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왕사 Re dai wang shi (2021)

2022.04.22 23:58

DJUNA 조회 수:1337


웬쉬페이의 데뷔작 [열대왕사]의 문을 여는 건 사람이 아니라 소입니다. 줄을 끊고 길거리를 방황하다 주저앉은 그 소를 피하려고 에어컨 수리 기사 왕슈밍은 다른 길로 우회하는데, 그만 방심하다 사람을 치고 맙니다. 달아났다가 다시 돌아온 왕슈밍은 자기가 친 남자가 죽은 걸 확인하고 시체를 유기해요. 우연히 자기가 차로 친 남자를 찾아다니던 후이팡을 만난 왕슈밍은 죄책감에 시달리다 자백하고 자수하려 합니다. 하지만 사건은 왕슈밍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했고 또 그만큼 무작위적입니다.

광저우 배경의 필름 누아르입니다. 그리고 많은 필름 누아르가 그렇듯 이 이야기도 기성품이에요. 이와 비슷한 내용의 소설을 쓴 40년대 하드보일드 소설작가가 수십 명은 될 걸요. 시간선이 쪼개지고 뒤섞인 전개 때문에 초반의 정리가 조금 어렵지만, 일단 무슨 소리를 하는 지 알고 난 뒤에는 따라잡기 어렵지 않습니다. 몇몇 사실은 설명되지 않은 채 끝이 나지만 그건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사건을 정리할 수 있는 힘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장르 규칙이지요. 필름 누아르에 혼란스러움이 빠지면 재미없지 않겠습니까.

중요한 건 이야기가 아니라 스타일입니다. 그리고 웬쉬페이는 광저우의 후텁지근한 여름을 배경으로 인상적인 이미지와 사운드의 향연을 선보입니다. 조금은 왕가위를 닮았고 최근 중국 아트하우스 영화의 세련됨을 이어받은 영화인데, 이 설명만으로는 이 영화의 감각적인 매력을 충분히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펑위옌과 실비아 창 주연입니다. 여자배우가 남자배우보다 거의 30살 위예요. 이 영화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그렇게까지 로맨틱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드문 캐스팅입니다. 몇 개월 전에 실비아 창의 1983년 출연작 [해탄적일천]을 보았기 때문에 보면서 참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 (22/04/22)

★★★

기타등등
엔드 크레디트 직전에 텍스트가 뜨는데, 번역되지 않았습니다. 중국에서 심의문제 때문에 추가되었다고 하는데 인터내셔널 버전에서는 번역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제작진의 요청이 있었다고 합니다. [소년시절의 너]를 생각하면 대충 내용이 짐작갑니다만 그럴 거라면 그냥 그 텍스트를 뺀 버전을 팔면 되잖아요. ([소년시절의 너]도 그랬어야 했는데.)


감독: Shipei Wen, 배우: Eddie Peng, Sylvia Chang, Yanhui Wang, Peiyao Jiang, Yu Zhang, Yongzhong Chen, Fei Deng 다른 제목: Are You Lonesome Tonight?

IMDb https://www.imdb.com/title/tt8519380/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206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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