을 제어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근대 산업사회 중산층 계급의 하나의 전형이라고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쩌면 이러한 캐릭터의 전형성과 대표성 때문에, 블라이 선장에게는 크리스천에 주어진 것과 같이 자신의 모순된 내면의 감정을 폭발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연기의 기회가 돌아오지 않고 있는데, 안소니 경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인격의 복합성을 성공적으로 전달해주고 있다. 안소니 홉킨스 경이 그려내는 블라이 선장은 외딴 배에서 표류하고 있을 때에 캡틴으로 모시고 있기에는 분명 나의 생존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믿을 만한” 사람임과 동시에,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환경이 대대적인 도전에 직면했을 때 창조적인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도 아니라는 점에서 명백한 역사적 한계를 지녔다. 


이 한편의 크리스천과 블라이는 그런 고로, 실제 역사상의 인물들이 그렇듯이, 무슨 수퍼히어로 영화의 히어로나 빌런처럼 선-악으로 딱히 규정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여기서 역사라는 것은 당연한 얘기지만 “대한민국” “한반도” “한민족” 의 역사도 포함해서 하는 말이다. 외국의 역사에 대해서는 이런 리얼리스틱한 묘사가 “실제와 부합한다” 라고 말하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독립운동가” “세종대왕” “이순신장군” 따위가 나오기만 하면 교과서적인 (사실은 교과서에도 써서는 안되는) “위인전” 의 영웅서사를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리고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도널드슨 감독은 타히티의 군주 타이나 왕-- [우투] 라는 독자들께 반드시 추천하고 싶은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반란을 그린 한편에서도 지극히 인상적이었던 위 쿠키 카-- 을 대영제국의 탐욕과 폭력성을 제대로 잘 이해하고 있는 현실주의적인 지도자로 그려내고 있으며, 그와 크리스천과 사랑에 빠지는 마우아투아 공주를 주체적인 캐릭터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모든 백인 캐릭터들이 억압과 규율과 자신들의 욕망을 어우르지 못한 채 내파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가운데, 자신의 어린 딸을 백인 외간남자와 떠나보내면서, 공주가 마지막으로 돌아보는 순간에 어린아이처럼 엉엉~ 하고 눈물을 터뜨리는 타이나 왕의 슬픈 모습이 나에게는 많은 연월이 지난 지금에도 잊혀지지 않는 이 한편의 잔상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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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운티호의 반란]은 결국 그 일급의 프로덕션 퀄리티에도 불구하고 해양모험영화가 아니다. 이 한편은 그 외연이 불러 일으키는 연상작용과는 달리, 한참 물이 오른 당시의 최고급 영국 연기자들의 공력을 총동원해서 정치하게 그려낸 심리극임과 동시에, 실제 인간의 역사에 반드시 존재하는 불합리성과 모순점을 그대로 포옹하여 캐릭터들을 설계하고 구축했다는 점에서 훌륭한 “사극” 이라고 규정하고 싶다.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고도 웅장한 영화임에는 틀림없지만, [명량] 같은 영화를 기대하고 보시지는 말기를 바란다 (사실 [명량] 은 최근 한국의 “사극” 중에서는 최악의 부류에 속하지도 않기는 하지만). 만일 이 한편을 보신 이후에도, 블라이 선장과 플레처 크리스천에게 둘 다 답답함과 고뇌의 흔적, 그리고 감동을 동반하는 공감을 느꼈고, 둘 중의 누가 “나쁜 놈” 인지 선뜻 판단이 서지 않았다면, 여러분은 이 한편을 제대로 보신 것이다. 모름지기 훌륭한 사극이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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