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2017)

2017.10.30 22:05

DJUNA 조회 수:5091


언제나처럼 보도자료는 원작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정지우의 [침묵]은 비행(非行) 감독의 중국 영화 [침묵의 목격자]의 리메이크입니다. 원작은 어처구니 없고 거칠지만 군더더기없고 재미있는 법정추리물이죠.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보다 그럴싸하게 바꾸어 더 세련되고 깊이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한 모양입니다. 좋은 리메이크의 태도죠. 이미 좋은 영화가 있다면 굳이 더 만들 필요가 있을까요.

설정은 원작과 동일합니다. 유명한 사업가 임태산의 딸 미라가 아버지의 약혼녀인 유명 가수 유나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체포됩니다. 단지 정지우는 이전 이야기를 다 잘라내고 법정에서 시작하고, 중간중간에 시점을 바꾸어가며 계속 반전을 던지는 원작의 본격추리물 구조를 버렸습니다. 대신 미라가 유나를 만나는 장면부터 시작해서 살인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느긋하게 이들의 캐릭터를 만들죠. 영화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추리물의 구조도 단순화시켰습니다. 원작에 나왔던 것들이 이 영화에도 나오긴 하는데, 모든 반전에 힘을 주지는 않아요.

결과물은 보다 전통적인 멜로드라마입니다. 반전이나 트릭보다는 캐릭터와 인간관계가 더 중요한 영화가 되었죠. 이 결과 가장 혜택을 본 건 배우들입니다. 원작에서는 평면적이고 기능적이었던 캐릭터에 깊이가 들어가자 배우들이 연기할 거리가 더 많이 생겼어요. 다소 한국영화식 감정 과잉이 보이긴 하지만 연기의 질은 전반적으로 좋습니다. 이들이 다른 배우들과 연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장면도 늘어났고요. 구조를 다듬어서 영화가 더 재미있어졌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더 좋은 이야기가 되었다고 말할 수는 있을 거 같습니다. 적어도 원작의 황당함은 어느 정도 사라졌어요.

하지만 이 영화의 이야기는 아무리 노력해도 '걸작'이 될 수 있는 소재는 아닙니다. 황당함이 많이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과장된 트릭 위주의 설정을 깔고 있고, 신파적인 감정은 아무리 우아하게 커버했다고 해도 여전히 동아시아스러운 신파예요. [침묵]은 [침묵의 목격자]보다 더 웰메이드인 영화지만 원작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17/10/30)

★★★

기타등등
'대륙의 기상'이라고 놀렸던 원작의 반전은 이 영화가 더 그럴싸하죠. 홍콩 사람들은 신문을 안 읽는답니까...


감독: 정지우, 배우: 최민식, 박신혜, 류준열, 이하늬, 박해준, 이수경, 조한철, 다른 제목: Heart Blackened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Blackened_Heart.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53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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