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트 기브 The Hate U Give


미국, 2018. ☆☆☆★


A Fox 2000/Temple Hill/State Street Productions, distributed by 20th Century Fox. 화면비 2.39:1. 2시간13분. 


Director: George Tillman Jr. 

Screenplay: Audrey Wells, based on a book by Angie Thomas 

Producers: Robert Teitel, George Tillman Jr. 

Cinematography: Mihai Malaimare Jr. 

Production Design: William Arnold 

Music: Dustin O’Halloran 


CAST: Amandla Sternberg (스타 카터), Regina Hall (리사), Algee Smith (칼릴), Russell Hornsby (매버릭 카터), Anthony Mackie (킹), Lamar Johnson (세븐), Common (카를로스), Sabrina Carpenter (헤일리), K. J. Apa (크리스), Megan Lawless (마야), Issa Rae (에이프릴).  



MV5BODQwYWNjMmEtYmZiNi00YTU2LTkxYzMtOWY4


[더 헤이트 유 기브]라는 제목은 그 철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한 유명 힙합가수가 뱉어낸 언설— 정확하게는 자신도 총에 맞아 살해당한 래퍼 투팍 샤쿠르의 언사— 에서 따온 제목이다. 이 제목이 붙은 원작 소설은 일상적으로 같은 동네 사람들이 총기로 죽어나가는 경험을 보아오면서 자라난 미시시피주 잭슨 출신으로, 그럼에도 틴에이지 래퍼로 활동하고, 또 벨헤이븐이라는 기독교계 사립대학에 입학-졸업한 (이 대학의 역사에서 문창과의 최초의 흑인 졸업생이었다고 한다) 앤지 토마스라는 젊은 흑인 여성 작가의 전국적 베스트셀러 영 아덜트 노벨에 기반을 두고 있다. 거의 도큐멘타리처럼 자신의 자라온 삶에서 따오다시피 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남부에서는 이 소설은 많은 트럼프지지자 따위의 백인우월주의세력들의 반감과 배척의 대상이 되었고, 사우스 캐롤라이나 경찰 노동조합에서는 “경찰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책” 이라는 비난 성명을 내놓기도 하였다. 물론, 이 책은 토마스 자신이—그리고 토마스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매력적이고 어여쁜 소녀인 스타가— 일반적인 “프로젝트 하우징 (저소득층의 시민들을 위해 마련된 공공거주시설)” 출신이 아니고 어머니와 자신의 상상을 초월하는 노력을 통해서 백인들에게 독점된 중산층 및 상층부의 교육을 받을 자격을 따내고, 그들의 문화생활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완전히 포스트-오바마적 흑인 청년층의 경험을 보여주고 있음과 동시에, 이것이 어느 정도까지 “전형적인” 모습인가에 대해서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더 헤이트 유 기브]는 왕년에 갱단에 속해 있었지만 이제는 꽤 큰 잡화점을 운영하면서, 70-80년대풍의 마초 “운동권”적 멘탈을 지니고 사는 아버지와 자식들에게 자신들의 게토에 갇힌 삶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는 어떠한 고난도 감내할 준비가 되어있는 강력한 정신력의 소유자인 어머니의 든든한 뒷받침을 통해, 중상류층 백인 자녀들이 다니는 대학생 예비군을 길러내는 윌리엄슨 고등학교에 등교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인 소년 소녀들이 모여서 액선트와 비속어를 거침없이 사용하는 동네 파티에도 드나드는 스타의 “이중적인” 생활을 일부러 뚜렷한 드라마적 강조점을 배척한채, 디테일에 무척 신경을 쓰면서 보여준다. 스타는 양 세계— 자신이 태어난 흑인의 게토와 윌리엄슨으로 대표되는 백인 청소년과 그들의 부모들의 세계— 에 두 발을 걸치고 있으며, 단지 “백인들의 흉내를 내는 흑인 소녀” 라는 것과는 완연히 다른 혼종적인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백인 흉내” 를 내는 것으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인식할 때 더욱 강력한 반발심과 분노를 느낀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당연하게도 이 한편의 출발점은 포스트-오바마 시대에 닥친 백인우월주의의 사회의 모든 분야에 걸친 반동적 역풍에 의해 특히 남부의 젊은 흑인 청소년들이 얼마나 실제로 생명에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가 하는 문제의식이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스타와 그의 배다른 형제 세븐은 아버지 메이브 (매버릭) 에게서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경찰에게 취조를 받았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엄하게 교육받는다. 거의 비굴하게 보일 정도로 두 손을 앞에 뻗어서, 손바닥을 펴고 차의 대쉬보드에 얹고, 절대 경찰관의 눈을 쏘아보지 말고, 말대답도 하지 말아라, 라고 철저하게 애들에게 연습을 시키는 것이다. “우리” 한국인들이 볼 때에는 저렇게까지 마치 식민지하나 군사 점령지의 주민들이 총독부 경찰이나 점령군의 군인들을 대하듯이 목숨을 걸고 애들을 훈련시키고 그럴 필요가 있었나 싶겠지만, 미국에 37년을 거주하고 23년동안 주립 대학 교수로 지낸 한국인인 나의 관점에서 보면 이 한편에서 묘사한 상황은 그 말도 안되는 폭력성에도 불구하고 과장되어 있지도 않고, 오히려 하이라이터로 밑줄을 긋지 않고 일상적인 느낌을 주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상당수의 한국의 학자들이 “역사적으로 정확하다”라고 찬사를 보냈던 모 히트작 한국 영화에서 1930년대 서울에서 한 일본군 장교가 자신에 실수로 부딪힌 한 조선인 소녀를 거침없이 그 자리에서 총으로 쏴죽이는 그런 장면이 나오는데, 조금이라도 식민지시대를 제대로 공부한 사람들이라면 1) 백주대낮에 그런 일을 저지른 일본인 장교는, 재판 받게 된 나중에 꼼수를 써서 무죄방면을 받던 지 어쨌든지 간에, 최소한 행정상 군법회의는 면할 수 없었고, 2) 그 꼴을 보고 있던 조선의 민중들이 당장에 대규모 폭동을 일으키던가, 아무튼 그대로 넘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광주학생운동이 무엇때문에 발생했는지는 설마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는 내가 따로 늘어놓지 않더라도 아시리라 믿는다) 것을 알 것이다 (학자가 되었건 예술인이 되었건, 독립운동의 “투사” “열사” 들을 과장해서 찬양하면 할 수록, 식민지시대에 실제로 살았던 조선의 일반 민중들을 아무 힘도 없고 능력도 없는 “ 감자자루”-- 카를 마르크스가 “깨어있지 못한” 농민들의 계급의식을 비판하면서 쓴 표현이다-- 로 무시하고 객체화하는 경향성을 보이는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 나는 이런 역사적으로 보면 황당한 묘사들을 뉴라이트식으로 취사선택해서까지 이 한편을 새삼스럽게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이 한편은 어디까지나 식민지시대를 배경으로 한 멜로-액션 스릴러이니까 (물론 이 한편이 “역사적으로 정확하다” 라는 언설에는 전혀 찬성할 수 없지만, 이것은 조금 다른 층위의 논의가 될 것이다).  이런 말을 늘어놓은 이유는 혹시라도 이러한 피지배층 주민인 미국의 흑인들의 일상적 삶의 묘사가 한국 사극에서 보는 것 같은 식의 과장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는 우행을 한국어 상용 관객들이 저지를까봐 생겨난 노파심이니까,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실 분들은 신경 쓰지 말아주시길.



photo THE HATE U GIVE- KHALIL DID NOT HAVE A GUN_zpsmhrdyqyu.jpg


아무튼, 스타는 그토록 신경을 쓰면서 두 개의 전혀 다른 세계를 위태롭게 순항하면서 살아왔지만도, 어린 시절의 친구였던 칼릴 (소년기의 윌 스미스를 연상시키는 알지 스미스, 최근 HBO의 청소년 중심 드라마 [유포리아] 주연으로 주가 상승중) 이 항상 아버지가 경고한 대로 젊은 백인 경찰의 검문을 받다가 정말 어이없이 총살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유일한 증인이 되면서, 공동체안의 각종 정치세력- 인종적인 편견 및 사법정의의 구현 등의 각종 아젠다를 추구하는 집단들 사이의 알력에 갇히게 된다. 스타를 둘러싼 각종 세력과 집단들은 흑 (피해자-정의) -백 (가해자- 억압) 이라는 이분법으로 재단하기에는 지나치게 다양한 위상과 윤리적-사회적 태도를 지녔고, 관객들도 이 한편을 통해 그러한 복잡하고도 도덕적으로 잘라서 말 할 수 없는 상황을 스타의 입장에서 대리체험하게 된다. 흑인 공동체 내에서도 스타의 삼촌이며 평소에는 든든한 지원자였던 카를로스 (시카고 출신의 래퍼 코먼 분)가 칼릴이 죽음을 당한 상황에 대한 스타의 날카로운 질문에 “(백인이 아닌) 혐의자라면 나라도 총을 쏘았을지 모른다” 라고 같은 흑인들에 대한 편견을 고백하는 것을 위시하여, 동네의 마약밀매 갱단의 두목인 킹 (마블의 “팔콘”역으로 유명해진 안소니 맥키) 은 칼릴의 살해사건을 통해서 자신의 공동체안의 권력자로서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을 막는 데에만 관심이 있으며,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스타와 그의 가족에 폭력적인 위협을 가할 용의도 있다. 윌리엄슨에서 스타의 단짝 친구가 된 백인 학생들도 칼릴의 죽음의 부당함을 비판하는 데모에 참가하면서, 뒷담화로 “사회정의를 위해 데모하고 그 덕택에 수업도 정당한 이유로 빼먹고, 누이좋고 매부좋지 않냐?” 따위의 대화를 키득거리면서 나누는, 그런 위선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의 환멸과 고립감을 더욱 강화하게 된다. 


이러한 사면초가의 상황을 스타가 어떻게 주위의 기대와 원망에 휩쓸리지 않고 주체적으로 극복하냐 하는 것이 결국 [더 헤이트 유 기브] 의 주제라고 할 수 있겠는데, 서사적인 측면에서는 백인 경찰의 판결을 둘러싼 흑인 대중의 대규모 데모를 클라이맥스로 넣는 상당히 전형적인 방법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일반 관객들 (특히나 한국어 사용자 관객들) 에게 새롭게 또는 단순하지 않게 다가올 수 있었던 전반부의 내용들이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그 힘을 좀 잃는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각본이라기 보다는 감독의 성향 때문이라고 느껴지는데, [개스 푸드 로징] 의 앨리슨 앤더스 감독처럼, 현실 생활의 누추함이나 때묻음을 결코 숨기지 않으면서도 몽환적이고 긍정적인 시적인 공간을 마련하는 스타일이나, 거꾸로 클라이맥스의 데모와 같은 상황을 웬만한 초일류 액션영화처럼 긴박하고 파워풀하게 재현할 수 있는 라이언 쿠글러 감독 같은 접근 방법이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하고 넘겨짚지 않을 수 없었다. 조지 틸먼 주니어는 [이발소 Barbershop] 시리즈에서처럼, 흑인들의 소소한 생활적 질감을 그려내는 데에는 유감없는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만큼, 아예 좀 더 드라마틱한 굴곡을 억제해버리고 수상적 (隨想的) 인 한편으로 밀고 나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약간 있다 (엔딩 타이틀에 뜨는 미니멀리스틱한 애니메이션이 지닌 질감이 무척 좋은데 이런 스타일의 묘사가 좀 더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도 들고). 


photo THE HATE U GIVE- WHITE PEOPLE PROTESTING_zpswqv8btfm.jpg

 

주요 연기자들은 모두 빼어나게 매력적이고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지만 캐스팅에 대한 반응에는 미묘한 개인차가 있을 듯 하다. 내가 영화를 볼 때 별로 도움이 안 되는 버릇 중의 하나가 가족 (부모나 형제) 으로 캐스팅된 사람들이 서로 닮지 않았으면 도무지 영화에 몰입이 안된다는 것인데, 먼저 아만들라 스턴버그가 너무나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고, 그 북구계의 유전자를 이어받았다고 누구나 생각할 만한 예각적인 눈매와 코, 턱의 선 들이 영화에서 부모로 캐스팅된 러셀 혼스비와 레지나 홀 보다 (혼스비도 무척 잘생기신 분이긴 한데) 킹 역의 안소니 맥키와 훨씬 더 닮았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백인 남자 보이프렌드 크리스 역인 K. J. 아파는 반대로 한 마흔 살 쯤 되어보이는 중년 아저씨 같은 관상이라서 연기와는 상관없이 스턴버그와 뽀뽀하고 어쩌고 하는 부분에서 약간 껄끄러운 느낌을 어쩔 수 없이 받았음을 고백한다. ^ ^ 스턴버그는 레스비언으로 카밍아웃했다고 하던데 이 한편에서는 정말 몸을 던져서 용감하고도 섬세한 연기를 선보였으니 만큼 앞으로도 출세가도를 달렸으면 좋겠다. 


[더 헤이트 유 기브] 는 진솔하고 정직하게 현재 흑인들이 겪고 있는 끔직하고 비인간적인 사회적 현실을, 그러나 백인들을 악마화하지도 않고 흑인들 내부의 “배신자” 들을 공격하기도 거부한 채, 다양한 관점에서 참을성 있게 보여주는 드라마이고, 원작자 토마스의 분신이기도 한 스타의 주체적인 시점에서 벗어남이 없다는 점에서 (아버지 매버릭을 통해서 역사상의 “블랙 팬더” 적인-- 마블영화 [블랙 팬더]가 아니고-- , 그러나 명백히 남성주의적인 흑인 해방의 사상을 전달해주고 또 그것에 일정의 존중심을 표현하고 있지만) 포스트-오바마적인 신세대 흑인 예술가들이 빚어낸 작품임을 명백히 하고 있다.  엄청나게 시의적절한 한편이고, 잘 만들었으며,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감동과 만족감을 안겨다 주지만, 그 예상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닌 한편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래도 될 수 있는 한 많은 한국인 사용자 관객들이 보았으면 하는 추천작임에는 변함이 없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회원 리뷰엔 사진이 필요합니다. [32] DJUNA 2010.06.28 78763
721 [영화] 포드 v 페라리 - 트럼프 시대 미국에서 만들 법한 영화 new eltee 2019.12.16 29
720 [영화] 좀비랜드 - 더블탭 (2019) 밤부 2019.11.17 276
» [영화] 더 헤이트 유 기브 The Hate U Give (2018) Q 2019.11.10 253
718 [영화] 카메라 옵스큐라 Camera Obscura (2017)/ 폴라로이드 Polaroid (2019) Q 2019.10.01 384
717 [드라마] 호텔 델루나 감동 2019.09.08 605
716 [영화] Fast Color 패스트 컬러 (2018) Q 2019.09.02 435
715 [영화] 미드소마 Midsommar (2019) <스포일러는 따로 몰아놓았음> [2] Q 2019.07.30 1605
714 [영화] 가메라 3 사신 이리스의 각성 Gamera 3: The Revenge of Iris (1999) <부천영화제> Q 2019.07.05 431
713 [영화] 가메라 2 레기온 내습 Gamera 2: The Attack of Legion (1996) <부천영화제> Q 2019.07.05 300
712 [영화] 가메라 대괴수공중결전 Gamera The Guardian of the Universe (1995) <부천영화제> Q 2019.07.04 399
711 [영화] I Trapped the Devil 나는 악마를 가뒀다 (2018)- Valentine: The Dark Avenger 발렌타인 (2017) <부천영화제> Q 2019.07.01 408
710 [영화] The Wind 악마의 바람소리 (2018) <부천영화제> [1] Q 2019.06.28 478
709 [영화] SF 소녀 성장기 두 편: 프로스펙트 Prospect (2018), 나의 마더 I am Mother (2019) [1] Q 2019.06.18 642
708 [영화] 바운티호의 반란 The Bounty (1984) (멜 깁슨, 안소니 홉킨스, 대니얼 데이 루이스, 리엄 니슨, 기타 등등 출연) Q 2019.05.04 7689
707 [드라마] 의천도룡기 2019 [4] 감동 2019.04.20 2522
706 [영화] 스티븐 킹 메들리- 공포의 묘지 Pet Sematary (2019), 1922년 1922 (2017) <약도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Q 2019.04.19 669
705 [영화] 어스 Us (2019) [1] Q 2019.03.27 11912
704 [영화] 서스페리아 (2018) (틸다 스윈튼, 다코타 존슨 주연) [2] Q 2019.02.25 4542
703 [드라마] 황후의품격 감동 2019.02.22 565
702 [영화] 악마의 비 The Devil's Rain (1975) Q 2019.01.31 119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