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아저씨 Daddy-Long-Legs (1919)

2018.03.29 23:26

DJUNA 조회 수:4698


진 웹스터의 [키다리 아저씨]는 지금도 사랑받는 고전이고 정말로 재미있는 책이지만 그렇게까지 영화화가 쉬운 작품은 아니죠. 일단 서간체 소설이고 중심 스토리보다 토막토막 에피소드와 주인공 주디 애벗의 말빨이 더 재미있으니까요. 하지만 재미있는 베스트셀러 소설은 당연히 할리우드에서 영화화되어야 하고, 1919년에 메리 픽포드 주연의 첫 번째 [키다리 아저씨] 영화가 나왔습니다. 그 뒤로도 여럿 나왔지요. 그 중 원작에 충실한 작품도 별로 없고 원작의 매력을 그대로 살린 영화도 없는 거 같습니다.

메리 픽포드 주연의 이 영화에도 대학교는 많이 안 나옵니다. 주인공 주디가 대학에 입학하고 졸업하는 과정이 그려지기는 하는데, 정작 학교 생할 묘사는 별로 없어요. 영화가 공들여 묘사하고 있는 것은 주디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고아원의 묘사입니다. [키다리 아저씨]의 존 그리어 고아원은 지루하고 삭막하지만 그렇게 극단적으로 나쁜 곳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이 영화는 거의 [올리버 트위스트] 수준으로 이곳을 묘사합니다. 네, 그리고 메리 픽포드는 이 영화 앞부분에서도 아역 연기를 하지요. 픽포드가 연기하는 말괄량이 반항아 주디가 고아원을 상대로 싸우는 장면이 꽤 길게 이어집니다. 주디가 대학에 가려고 기차를 타면 영화 러닝타임 절반이 지나가요. 재미없지는 않습니다. 메리 픽포드가 말괄량이 고아로 나오니까요. 당연한 이야기를.

그 뒤부터는 삼각관계 멜로드라마입니다. 주디의 대학생활보다는 주디를 둘러싼 저비스 펜들턴과 지미 맥브라이드의 삼각관계가 주를 이루죠. 영화는 심지어 조그만 아기들이 연기하는 큐피드가 남자들에게 사랑의 화살을 쏘고 그게 빗나가 저비스가 맞는 에피소드까지 넣습니다. 물론 결말은 아시는대로입니다. 설마 모르시는 분은 없으시겠죠. 저야 처음 읽었을 때 몰랐지만 그거야 초등, 아니, 국민학교 때였으니까 그랬고.

우리가 기대하는 [키다리 아저씨] 영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1910년대 멜로드라마로는 나쁘지 않은 각색물입니다. 하지만 낡았어요. 그리고 그 낡은 모습이 원작과 비교되어 꽤 재미있습니다. 원작은 로맨스이기도 하지만 여성인권에 대한 자각이 싹트고 여성 참정권 운동이 한창이던 20세기 초반의 지식인 여성의 성장기이기도 하잖아요. 종교와 계급사회에 대해 아주 냉소적인 작품이기도 하고. 하지만 우리가 소설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는 이 태도는 동시대 할리우드 사람들에겐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던 것이죠. 특히 자막 중간중간에 보이는 감상적인 기독교적 설교를 보면 정말 괴상하답니다. (18/03/29)

★★★

기타등등
[키다리 아저씨] 각색물 중에서 가장 괴상한 영화는 아마 [컬리 탑]이겠죠. 여자 대학교가 안 나오고 주인공은 셜리 템플인 영화입니다. 정말로.


감독: Marshall Neilan, 배우: Mary Pickford, Milla Davenport, Mahlon Hamilton, Percy Haswell, Fay Lemport, Lillian Langdon, Betty Bouton, Audrey Chapman

IMDb http://www.imdb.com/title/tt0010040/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9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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