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처음 가 보는 목적지도 잘 찾아가는 편입니다.

물론 사전에 네이버 길찾기 혹은 다음 로드뷰 등을 통해 미리 알아보고 꼼꼼히 메모한 덕분이지만요.

그런데 웬만해서는 경로를 변경할 생각을 전혀 못합니다.

어느 정도냐면요, 제가 작년에 이사를 온 동네에 걸어서 5분 거리에 중형마트가 있어요.

집 바로 앞의 슈퍼보다 가격도 꽤 저렴하고 할인도 자주하는데다가 채소나 과일의 종류가 다양해서 자주 이용하지요.

그런데 얼마 전에 동생이 놀러 와 함께 장 보러 그 마트에 다녀오는 길에 머릿속이 멍해지는 일을 겪었습니다.

제가 지금껏 이용하던 우리집에서 마트까지의 경로를 뒤엎는 획기적인 지름길이 있었던 겁니다!

언젠가 시간을 재면서 걸어간 적이 있었는데, 집 현관에서 마트 정문까지 적당히 빠른 걸음으로 딱 5분이 걸렸거든요.

그 길이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면서 반년이 넘도록 경로 변경 한 번 안 하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 길로만 다녔어요.

그런데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동생이 "저 길로 가면 더 가까울 것 같은데?"

그래서 제가 다니던 길과는 반대방향의 길을 선택하여 집에 왔더니, 소요시간은 3분!

무려 느릿느릿 걸음으로 말이지요.

맙소사.

멘붕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인가보다 생각했습니다.

저는 왜 어째서 무슨 이유로 제가 다니던 그 길이 가장 빠르다고 생각했던 걸까요.

오늘은 저 길로 가 볼까, 하는 생각을 한번쯤 해 봤을만도 한데 단 한번도 못 했어요. ㅜㅠ

제가 낯선 길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혹시나 길을 잃어버릴까 하는 염려가 크기 때문인데 앞으로는 여러 길로 다녀봐야겠습니다.

그래도 동생 덕분에 지름길을 알게 되어 요즘은 장바구니가 무거워도 중간에 쉬지 않고 단숨에 온답니다.

이렇게 저처럼 늘 다니던 길로만 다니시는 분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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