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휴가 시작된 토요일에 엄마랑 이런 저런 음식 준비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눴어요.

이야기 중에 살짝 마음에 남는 게 있는데

이모가 엄마에게 쟤네들(오빠와 저)은 남보다도 못한 관계라는 말을 했다는 거예요.

엄마는 좋은 말이 아니니 당연히 저 말을 하실 때 기분 상해하셨고

듣고있는 당사자인 저도 썩 유쾌하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엄마를 달래드리려고, 이만하면 사이좋게 잘 지내지 않느냐고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며 넘겼어요.

 

외가는 자매들만 있고 비교적 가까이에 모여 살고 있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수시로 만나서든 전화로든 나누고 있으니

저랑 오빠가 굉장히 무뚝뚝해보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실제로 살갑고 다정한 남매가 아니긴 해요.

경상도에서 나고 자라 필요한 말만 하고;;

나이차이도 있어서 한 집에 살았어도 시공간을 공유한 기억이 별로 없어요.

 

오빠가 결혼한 후에는 더더욱 그렇죠. 올케언니가 있는데 제가 오빠한테 더 다정하게 굴 필요는 없잖아요?; -_-;;

그렇다고 제가 일부러 무뚝뚝하게 대하는 것도 아니고요. 

 

오히려 오빠가 결혼하고 조카가 생긴 뒤로 연락도 더 자주하고 만나는 것도 늘었죠.

명절을 같이 못하는 때나 누구 생일, 신정 이런 특이한 날에는 제가 먼저 오빠랑 언니한테 따로따로 전화하고

베이비시터 역할 하려고 무려 KTX를 타고 가서 아이를 1박 2일동안 봐 준 것도 몇 번 되고요.

 

그리고 오빠에게든 엄마에게든 말을 한 적은 없지만

부모님이 점점 나이가 드실 수록, 제가 어른이 될 수록, 친지들의 죽음을 곁에서 볼 때마다

오빠랑 언니에게 잘해야겠다 속으로 다짐도 한단 말이에요.

 

이런 속사정을 잘 모르니 이모가 오빠랑 저를 보고 남보다 못하다고 한 것이 겠지만

그런 얘기를 남도 아니고 비교적 가까이에서 저희를 봐온 친척이 했다니깐

기분도 찜찜하고 계속 머릿 속에 윙윙거리면서 남아요.

 

그와 함께 다른 남매들은 어떻게 사이좋게 지내고 있을까 궁금해졌어요.

사이좋은, 특히 다른 사람이 보기에 사이좋아 보이는 남매는 어떤 모습일까(다른 사람의 시선따위 중요한 게 아니지만요).

우리가 그렇게 정이 없어 보이는 걸까. 아니 실제로 정이 없는 건가? 

해서 노력의 여지가 있는 것이 맞는 걸까. 등등

 

이 무뚝뚝한 남매 관계는 아버지의 불만사항이기도 해서

이모의 이야기와 함께 나름 고민거리가 되었어요.

 

 

 

2.

이상적인 시누이상은 뭘까요?

아예 시누이라는 존재 자체가 없는 게 최고다! 이러시면 안 돼요. ㅎㅎ

 

전 오빠가 결혼을 전제로 사귀는 사람이 있다고 했을 때 올케언니 될 사람에게 엎드려 절하고 싶을 정도로 고마웠습니다;;

대체 오빠를 뭘 보고 좋아하는 걸까? 어쨌든 데려가 준다니 정말 고맙다, 이런 거죠. ㅋㅋ

그래서 그 때 또 결심한 것이 무조건 언니편을 들자! 였습니다.

해서 엄마한테도 엄청 잔소리를 하고, 오빠네 집에 가끔 가게되면 오빠한테도 잔소리를 하죠;;

 

제일 문제가 되는 때가 명절인 것 같은데...

설거지를 분담하는 게 제1과제인데 잘 안 되네요. 생각은 늘 하는데 말이에요.

이번 설에는 엄마가 거의 다 하시고; 언니는 한 번 했을 거예요. 다른 명절 때도 비슷하고요.

음식 준비는 엄마랑 제가 다 했고, 상차림은 언니랑 제가 같이 나르고.

과일이랑 커피심부름도 제가 다 했고요.

 

이만하면 전 부칠 때 옆에서 낼름낼름 먹기만 하는 미운 시누이는 아니지 싶은데

설거지를 못 한 게 좀 마음에 걸리네요.

 

 

혹시 명절 때, 일상 생활 때

시누이가 이러면 밉더라, 고맙더라 하는 거 있으시면

이야기 좀 해주세요.

추석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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