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철인왕후가 논란이 크네요

2020.12.17 16:04

Bigcat 조회 수:1817

<철인왕후 />의 가장 큰 힘은 코미디다. 마초성이 다분한 현대 남성의 영혼이 조선시대 왕비의 몸으로 들어가면서 소동이 벌어진다. tvN 제공


간만에 진짜 재밌게 보고 깔깔 웃었습니다. 드라마 보고 이렇게 웃은 건 정말 오랜만인듯.


요즘 판타지 웹소설에서 흔한 '빙의물'입니다. 21세기 현대에 사는 33살 건장한 남자가 조선 시대 중전의 몸에 빙의한다는. 예, 바로 들으셨습니다. 남자가, 그것도 조선의 왕비가 된다네요!!!! 


세상에, 이런 스토리로 무슨 얘기를 할까 싶은데 정말 중전이 연기를 잘합니다. 진짜로 남자가 여자 몸에 빙의했을 때, 그것도 현대의 남성이 과거 전통시대의 여성의 몸에 들어갔을 때 벌어졌을 법한 일들이 진짜 코믹스럽게 펼쳐집니다 ㅎㅎ 


철인왕후' 신혜선, 남자 연기까지 해내 관심↑...철종+철인왕후는 실제로 어떤 인물이길래 < 연예·스포츠 < 종합뉴스 < 기사본문 -  매일안전신문


이게 가능한 건 모두 주연인 '신혜선'의 연기력 덕분입니다. 이 배우가 무슨 여신처럼 아름다운 건 아닌데 지적이고 강단있어 보이는 외모에 연기력이 더해지니 진짜로 남자가 여자 몸에 들어가서 좌충우돌하는 것처럼 보입니다.(사실 웬만한 배우라면 그냥 왈가닥스럽게만 보일것 같은데, 신혜선은 진짜 남자같아요. 예전에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하지원이 남자가 빙의한 연기를 했었죠. 그때 사실 진짜로 현빈이 - 남자가 여자 몸에 들어가 연기한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었습니다 - 그냥 좀 성격 쎄지고 왈가닥 같은 여자가 된 느낌? 하지원이 연기 논란이 있는 배우도 아닌데도 그 정도 밖에 못했었는데, 이번에 신혜선은...정말 명불허전이네요.




첫 방부터 빵 터진 '철인왕후', 신혜선의 하드캐리 통한 이유 < 드라마 < 엔터테인먼트 < 기사본문 - 엔터미디어

(임금이 총애하는 후궁에게 멋지게 보이려고 폼잡은 왕비....의 모습...진짜 이 장면에서 웃다가 굴렀.....(여자 몸이지만 영혼은 남자라...이거 게이물이냐! 비엘이냐! 하고 남초 사이트에서 난리더군요ㅋㅋㅋ)




배경은 조선 말기 철종(재위1849~1863) 때입니다. 바야흐로 세도정치가 극에 달해 - 삼정의 문란과 이에 시달리다 못한 농민들의 - 산발적인 반란이 일어나던 시기이죠.(결국 진주민란(1862)이라는, 조선 후기 최고 농민반란이 터짐) 현대 남자가 옛날 궁정의 여인의 몸에 빙의한다는 코믹 판타지 배경이 왜 하필 가상의 조선 시대도 아니고 실제 배경일까 했는데, 드라마를 보다 보니 알겠더군요. 현대 남성이 빙의한 중전의 이상한 행동을 임금이 꾹 참으면서 견뎌야 하는데, 그 상대로는 정말 철종만한 임금이 없으니까요.


철인왕후, 역사 왜곡 논란…中 원작자 한국 비하? “사전인지 못 해” - 이투데이


철종은 다들 아시겠지만 '강화도령'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한미한 방계 왕족 출신에 - 그러니까 철종임금은 보통의 임금들이 거쳤던 왕자 시절이나 세자 교육을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임금이 되기 전 19세까지 강화도에서 농부로 살면서 나뭇꾼 일을 했죠. 그래서 사실 사대부 여인들도 궁에 들어와서야 처음 접했을 것이고 - 할아버지에 큰 형까지 2대에 걸쳐 반역죄로 처형된 전력이 있는 소위 '대역죄인의 자손'입니다. 그런데 그 대역죄인의 자손이 왕이 되었다? 이건 모두 철종 당사자와 당시 조선 왕조를 둘러싼 세도가문 - 안동 김씨, 풍양 조씨 - 의 막강함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그림인 것이죠.  


엄연히 계승 서열에 따라 왕위에 올랐지만 평생 세도 가문의 위세에 눌려 그 뜻을 펼치지 못했던 불행한 임금. 19세라는 성년의 나이에 왕에 올랐지만 3년간 섭정을 거쳐야 했던, 아예 통치의 기초도 기반도 없던 임금. 바로 이런 상황의 임금이니까 그 이상한 중전의 행태를 다 참고 넘길 수 밖에 없는 거죠. 무엇보다도 중전은 대표 세도 가문인 안동 김씨 출신.



신혜선 팝콘각ㅋ 김정현 압박하는 살벌한 조정 분위기#철인왕후 | Mr. Queen EP.2 - YouTube


이런 배경 때문에 이 어처구니 없는 설정이 정말 그럴듯한 코믹 판타지 사극이 됩니다. 특히 제 눈길을 끌었던 것이 무엇보다도 철종의 캐릭터였는데, '백성을 수탈하는 못된 신하들에게 맞서서 의롭게 투쟁하는 선한 왕'이라는 상당히 민담스러운 임금 캐릭터(특히 사극이 아주 선호하는)에 아주 딱입니다. 원작인 중국 드라마가 판타지 왕조를 배경으로 하는데 리메이크 하면서 왜 가상의 조선 왕이 아니고 실존 인물인 철종과 철인왕후로 설정했을까 의아했었는데, 드라마 전개를 보니 아주 딱 맞는 캐릭터들이네요.



중국 드라마] 태자비승직기 타임슬립 중국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 : 네이버 블로그


그런데 듣자하니 원작이 되는 중국 드라마의 작가가 혐한 논란이 있어서 문제가 되는 모양입니다. 철인왕후의 원작은 '태자비승직기'라는 2015년 드라마로, 그 해 중국에서 최대 흥행을 한 작품이랍니다. 그런데 이 작가의 후속작인 '화친공주'에 혐한 내용이 있어서 덩달아 원작까지 욕을 먹는 모양새군요. 거기다가 조선왕조실록 비하에 역사왜곡 논란 등등으로 청와대 청원까지 올라가고...여튼 어제 여러 관련 커뮤니티를 돌았더니 남녀노소 모두 공분하면서 드라마 게시판도 온통 욕설 댓글로 도배질이...


참 딱한 상황이네요. 현재 2회까지 본 입장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어보이거든요. 혐한 작가라고는 하는데 문제가 있는 작품의 판권을 사 온 것도 아닌데 이게 이 난리를 피울 일인가 싶고, 역시 논란이 된 조선왕조실록 비하의 문제나 역사왜곡 문제도 제가 보기엔 전혀 논란거리가 아니거든요. 애초에 빙의한 주인공 남자(30대 초반의 청와대 소속 쉐프) 교양 수준이, 철종 임금의 지극히 신사다운 태도와 선비같은 언행에 '저런 임금을 주색에 빠진 못난 왕이라고 기록하다니 조선왕조실록도 찌라시군'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전혀 무리가 아니거든요.(이게 무슨 세계문화유산기록 비하라구?) 그리고 더 어처구니없는 건 역사 인물 왜곡했다고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풍양 조씨네들입니다. 연좌제를 찬성하는 건 아니지만 진짜 양심이라는게 있다면 조선을 진짜로 망하게 만든 그 세도가 후손들이 대체 무슨 낮짝으로 소송 운운?(나 같으면 어디 창피해서라도 나가서 풍양 조씨라고 떠들고 다니지도 않을것 같은데)


그리고 철인왕후(재위1851~1878)에 대해서 한 마디만 덧붙이면, 실록에 보니 온통 좋은 얘기밖에 없네요. 세 명의 대비들 잘 모시고 투기도 없어서 비빈들과도 문제가 없었고 딱히 남편인 철종과도 불화가 없고. 이건 그냥 그 왕비가 딱히 개성없이 그냥저냥 평범한 여인이었다는 얘깁니다. 왜냐하면 이 시대 자체가 백성에게 최소한의 책임감이라도 있는 지배계층이라면,(비록 여성이라 해도) 결코 조용하게 보낼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거든요. 오히려 이렇게 아무 일도 없었던 캐릭터라서 현대 남성이 빙의해서 여차저차 스토리 꾸며나가기에는 아주 딱인 캐릭터군요.


어제 여러 커뮤 돌다가 이 드라마에 대한 사람들 반응을 보니 요즘 사람들이 정말 힘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말도 안되는 분란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횡행하는 거 보면 이것도 일종의 정신병인가 싶기도 하고...씁쓸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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