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오늘 개봉한 위니 더 푸우를 보고 왔어요. 3시에 푸우, 5시에 해리 포터를 연속으로 봤는데 푸우 영화 자체는 참 좋았지만 관객들이 진상이어서 부글부글 끓는 속 듀게에 낙서라도 해 봅니다.


사실 이건 낮 시간대에 곰돌이 푸 영화를 보면서 아무 대비도 마음의 준비도 하지 않은 제 잘못이기도 하겠죠. 관객은 잘 해 봐야 서른 명 남짓이었는데 저와 제 친구를 빼고는 전부 아이들과 그 부모님들이었어요. 불이 꺼지자마자 각양각색 소리를 질러대는 걸 듣고 얌전히 감상하긴 글렀구나 했는데...


이번 위니 더 푸는 러닝타임이 굉장히 짧은 영화고 앞에 네시에 대한 짧은 단편이 붙어있는데요, 영화관 불찰로 그 단편에 모 통신사 로고가 덧씌워진 채(원래는 1차 광고가 끝나면 꺼져야 할 로고입니다), 게다가 그 왜 광고 시작하기 전에 틀어주는 시끄러운 음악까지 곁들어진 채 단편을 보여주는 겁니다. 음성이나 효과음은 아예 없었어요. 짜증이 머리 끝까지 차올랐을 즈음 드디어 화면이 넘어가고 영화가 시작되더라구요. 


나레이션이 시작하고 동화책이 스르르르 넘어가던 찰나 일말의 설명도 없이 화면이 뚝 끊겼습니다.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았죠. 시계를 보니 3시 30분이더군요. 35분쯤 되었을 때 역시 아무 설명도 없이 영화가 다시 시작했어요. 네시 단편을 다시 틀어주더라구요. 음악이랑 같이. 그때에는 이미 영화나 빨리 보고 나가야지 이런 젠장 하는 마인드가 되어 또 눌러 참았는데 푸우가 첫 노래를 부를 때(=영화 시작 2분 후) 즈음에 웬 목청 큰 아기가 빽빽 울어대는 겁니다. 


하나가 우니 연쇄적으로 다른 아기들도 엉엉 울어대고 급기야 푸우 목소리는 들리지도 않았어요. 열이 뻗쳐 죽을 것 같은데 그 아기 엄마는 어르다 달래다 옆에 사람한테 뭐라뭐라 속삭거리며 웃기까지 하고. 애도 울다 지치겠지 싶었는데 영화가 반 넘게 진행되도록 그치질 않더라구요. 

집념에 놀랄 정도였어요. 그 때까지도 데리고 나가지 않는 건 대체 무슨 심보인지. 딱 봐도 한 살 안 된 어린 아기 같았는데 꼭 영화관에 데려와야 하는 지도 의문이고, 우는 걸 달랠 수 없으면 같이 나갈 일이지 영화관에 돈 내고 보러 와서 아기 울음소리만 듣고 가는 사람들은 대체 무슨 죄인가요?!

한참 후엔 자기도 눈치가 보이는지 아이를 데리고 출구 쪽으로 가길래 하느님 감사합니다 했는데 나가지도 않고 그냥 출입문 앞에 서 있더라구요. 아기는 계속 울고 소리는 물론 귀가 째질 것 같고. 결국 영화 끝까지 못 보고 그냥 나와버렸어요.  크리티컬 히트는 제가 나가고 나서 좀 뒤에 따라 나온 그 아줌마가 저한테 대고 "저 여자들 정말 나쁘죠?"하고 관객들 뒷담화를 시전한 거였어요. 눈치를 너무 줘서 나와 버린 모양인데 소리 지르고 싶은 걸 겨우 참았죠. 다시 들어가 보고 싶은 마음도 싹 사라져버렸어요. 기껏 외출했는데 돈만 날린 것 같아서 지금 생각해도 화가 나요. 푸우는 아마도 DVD로 봐야 할 것 같네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803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62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6761
126493 서울에서 프렌치 수프(포트푀Pot-au-feu) 파는 레스토랑 아시는 분?(노 스포일러) [6] new ally 2024.06.17 84
126492 베네데타 포르카롤리 인터뷰 [3] catgotmy 2024.06.16 95
126491 [영화바낭]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을 봤습니다 [1] update 로이배티 2024.06.16 295
126490 에어 보다가 든 생각 daviddain 2024.06.16 100
126489 (전범선과) 양반들 정규앨범 1집 타이틀곡 Let It Flow 뮤직비디오 상수 2024.06.16 49
126488 [노스포] 인사이드 아웃2, 영화관람주기/비용 [2] 가라 2024.06.16 184
126487 매드맥스 시리즈의 연속성 [2] 돌도끼 2024.06.16 199
126486 프레임드 #828 [2] Lunagazer 2024.06.16 42
126485 게시물 목록이 884페이지까지만 보이네요 [2] civet 2024.06.16 106
126484 '걸어서 세계 속으로' 축구선수 이름 자막 사고를 기억하시나요? [4] civet 2024.06.16 246
126483 the crow Eric Draven guitar solo/INXS - Kiss The Dirt (Falling Down The Mountain) (Official Music Video) [8] daviddain 2024.06.16 37
126482 [게임바낭] 조현병 체험 게임 두 번째 이야기, '세누아의 전설: 헬블레이드2' 잡담입니다 [2] 로이배티 2024.06.16 127
126481 우주소녀 성소 중국어 catgotmy 2024.06.16 85
126480 넷플-마담 웹, 짤막평 [4] theforce 2024.06.16 211
126479 야채듬뿍 더 진한 음료 catgotmy 2024.06.15 103
126478 영드 "더 더럴스(The Durrells)"와 비슷한 분위기의 가족 드라마 있을까요? [3] 산호초2010 2024.06.15 118
126477 Interview With the Vampire’ Director on Casting Tom Cruise Over Daniel Day-Lewis and the Backlash That Followed: ‘The Entire World’ Said ‘You Are Miscast/벤 스틸러의 탐 크루즈 패러디’ daviddain 2024.06.15 70
126476 프레임드 #827 [4] Lunagazer 2024.06.15 54
126475 TINI, Sebastián Yatra - Oye catgotmy 2024.06.15 34
126474 나와 평생 함께가는 것 [2] 상수 2024.06.14 22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