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만나다 (2018)

2018.03.22 23:58

DJUNA 조회 수:4589


오늘 용산 CGV에서는 [기억을 만나다]라는 38분짜리 단편영화 시사회가 있었습니다. 세계최초 4DX VR 영화라고 해요. 그게 뭐냐고요? 말 그대로 4DX 상영관에서 VR 기기를 쓰고 보는 영화입니다. 가상현실을 체험하는데 의자가 흔들리고 바람이 불고 그럽니다.

그렇게 즐거운 경험은 아니었습니다. 일단 VR 기기가 무겁고 쓰기가 힘들어요. 그리고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VR기기는 해상도가 낮지 않습니까. VR도 어지럽고 4DX 영화도 어지러운 분들은 이 영화에서 이 둘을 곱한 것만큼 멀미를 할 수 있습니다.

[기억을 만나다]는 로맨스 영화입니다. 보도자료를 보니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체험용'으로 분류되는 액션, 공포, 스릴러 등의 장르를 배제하고 스토리와 감성 전달에 중점을 두는 '공감형' 장르인 로맨스를 선택했다고 하더군요. 멀미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가 아니고요?

이유가 무엇이건 해볼만한 시도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어요. 이 영화의 각본이 정말 안 좋습니다. 가수 지망생인 남자와 배우 지망생인 여자가 연애를 하는 이야기인데, 캐릭터는 스테레오타이프이고 이야기는 몽땅 클리셰입니다. 90년대 주말 연예프로그램에선 이휘재 같은 코미디언들을 주연으로 내세운, 코미디도 아니고 드라마도 아닌 어정쩡한 콩트들을 틀어주지 않았습니까? 딱 그 정도입니다.

VR이 로맨스의 경험에 그렇게 잘 어울리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시도는 합니다. 처음 청중을 만난 가수의 두려움을 표현하거나 두 연인의 친근함을 묘사하기 위해 1인칭 카메라를 쓰기도 하고 두 주인공의 전화 대화를 조금 더 재미있게 묘사하기 위해 두 사람이 있는 방을 밤 하늘 위에 띄우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장면에서 VR은 그렇게까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어차피 관객들은 두 주인공 쪽을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좌우와 뒤의 시각 정보는 대부분 잉여입니다. 게다가 VR 기기의 낮은 해상도 때문에 두 주인공의 얼굴이 잘 안 보여요. 장르의 특성상 클로즈업도 드물고요. 4DX 환경이 여기에 대단한 플러스가 되었다고 보긴 어려워요. 아, 가끔 바람을 넣어줄 때는 시원해서 좋더군요. 멀미 나고 더웠거든요.

더 나은 기계를 써서 더 좋은 환경에서 보면 이 체험도 개선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걸 고려한다고 해도 이 실험이 그렇게 의미가 있다는 생각은 안 드는군요. 로맨스 영화로도 별로였지만 VR 영화로도 그렇게까지 도전적이었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18/03/22)

★★

기타등등
서예지 배우를 오늘 처음 본 거 같아요. 영화 내내 낮은 해상도 때문에 감질났는데, 실물을 보니 뭔가 뻥 뚫린 것 같고.


감독: 구범석, 배우: 서예지, 김정현, 동현배, 배누리, 다른 제목: Remembering First Love

Hancinema https://www.hancinema.net/korean_movie_Remembering_First_Love.php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67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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