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드 리버 Wind River (2017)

2017.09.16 09:46

DJUNA 조회 수:5277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할리우드의 흔해빠진 무명배우들 중 한 명이었던 토머스 셰리던은 [시카리오]와 [로스트 인 더스트]로 할리우드의 가장 주목받는 각본가로 떠올랐습니다. [윈드 리버]는 앞의 두 영화와 함께 현대 웨스턴 3부작을 이루는 작품인데, 이번에 그는 직접 감독을 맡았어요. 들어보니 세 편 중 가장 좋아하는 각본이라고. 하지만 데뷔는 아닌가봅니다. 2011년에 다른 작가들의 각본으로 [Vile]이라는 영화를 감독한 적이 있긴 해요.

영화 제목의 [윈드 리버]는 원주민 보호구역이 있는 와이오밍의 윈드 리버 카운티를 가리킵니다. 영화는 보호구역 안에서 사냥꾼 코리 램버트가 집단성폭행을 당한 젊은 여자의 시체를 발견하면서 시작됩니다. 라스베가스에서 풋내기 FBI 요원 제인 배너가 파견되고, 아직 경험이 없고 이곳 분위기를 모르는 그녀는 램버트를 자신의 비공식 파트너로 삼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이야기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이 영화가 소재로 삼고 있는 범죄는 진부하고 평범하기 짝이 없지요. 하지만 [윈드 리버]는 이상하거나 독특한 범죄를 재미있게 그리려는 영화가 아닙니다. 진부하기 짝이 없지만 당사자들에게는 끔찍한 고통과 공포일 수밖에 없는 범죄를 열쇠로 삼아 그 범죄가 일어난 사회가 어떤 어두움을 품고 있는지 보여주는 영화죠.

[윈드 리버]에서 그 사회는 원주민 보호구역입니다. 영화가 그리는 범죄에는 이곳 사람들이 견뎌야 하는 빈곤, 인종차별, 권태, 덧없는 희망과 좌절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셰리던이 영화 속 범죄자들을 이해하려고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들이고 있다는 건 아니예요. 셰리던은 그들에 대한 혐오를 감출 생각도 없고 결말에 이르면 그들에 그에 어울리는 처벌을 내립니다. 단지 그런 범죄가 어떤 동기로 어떻게 일어나는지는 명확하게 그려보이고 있어요.

앞의 두 작품이 그랬던 것처럼 무척 마초적인 영화입니다. 그에 따른 한계도 있고요. 원주민 보호구역에서 일어난 여성 대상의 범죄를 그리고 있지만 여전히 백인 남자가 주인공인 것부터가 그렇죠. 램버트가 원주민 아내를 둔 토박이이고 여성 희생자에 대한 감정이입과 분노를 극대화하기 위해 제인 배너를 불러오고 있지만 그래도 조금 더 나갔다면 이야기에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 한계 속에서도 [윈드 리버]는 세상을 보는 깊이 있는 눈과 액션의 자극을 모두 갖춘 영화입니다. 엘리자베스 올슨은 언제나처럼 좋고 제레미 레너도 오래간만에 제대로 활용되었죠. 배경이 되는 와이오밍의 설원은 그 자체가 근사한 캐릭터가 되어 영화에 특별한 숨결을 불어넣고요. 무엇보다 많은 좋은 영화들이 그렇듯, 그 영화가 그리고 있는 세계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17/09/16)

★★★☆

기타등등
자막에서는 원주민 보호구역을 인디언 보호구역이라고 번역하던데, 그럼 곤란하지 않을까요? 실제 대사에서는 인디언이라는 단어는 한 번 정도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그것도 실수로요. 모두 인디언이라고 번역하면 그 자체도 문제지만 이런 디테일이 날아가버리죠.


감독: Taylor Sheridan, 배우: Jeremy Renner, Elizabeth Olsen, Graham Greene, Kelsey Asbille, Teo Briones, Julia Jones, Eric Lange, Tokala Clifford

IMDb http://www.imdb.com/title/tt5362988/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49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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