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안부두 (2019)

2020.09.04 08:47

크림롤 조회 수: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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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즐넛 향은 바다내음이 나서 좋아"

감상을 저해하지 않을 정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펀딩 페이지에서 감독님이 밝히신 ''창작'동기' 가 작품 안에서도 고스란히 재연되고 있다는 점이 참 흥미롭다고 느꼈습니다. 거기서 밝히신 바에 따르면, 현실 속에서 이혁 감독님이 막걸리로 배고픔을 달래시라며 1,000원씩을 주던, 어느새 친해진 연안부두의 어떤 노숙자가 어느 날 갑자기 보이지 않게 되고 행방을 알 수 없게 되면서 그분에 대한 기억으로부터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다고 밝히셨는데요. 이는 '창작'이 '애도작업'과 갖는 밀접한 관련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것 같습니다. 이혁 감독님은 자신의 현실에서 사라진 노숙자분을 환상(영화)의 영역에서 살려내시고(직접 연기하시고), 대신 극 중에는 암으로 죽어가는 인물, 수진을 추가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연안부두로 매개되어 있는 극 중 노숙자와 주인공 예은이 돌보던 이제는 떠난 수진에 대한 애도작업이 주인공의 시나리오 창작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참 흥미로운 액자구조가 아닌가 싶습니다. 

-일종의 '독립영화 갈증' 상태에 있었는데...  어느 듀게분이 이 영화에 직접 스탭과 단역으로 참여하셨다는 영업글을 올리셔서 KBS방영분을 기다리지 못하고 유튜브로 감상했습니다. (영화 전체를 감상할 수 있는 유튜브 주소 https://youtu.be/6GjXXPFPtdc)

-후반작업을 위한 펀딩이 헛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문외한입니다만, 화면의 색감이 참 아름답고 고급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몇몇 장면들의 볼륨이 너무 작거나 너무 큰 경우가 있습니다. 여러번 볼륨을 능동적으로 조정하며 감상해야 했습니다. 볼륨이 작을 때는 별 불만 없이 키우면서 보게 되는 데 역시 볼륨이 너무 클 때는 앗 귀아파 하면서 줄이게 되네요... 그리고 역시나 문외한이라 잘 모르지만 소리가 약간 깨지는 장면이 있어요. 

-예은역의 이태경 씨의 자연스런 연기가 참 좋습니다. 반면 이혁 감독님의 연기가 썩 완벽하진 않습니다. 처음엔 특히나 어색하게 들리던 감독님의 웃음소리... 다행히 영화가 끝나갈 때 즈음이면 적응이 되고 친근감이 듭니다. 그리고 어찌 보면 이 영화에서 감독님의 어색한 연기가 오히려 매력으로 작용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왜 그런지는 아마 실제로 보셔야만 이해가 가실 듯합니다. 말로 설명이 잘 안 되네요. 

-기억에 남는 장면들은 많은데 아무래도 가장 강렬?한 장면은 이혁 감독 자신이 분한 극 중 노숙자의 샤워장면이에요. 일단 누드?니까요. 체구가 있으시고 둥근 등이 보이고 거기에 삭발까지 더해져서 빼박 아기의 뒷모습을 연상시킵니다. 인물이 새롭게 재탄생하는 상징적인 장면처럼 보인달까요. 거기에 조금 더 나가면, 샤워기 헤드로 이마에 꽤 오랜 시간 동안 물을 뿌리고 있는데, 이 영화가 다루는 소재 중 하나인 천주교와 관련된 세례의식을 떠올리게 합니다.

-극 중 예은은 어떤 면으로 보나 그야말로 천사 그 자체입니다. 이 험난한 세상을 어찌 살아가려고 저러실까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노숙자를 도와준 계기로 시나리오 공모전도 붙고... 아, 선한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는 사람이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게 되는 이 영화 속 세계가 저는 참 좋습니다. 그야말로 힐링물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한 번 시간을 내서라도 연안부두에 들리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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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은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으신 거에요?"

"저는 만약 제 시나리오가 영화가 된다면 제 영화가 시간을 견뎌내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한 30년 후에도 작은 영화관에서 삶에 지친 사람들이 오순도순 모여서 제 영화를 봤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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